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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의 기원(1) 한국전쟁 대폭격

전쟁사학자 찰스 암스트롱(Charles Armstrong)은 한국전쟁에서 북한(이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약자로서 ‘조선’)에 가해진 폭격은 이후 조선의 발전과정과 조선인들의 태도에 심원하고 장기적인 충격을 주었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대폭격은 핵 위협과 함께 북핵의 기원이 되었다. 조선은 대폭격을 겪으면서 피포위 의식(Siege-victim mentality)과 함께 순교자적 기질(Matyrish temperament)을 내면화하였다. 폭격으로 인구의 20% 이상이 사망하면서 충격과 슬픔은 점차 분노로 바뀌었고, 장기적으로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여 결전의지를 강화시켰다(Su-kyoung Hwang, Speaking from ground zero: the bombing of North Korea in 1..

국가의 딜레마 : 스푸너와 지바고

‘국가의 딜레마’는 국가의 정당성, 헌법의 정당성에 대한 무비판적인 통념을 거부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현대인들은 국가에 대해 끊임 없이 의심하고 깊게 사유하여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미군정을 통해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하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한국에서 오랜 세월 동안 미국의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선망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렇다 보니 미국 내부의 상이한 관점과 다양한 시각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었다. 저자는 19세기의 미국인 스푸너(Lysander Spooner, 1808~1887)를 호출하였다. 스푸너는 미국 헌법이 시민들의 광범한 참여에 의한 사회계약의 산물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는 미국 헌법을 극소수의 백인 남성이 양해한 일시적 동의로 간주하였고, 후대의 미국인들에게 구속력이 전..

국가의 딜레마와 태극기부대 논란

그들은 왜 태극기에 집착하는가? 전영우(전 인천대교수·언론학 박사) 오죽하면 '태극기 부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싶다. 그 정도로 그들은 태극기에 집착한다. 그들의 집회는 예외 없이 태극기의 물결로 넘실거린다. 자신의 자동차에, 오토바이에, 자전거에 혹은 배낭에 태극기를 매달고 휘날리며 다닌다. 왜 그들은 그렇게 태극기에 집착하고, 태극기를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달고 다닐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최근 출간된 책 "국가의 딜레마(홍일립 지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가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해답을 모색한 이 책은, 다양한 역사적 맥락과 사상을 기반으로 국가의 의미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나름의 해석을 제시한다. 태극기 부대의 속성에 대한 해석은 3장 "국가라는 괴물"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국가의 딜레마에 대한 단상

국가의 딜레마에 대한 짧은 서평 김태항(정치학 박사) 수많은 저작들과 출판물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치 오랜 장마 끝에 드러난 빛나는 햇살처럼 진정으로 놀랄만한, 시의적절한 작품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국가의 딜레마’(사무사책방)였다. 이 책의 저자인 홍일립 박사는 몇 년 전 ‘인간 본성의 역사’라는 기념비적인 저작물을 출간하였다. ‘국가의 딜레마’는 ‘인간 본성의 역사’에 이은 논리적 정합성과 연계성을 갖춘 연구서로 판단된다. 플라톤의 말처럼 국가는 인간의 확대판인데,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본성 위에 구축된 구조물인 국가를 날카롭게 파헤친 것이다. 이미 ‘인간 본성의 역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저자는 방대한 지식과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의 정당성과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저자는 ..

국가의 딜레마 : 비천한 기원, 늑대국가, 괴물

지정학 구조와 체제의 이질성에 북핵문제까지 겹쳐 매우 난해한 처지에 놓인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데서 국가란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것은 기존의 통일지상주의를 탈피하여 새로운 시각을 갖는데서 중요하다. 민족주의(nationalism)에 기초한 통일의 염원은 역설적으로 남과 북이 서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헌법(대한민국)과 당 규약(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명징하게 드러나는 반국적 국가주의(half country statism)로 귀결되었다. 한반도 국가의 복수화(pluralization)는 분단과 냉전, 자유주의(개인주의)와 사회주의(집단주의)의 대립, 주변 강국의 지정학적 이해 등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한 ‘국가의 문제’에 의한 결과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국가는 평화로운 계약에 의한 성립보다는 전쟁을 통해서..

트윈 코리아 : UN 동시가입 30년(1991~2021)이 남긴 과제

한반도 국가의 존재양식에 관한 시론 한국전쟁 발발 70년이 지난 2020년에도 한반도 국가의 평화는 잠정적인 상태(휴전상태)로 남아 있다. 70년 전에 역내 경제협력을 시작한 유럽은 사회주의체제의 해체와 동·서독의 통일을 거쳐 유럽연합(EU)으로 통합을 심화하고 있지만, 21세기 한반도는 민족과 국가의 문제를 비결정상태로 70년 이상 무한 연장하는 과정에서 북핵문제까지 겹쳤다. 한반도 국가는 인위적 분단에 의하여 하나의 민족이 두 개의 국가로 존재함으로써 영토 완정(completeness)에 기초한 국민국가라는 근대적 국가이상(national ideal)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발발 이후 70년 동안 공고화된 한반도 국가의 존재양식(Being Mode of Korean Stat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