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on Twin Koreas/두 국가 8

임종석의 '두 국가'에 투영된 지정학적 불능성과 가능성

지난 19일 문재인 전대통령이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조선(DPR Korea)의 ‘적대적 두 국가’ 규정에 대응하여 한국(Rep. Korea)의 평화 및 통일 담론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러한 맥락에서 비핵화 해법과 평화 프로세스의 새로운 설계 필요성을 언급하고, 이러한 일들은 대한민국 (윤석열)정부가 앞장서 해야 할 일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임종석 전비서실장은 기조연설에서 통일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남과 북이 두 개의 국가란 사실을 수용하고, 헌법 3조의 영토 조항을 개정 혹은 삭제할 것과 이에 따른 통일부의 정리 및 국가보안법 폐지를 제안했다. 또한 남북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가 아니라 ‘평화적인, 민족적인 두 국가’이어야..

윤석열 통일독트린의 동상이몽

윤석열 대통령이 제79주년 광복절에서 제시한 ‘8·15 통일 독트린’은 기존의 3단계 통일방안(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을 벗어나 한국이 주도하는 ‘자유통일 대한민국’을 명시했다.   이를 위한 3대 통일 비전은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행복한 나라, 창의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 세계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로 구성됐다.  이에 따른 3대 통일 추진전략은 국내 차원에서 자유통일을 추진할 자유의 가치관과 역량의 배양, 대북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의 자유통일에 대한 열망 촉진, 국제 차원에서 자유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지지의 확보 등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7대 통일 추진방안으로 통일 프로그램 활성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다차원적 노력 전개,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대남 쓰레기 풍선과 대북전단의 딜레마

1일 오후 합참은 북측에서 공중부양한 오물풍선들이 다시 낙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계절풍을 이용한 대남풍선 공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군사적 우발사태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오물풍선’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와 ‘목적과 수단’에 관한 남북의 공방은 국제법상 두 개의 국가와 헌법상 민족 내부의 특수한 관계에 담겨진 키메라(chimera)의 기이함을 드러낸다.  5월 30일 UN 군축회의에서 김일훈 한국대표부 참사관은 “북한은 오물을 실은 260여개 풍선을 살포하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지만 정전협정 위반이고 비문명적·비상식적”이라고 질타했다.  5월 31일 신원식 국방장관도 아시아 국방장관 회의에서 “우리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 목적의 대북 풍선 날리기에 대응한다는 명분..

조선중앙TV 축구중계에서 '한국'으로 표기

조선(DPRK) U-20 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하자, 조선중앙TV은 결승전과 4강전 등을 녹화중계 방송을 했다. 17일 조선중앙TV는 지난 13일 한국과의 4강전을 녹화중계했는데, TV화면에 ‘조선 대 한국’이라는 남북의 정식국호가 표기돼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조선방송사들은 한국이라고 표기하는 대신에 '괴리'라고 표기했다.     다만 조선중앙TV는 녹화중계에서 한국이란 말을 일체 언급하지 않고 ‘우리나라’라는 주어만 사용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보도에서 국내 언론사들은 “(조선의 방송사가) 경기영상을 녹화중계하면서 우리나라를 '한국', 북한을 '조선'으로 표기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쌍방의 방송사들은 각자 ‘우리나라’를 자칭하면서 상대를 암묵적으로 ‘다른 나라’로 간주하면서도..

한국과 쿠바 수교 : 정경분리의 실리 추구

마침내 한국과 쿠바(꾸바)가 수교했다. 양국은 현지 시각 2월 14일 뉴욕에서 쌍방의 유엔 대표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2014년 12월 오바마 미 대통령이 쿠바와의 관계정상화를 공표한 지 10년만이다.  그동안 쿠바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몽골 등 옛 사회주의권에서 한국의 유일한 미수교국으로 남아 있었다.  쿠바는 반미노선과 관련해서 조선(DPRK)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사회주의 국가였지만 피델·라울 카스트로 국가원수의 사망과 은퇴 및 오바마 미 행정부 시기 미국과 수교 이후 개방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후임 행정부(트럼프~바이든)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됨에 따라 여러 제한조치가 부과되었다.  이번 수교로 한국과 조선의 동시 수교국(교차승인)은 기존 156개국에서 ..

김정은 '두 국가'의 양면성

지난 30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대남노선의 근본적 전환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한반도)에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가 병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이제 현실을 인정하고,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의 역대 정부가 민주와 보수를 떠나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우리 공화국과 인민들을 수복해야 할 대한민국의 영토이고 국민이라고 공언하고, 대한민국 헌법은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명기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

김여정의 ‘대한민국’ 호칭은 ‘투 코리아’ 선회?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대남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네 번이나 거론한 것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김 부부장의 담화에서 등장한《대한민국》에서 기호(《, 》)가 강조의 뜻(겹화살괄호)인지, 이른바(所謂, so called)의 맥락(인용부호 따옴표)인지 분명치 않다.  두 번에 걸친 담화에 등장한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족속들, 《대한민국》의 군부, 《대한민국》의 군부깡패들이라는 표현은 그동안 대남 비난발언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표현들이다. 이번 국호 논란의 배경에는 북의 주권 및 영해(EEZ)의 강조, 미국의 정찰활동 견제 및 긴장조성, 핵독트린에서 대남관계의 정리(전술핵 위협 및 소극적 안전보장 등)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과..

정전협정 70주년, 2023년 국가안보전략의 명암

6월 초에 공개된 2023년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 Global Pivotal State for Freedom, Peace, and Prosperity)은 2018년 국가안보전략과 다른 특징들이 드러난다.  한국 역대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은 미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에 비해 체계성이 명확하지 못하고 통시적 일관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지만, 내용의 측면에서는 외연이 좀더 넓어지는 양상이다. 2023 국가안보전략에서는 평화와 번영이라는 역대 정부 공통의 지향 외에 자유와 연대,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미일 협력, 남북관계에서 상호주의, 대북 미사일 방어체계, 국가안보와 연관된 글로벌 공급망 및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