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 9

KBS 개소리와 세계문학의 개들

KBS-2의 드라마 제목 ‘개소리’는 ‘개소리’에 대한 암묵적 금기를 깬 혁신적 발상이다. 주연 이순재 옹은 제작발표회에서 "개소리란 제목이 이상해서 무슨 헛소리를 하려는가 싶었지만 한국 드라마 최초의 시도"라고 예찬했다.‘소피’라는 경찰견은 다소 불경스러운(?) 제목에 대한 방어적 완충장치일 수도 있다.그러나 소피라는 개 이름은 프랑스 영화계의 청춘레전드 소피 마르소에 대한 결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걸 개소리라고 한다.) 문학작품 속 개소리 어록 “우리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개처럼 죽을 것이다.” 해밍웨이의 개소리다. 소설 ‘심판’(혹은 '소송')에서는 주인공이 이유도 모르고 처형되면서 “개같이...”라는 외마디를 남긴다. 카프카의 개소리다. 세르반테스의 개소리 세르반테스의 ‘개들이 ..

책소개/개소리 2024.10.08

코박홍 사진의 과공비례 : 홍준표 의문의 1패

홍준표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해서 연일 한동훈 당대표후보를 공격하다 느닷없이 유승민 전의원의 ‘코박홍’ 일격에 의문의 1패를 당했다.  홍 시장은 한 후보가 성공하면(당대표 당선)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되는 반면에 실패하면(당대표 낙선)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저주성 발언을 하면서 배신의 정치를 거론하며 유 전의원을 끌어들였다. 심심찮게 ‘배신의 아이콘’처럼 동네북이 된 유 전의원이 발끈해서 페이스북에 두 장의 사진을 올렸다. 이른바 ‘코박홍’의 진상이다. 현직 광역단체장이 대통령에게 코가 땅에 박히도록 90도 큰 절을 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담은 사진이다.  유 전의원은 홍 시장의 도발을 언제든지 받아들이겠다면서 홍 시장이야말로 윤 대통령이 힘이 빠지면 등에 칼을 꽂..

허은아, 조국 9찍 패러디 : 구찌 대신 구치소

정치풍자와 패러디는 힘 없는(?) 유권자들의 것인데, 선거판에서는 경쟁상대를 조롱하고 비방하는 수단으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래도 터무니 없는 개소리나 야비한 험담 및 욕설보다는 낫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는 이 제도를 통해 다당제의 단초를 마련하려던 제3당들이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조국혁신당이 유력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비례대표 투표의 제1당으로 떠올랐다.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조국 대표는 “윤석열정권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대파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현직 대통령의 광대짓으로 촉발된 ‘대파 875원’ 논란을 풍자한 것이다.  이어서 ‘국힘당이 대파될 것’, ‘4월10일에 대파산될 것’ 등으로 대파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   기세가 오른 조 대표는 자신의 SN..

대파 875원의 진상 : 윤석열 '의문의 1패'

NH 하나로마트의 대파 반짝 할인에 전국이 시끄럽다. 먹거리 장터에서 농촌과 도시의 가교가 되어야 할 하나로마트는 각 지역별로 다른 가격으로 고물가를 부추기면서 느닷없는 대파 할인으로 논란을 초래했다.  졸지에 대파가 이번 총선의 포토제닉으로 떠올랐다. 이렇게 각광을 받기까지 종의 탄생 이후 얼마나 장구한 세월이 흘렀는가. 대파는 '의문의 1승'에 당혹스러울 뿐이다. '대파 만세, 대한민국 만세'다.  ‘대파 대목’의 횡재수와 손재수대파 헬멧, 대파 틀막대파를 마음 속에, 대파혁명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해고해 버리자” 기염대장동사건 등 관련 불구속 기소1심 재판 등 사법리스크 및 범죄자 논란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대파하자” 기염입시비리 등 관련 불구속 기소2심 징역 2년 선고 등 사법리스크와 범죄자 논..

강규태 판사의 '사또' 개소리 : 사법방해 논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 재판장 강규태 부장판사(71년생)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돌연 사표를 제출해서 거센 비난과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데 강 판사는 시민들의 의심과 비난에 대해 서강대 법학과 동기들에게 증인이 50명이라 재판이 어렵다는 둥, 자신이 조선시대 사또가 아니라는 둥 넋두리를 늘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동문서답을 하는 것을 개소리라고 한다. 그가 “이젠 자유다.”고 했다니 司法府에 대한 힐난은 私法府라는 조롱을 넘어 死法府라는 탄식을 초래했다.  그의 개소리에는 무책임을 넘어 본질적으로 책임전가를 담고 있다.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재판장이 된 후임자는 사건을 구재성해야 하고, 원고와 피고의 대리인은 이중으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책소개/개소리 2024.01.10

유창훈 판사의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양면성

27일 법원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일부 범죄혐의가 소명되지만, 현직 야당대표를 당장 구속할 만큼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판사는 앞서 윤관석 의원 등에 대한 구속영장심사에서도 비슷한 논리로 기각했으나, 같은 법원의 윤재남 영장전담 판사는 윤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검사동일체 원칙과 달리 판사들은 제 각각 상이한 결정을 내린다. 이번 기각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것이다.  유 판사가 밝힌 영장기각 사유에서 백현동 의혹관련 배임혐의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1억5천만원?

오랫동안 언론계에 몸담았던 전 언론노련 위원장의 책(시리즈 3권)이 1억 6500만원에 팔려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신학림 전 위원장은 최근 김만배로부터 1억 6500만원이 자신의 저서에 대한 책값이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책은 2020년에 발간된 로 언론계, 재계, 정계의 혼맥에 관한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1권당 5000만원의 값어치가 있다는 이 책은 교보문고, 알라딘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일체 판매하지 않고,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공공도서관에도 전혀 납본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책이 아니라 사적으로 특별한 자료집이거나 특이한 비결서와 같은 셈이다. 김만배가 “10억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는 이 책은 유익한 정보와 지식을 담은 서적일수록 널리 읽혀져야 한다는 일반의..

개소리에 대하여, 프랭크퍼트 타계

미국의 윤리철학자이자 국내에서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의 저자로 알려진 프랭크퍼트(Harry G. Frankfurt, 94) 명예교수가 지난 7월 16일 타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평생에 걸쳐 인간의 의지와 기만에 관해 탐구했다고 전했다. 그를 세계에 널리 알린 소책자, ‘On Bullshit'에 관한 대목에서는 ’부정직(dishonesty)’을 키워드로 다루었다.  프랭크퍼트는 1929년에 미국의 어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유대계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됐으나, 어린 시절에 미국의 대공황이 덮쳐 양아버지가 실직하면서 가정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히브리어 언어학자의 딸이자 미국 템플대에서 음악을 전공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피아노를 어릴 적에 배울..

책소개/개소리 2023.08.10

내 아이 기분 상해죄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철부지 어린애를 무턱대고 애지중지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교육현장과 사회적 여건상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과거에는 주로 중고교에서 남성 교사들의 과도한 체벌, 사실상 학생들에 대한 폭력이 심각했다면, 지금은 주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여성 교사들에 가하는 유무형의 폭력이 심각한 양상이다.  최근에 불거진 어린 학생들의 초등학교 여교사에 대한 폭력사건과 초등학교 여교사의 자살사건은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들의 교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한다.  태어난 처음으로 자신의 아이를 낳아 기르고 학교에 보내는 새로운 세대의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자가학습이든 공적인 개입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