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개소리

박지원의 개소리 논란 : 토리 입양, 진돗개 개조

twinkoreas studycamp 2025. 1. 18. 01:01

 
1월 12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이 전국민에게 20만원~30만원씩 내란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적잖은 네티즌들이 개소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인데 한동훈 대표가 사퇴한 국민의힘도 대표의 권한대행인 셈이고, 조국 대표가 구속된 조국당도 대표의 권한대행인 모양이다.
 
또한 이준석 의원과 허은아 대표가 이전투구를 벌이는 개혁신당도 조만간 대표의 권한대행이 나올 법한데, 더불어민주당도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오기 시작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대표의 권한대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합심하여 대행체제를 알뜰하게 가꾸는 ‘권한대행의 시즌’이 도래한 셈이다.
 
내란회복지원금이란 명칭은 국민들이 내란으로 속앓이를 하고 소비지출도 위축되었으니 코로나사태 당시에 지급되었던 지역상품권(카드충전 포함)과 같은 형태로 지원금을 나눠주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전국민 대상 국고지원금은 총량적으로 거액이기도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사용결정권의 제한(물품구입 전용 쿠폰 및 충전), 사용처의 제한(편의성 제한), 사용기간의 제한(단기소진), 소비자물가의 앙등 조장, 음성적인 현금할인(도박장 등)으로 인해 비용 대비 정책효과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계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속하는 국내의 경제양극화를 고려할 때 전국민 일괄지급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지속돼 왔다.
 
또한 ‘내란회복지원금’이란 명칭이 갖는 그로테스크한 뉘앙스도 문제다. 내란을 회복하자는 것인가, 내란이란 표현에 거리를 두는 국민들은 받지 말라는 것인가, 지금의 상황이 거대야당의 줄탄핵 등을 비롯해 견제를 넘어 과도한 행태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환영할 만한 명칭인가?

일본처럼 '소비쿠폰' 등으로 하면 될 일을 '내란 프레임'으로 논란과 반발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순재의 소피 윤석열의 토리

 

 

 

박지원의 개소리

 

 

박지원(42년생) : 윤과 김 수감 후 ‘토리 입양’ 박지원(42년생) : 토리를 ‘진돗개’로 개조









 
원로가수의 개소리, 민주당 인사들의 개소리
 
나훈아 원로가수가 은퇴공연 중에 “왼쪽, 너는 잘했냐?”고 한 것은 일종의 풍자인데, 이를 두고 자신의 정체성을 왼쪽으로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발끈했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내란 시국에서 양비론으로 물타기를 하면 안된다고 면박을 주었다. 김원이, 이언주, 최민희 의원 등이 가세했다. 이에 나 가수는 민주당 인사들의 비난이 확산되자 12일 마지막 자리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선거할 때 보면 한쪽은 벌겋고, 한쪽은 퍼렇고,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거다. 안 그래도 작은 땅에. 1년 만 내게 시간을 주면 경상도 출신은 전라도에, 전라도 출신은 경상도에서 국회의원에 나가도록 법으로 정하게 하겠다. 동서화합이 돼야 한다. 우리 후세에 이런 나라를 물려주면 절대 안 된다. 갈라치긴 안 된다.”

 

나훈아 가수의 풍자가 개소리인가, 민주당 인사들이 개소리인가? 한국 민주주의가 ‘가치의 다원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라면, 지금 시국이 계란으로 쳐서 네란이 아니라 한판이라도 다른 의견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정치가 선악이 아니라 좀더 나은 선택지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양비론이 아니라 삼비론, 사비론이라도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거창하게 민주주의를 말하기 이전에 인간본연의 양심적 자유에 속한다.
 
 
개소리의 심급(審級)
 
1. 자연으로서 개소리
 
90세에 달한 이순재 원로배우가 하마터면 그의 유작이 될 뻔한 KBS 드라마 ‘개소리’에서 주연으로 열연한 공로에 따라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 배우는 극 중에 등장한 소피를 비롯한 개들의 공로를 언급함으로써 훈훈하게 반려견들의 심금을 울렸다. 드라마 ‘개소리’에서는 개의 소리가 사람의 말처럼 들린다. 흔히 문학작품에서 등장했던 의인화된 ‘말하는 개’와 같은 맥락이다.
 
드라마 ‘개소리’의 귀여운 개소리들은 강아지를 자식으로 생각하는 ‘반려견의 시대’에 부합하는 인격화된 개소리다. 그런데도 ‘술만 먹으면 개가 된다’는 말이나 ‘개만도 못한 인간’이란 말이 전해지는 것은 왠일인가? 개들은 이런 풍자를 싫어한다. 개들은 술을 먹지 않는다.
 
키게로가 “노예의 꿈은 자유인이 아니라 자기의 노예를 갖는 것이다.”라고 했다는데, 그렇다고 해서 개의 꿈은 자유견이 아니라 자신의 개를 갖는 것일까?
 
