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에 관한 문제 14

홍범도 장군의 절규 : 사학자 반병률의 견해

그토록 오매불망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막상 와본 한국은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 그래도 마음 붙이고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 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 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 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 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 그래도 그냥 마음 붙이고 하루 하루 견디며 지내려 했건만 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 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그곳도 연해주에 머물다가 함부로 강제이주 되어 끌려와 살..

광복절 경축사 유감

나라가 망하는데 양반 평민이 무슨 소용이며, 동인 서인과 노론 소론이 무슨 소용인가? 을사늑약(1905)과 경술국치(1910)에 수많은 선비들과 유생들이 순국자결하고 의병을 일으켜 지도자로서, 배운 자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 독립(운동)과 해방 및 광복의 의미에 대해 남과 북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하면 남 탓을 하게 된다.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1918) 이전에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 독립운동은 좌우의 이념적 경계가 분명치 않은 미분화 상태였다. 지정학적으로 허약한 완충국가의 쇠망에 직면하여 애국선열들은 안중근 의사(1909), 류관순 열사와 3.1운동 및 임시정부(1919), 신간회(1927) 등에서 보여주듯이 이념이나 종교적 성향을 떠나 민족의 주권을 회복하고자 혼신을 다 바쳤다. 당시의 독립운동..

통일부장관 무용론

윤석열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몇 년 전에 인터넷매체에 기고문에서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기존 북한체제의 파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다른 기고문에서는 김 교수가 김정은정권이 타도되고 남북의 정치체제가 단일화되어야 통일의 길이 열린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및 통일에 대해 어떤 주장을 하든 학자적 양심과 소신에서 우러나온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굳이 대북창구인 통일부장관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 적절하지 않은 성향 및 이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통일부장관 무용론이 아니라 악역론이 나올 판이다. 만약 통일부라는 명칭이나 그러한 부처가 없었다면 이런 불필요한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통일부가 남북대화..

체제선택의 문제(3) 합칠 필요가 없는 발트 3국

“내전은 전쟁이 아니라 병이다. 적이 내 안에 있고,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싸운다.” (생떽쥐베리) 역사적으로 유럽의 지정학적 완충국과 소국은 작은 영토와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독립국으로 존립하면서 인접한 소국과 횡적으로 연대하면서 중립노선을 추구하는 국제체제를 발전키려고 했다. 국제연맹(LN)과 국제연합(UN)의 기원도 이러한 유럽의 경험과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러 소국이 각자 독립국으로 존재하면서 전체로서 하나의 힘을 추구하는 유럽의 사례는 한반도 국가의 존재양식 및 공동안보체제에 대한 논의에서 참고할 점이 있다.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노르딕 5국(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베네룩스 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과거 동유럽 사회주의 이웃국가들..

체제선택의 문제(2) 아일랜드, 뉴질랜드, 캐나다의 시사점

인간에게 체제선택의 자유, 체제선택의 권리가 존재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특정한 체제에 속하여 일생을 마친다. 어떤 사람들은 이주, 망명 등의 방식으로 다른 체제를 선택하기도 한다. 한반도 국가에서는 남과 북의 체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는 없다. 북은 말할 것도 없고 남에서도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과 북의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특정한 번호에 의해서 주민등록이 되고,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하는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한국과 조선은 지정학적 실체이자 국제법적 주체라는 점에서 양측이 정상국가의 관계라면 한국에서 살다가 조선으로 이주하거나, 조선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이주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겠지만, 쌍방의 실질적 관계는 단순한 방문이나 ..

대국민 통일사기극(9) 긍휼과 상호조정의 문제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인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2500년 동안 성찰의 근원적 주제였다. 인간이 자기를 기만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며 상충하는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고 신화를 만들어내고, 그 신화를 부정하는 통찰력을 갈구하며, 대체로 사람들이 자신을 움직이는 동기보다 더 그럴싸한 동기를 내세운다는 것을 많은 연구자들이 확인해 준다.”(찰스 린드블롬, 시장체제, 245쪽) 한반도 국가의 재통일에 관한 문제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에 기초할 필요가 있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체제, 민족, 계급, 국가, 그리고 국제관계에 접근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별개의 문제로 바라보는 견해들도 있지만) 불쌍한 존재들의 깨달음 : 서로에 대한 긍휼 칸트는 "저 하늘에 ..

대국민 통일사기극(8) 국가보안법과 상호주의의 덫

한국 내부에는 장래에 조선(DPRK)이 소멸하고 한국 주도로 통일이 된다고 해도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을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견해는 국보법이 단지 조선만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주변국과의 관계를 망라한 영속적인 안보제도라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국보법의 시원이 된 안보수호법은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국내 정치상황에 따라 형법보다 먼저 ‘법률 제10호’로 긴급하게 제정되었다. 이렇다 보니 일본제국의 치안유지법을 그대로 베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고,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군사정부 등의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개정되거나 악용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안보수호법(국가보안법)을 일제 잔재의 악습을 그대로 이어받은 법으로 규정하고 이적행위에 대한 처벌은 형법으로 대체가 가..

대국민 통일사기극(6) 헌법과 규약의 함정

한국의 헌법과 조선 로동당 규약은 서로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보고 있다. 그렇다 보니 탈북자들은 북에 있을 때는 남쪽의 영토와 국민을 대상화하다가, 남으로 내려와서는 북쪽의 영토와 국민을 대상화하게 된다. 영국주재 공사를 하다가 탈북한 태영호는 지난 2019년 초에 이탈리아 대사대리를 하다가 제3국으로 망명한 조성길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 글에서 태 전 공사는 서울을 한반도 통일의 전초기지라고 규정하고, 자신의 세대가 차세대에 할 일은 ‘통일된 강토’를 넘겨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근거는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이루어졌다’는 대목을 “북한 전체 주민들이 다 한국 주민들이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하지만 남과 북이 군사분계선 반대편의 주민..

대국민 통일사기극(5) 통일부 폐지론

통일지상주의의 동상이몽과 대국민 통일사기극에서 벗어나려면 근본적인 문제와 함께 구체적인 문제들에서도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방북 경험이 있는 미래학자 짐 데이토(James A. Daotr)는 미래학을 예언하는(predict) 것이 아니라 예측하는(forecast)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반도 국가의 미래도 예언이 아니라 예측에 의해서 내다 봐야 할 것이다. 통일부라는 명칭은 예측이 아니라 당위성에 기초한 예언의 관점이 투영돼 있다. 따라서 통일을 한반도 국가의 절대미래로 전제하고, 통일이란 말 자체를 절대명제로 성역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산하 기관과 소관 민간단체도 ‘통일’ 자를 앞세우고, 전국의 임의단체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수의 조직이 ‘통일’이란 말을 명칭에 사용하고 있으며, 그 최정점에 통일..

대국민 통일사기극(4) 상호 국가승인의 문제

남과 북은 쌍방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하면서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적 국가임을 주장하면서 상대를 국가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 그 배경은 복잡다단하지만 상대를 국가로 승인하면 한반도를 통일할 수 없다는 쌍방의 통일지상주의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91년 UN 동시가입으로 전세계 UN 회원국들은 한국(ROK)과 조선(DPRK)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제외한 중국, 러시아, 영국 등의 수도에는 한국과 조선의 대사관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인위적으로 분단되었던 독일과 예멘은 서로 국가로 승인하였지만 평화적인 협상으로 재통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독일은 흡수통일에 대한 상이한 시각이 있고, 예멘은 재통일 이후 내전과 무력통일을 거쳐 근래에 사분오열되었다. 대외적으로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