 
2. 풍자로서 개소리
 

 
 
오징어게임 2(7부작)에서도 전반부에 개소리라는 말이 작렬하는 대목이 여러 차례 나온다. 오겜 1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개소리라고 맞받아치거나, 개소리하지 말라고 야유하는 것은 ‘풍자로서 개소리’다.
 
어떤 일일드라마에서는 여주인공이 오래 전에 갈라선 남성이 나타나 수작을 부리자 “개소리 하지 마.”라고 일갈한다. ‘야인시대’에서 남주인공은 “개소리 집어치워.”라고, ‘태왕사신기’의 흑개는 “이게 뭔 개소리야.”라고 포효한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북측 대사관 직원이 “개소리 말라우!”라고 소리친다. ‘오징어 게임’에서도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알리가 미녀의 ‘개소리’ 대사를 흉내낸다.
 

 
누군가에게 ‘개소리’라는 말을 발화(發話)하는 것 자체가 상대의 말이 개소리라는 실체적 진실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개소리 하지 마’ 혹은 ‘개소리 집어치워’라고 할 때의 ‘개소리’란 말은 상대를 비꼬거나 야유하려는 풍자(satire)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급우에게 개소리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는 대부분 언어적 유희로 이해할 수 있다. 딸이 엄마의 ‘사랑의 잔소리(?)’에 대해 개소리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발칙한 항명’의 연성화된 시그널이다.
 
 
 

오래 전에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말을 유행시킨 농심라면이 재판매된다고 한다. 다가족 시대의 형제간 우애에 대한 향수를 담은 마케팅은 당시에 성공적이었으나, 저출산 시대의 형제가 없는 세대에겐 공허하게 들릴 지도 모른다. 또한 여야와 지지자들은 사법처리에 대해 서로를 향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구속)'를 외치고 있다. 수상한 시국에 레트로 농심에 담긴 풍자적 역설이다.

 
 
 
3. 기만으로서 개소리 
 
언어철학자 블랙(Max Black)은 과거 영국의 학생들이 수업시간을 잘못 울린 종소리를 지칭했던 말에서 연유하는 Humbug라는 말을 통해서 개소리에 관한 선구적 지평을 열었다. 프랭크퍼크는 이를 보다 철학적으로 정교하게 재정리하면서 Bullshit이란 말을 통해 개소리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과 경각심을 촉발했다. 국내에서 'On Bullshit'을 ‘개소리에 대하여’로 번역함으로써 bullshit과 개소리가 등치화됐지만, 한국인들이 애용하는 ‘개소리’의 맥락과 뉘앙스에서 세 번째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거짓에 대한 무관심이나 진리값에 대한 무관심이 개소리를 촉발한다는 철학적 논지는 개소리의 무목적성으로 오인되기 쉽지만, bullshit에 관한 실증적 접근에서는 개소리의 목적성이 대부분 기만(deception)으로 수렴된다. 또한 진화심리학의 관점을 고려하면, 개소리는 자기기만(self-deception)이나 자신의 인지부하를 외부에 전가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하고 생존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망각의 역설적 효능처럼 인간의 진화적 관성이 담겨있다.
 

'투견도'에서의 개는 인간의 폭력성이 투영된다. 최종심급의 개소리도 그러하다. "개에게서 인간을 보게 된다."

 
 
개소리란 무엇인가?
 
개가 짖는 소리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아무리 작은 개라도 시끄럽다.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에서 정겹게 말하는 개들은 신기하고 귀엽다. 아마도 AI가 개소리와 새소리를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여기까지가 자연으로서 개소리의 심급이다.
 
일상에서 ‘개소리’라고 지칭하는 것은 상대의 어떤 말에 대한 불찬성이나 항변을 담은 풍자다. 상대의 말이 진리값에 대한 무관심이나 기만성이 없더라도 자신이 듣기에 거북하면 개소리라는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헛소리, 뻘소리(전라도 방언)와 같이 일종의 언어의 유희로 이해될 수 있다. 여기까지는 풍자로서 개소리의 심급이다.
 
물론 상대의 말을 악의적으로 개소리라고 비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는 개소리라고 말하는 것이 실은 개소리라고 할 것이다.
 
반면에 정치와 경제에서 난무하는 개소리는 그럴듯한 논리적 외관을 갖추고, 심지어는 풍자의 언술로 대중을 현혹한다. 정치권에서 ‘사필귀정’이라는 사자성어를 쓰는 경우는 진리값에 대한 무관심 정도가 아니라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는 특히 개소리를 용인할 준비가 되어 있는 대중에게 위력적이다. 이것이 흑언(黑言)의 최고심급으로서 정치적 개소리, 특히 권력의 개소리다.
 

 

"개소리의 진정한 위험은 과장이나 허풍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를 정당화하는 비윤리적 태도를 강화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