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언론계에 몸담았던 전 언론노련 위원장의 책(시리즈 3권)이 1억 6500만원에 팔려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신학림 전 위원장은 최근 김만배로부터 1억 6500만원이 자신의 저서에 대한 책값이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책은 2020년에 발간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로 언론계, 재계, 정계의 혼맥에 관한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1권당 5000만원의 값어치가 있다는 이 책은 교보문고, 알라딘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일체 판매하지 않고,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공공도서관에도 전혀 납본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책이 아니라 사적으로 특별한 자료집이거나 특이한 비결서와 같은 셈이다.
김만배가 “10억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는 이 책은 유익한 정보와 지식을 담은 서적일수록 널리 읽혀져야 한다는 일반의 상식과는 달리 극소수(2명?)에게만 읽혀진 셈이다.
서적은 면세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았을 것이고, 사적 거래로 책을 팔았기 때문에 세금에 관한 신고나 납부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 전위원장이 부가가치세를 더해 1억65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으니, 아마도 세금 신고 및 납부를 한 모양이다.
책을 발간한 출판사가 아니라 저자와 직거래로 거금을 전달하는 방식은 저자에게 얼마나 고맙고 신통한 방법인가? 하지만 이런 방식의 서적판매가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문제가 된 사례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신학용 전 의원은 2013년 출판기념회의 책값으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336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10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3360만원은 출판기념회의 의례적 찬조금으로 보기에 지나칠 정도의 고액이라고 판시했다.
반면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재직시 업계 관계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건에서 자신의 저서 100권을 198만원에 판매한 것에 대해서도 기소됐는데, 법원은 정가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아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어떤 의원들은 의원회관에서 자신의 책을 정가대로 판매한 것도 문제가 돼 총선 출마를 포기한 경우가 있다.
신 전 위원장의 책값은 액수 자체보다도 거액의 책값을 치른 당사자인 김만배의 인터뷰를 뉴스타파가 대서특필한 사건과 연계되면서 이른바 정치공작, 선거공작의 논란을 초래했다.
지난 대선을 앞둔 마지막 토요일 밤에 뉴스타파는 신 전 위원장의 제보 형식으로 김만배와의 인터뷰를 다루었는데, 핵심요지는 대장동 몸통이 당시 윤석열 후보라는 것이었다.
이 보도가 나간 직후에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가 이를 이어받아 같은 내용을 집중보도했다. 그 이후 민주당은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대대적으로 역공에 나섰다.
JTBC 공식사과 : '커피한잔 무죄방면'은 팩트체크, 크로스체크 없었다.
JTBC는 6일 저녁뉴스에서 봉지욱 기자(2022년 10월 퇴사 후 뉴스타파로 이직)가 대선 당시 스튜디오에 나와 조우형을 2시간 인터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JTBC는 조우형이 담당검사는 박모 검사라고 밝혔음에도 봉 기자가 주임검사(윤석열)가 커피를 타줬다는 말을 들었다는 남욱의 말을 보도한 점 등에 대해 사과했다. 방송사가 중대한 선거보도에서 팩트체크, 크로스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그러나 조우형이 2021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중수 2과장을 만난 적이 없고 남욱에게 윤 과장이 커피를 타줬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고 진술한 점을 봉 기자가 알고도 고의로 기사에 누락한 것인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만약 봉 기자가 상충되는 진술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일방적인 보도를 강행했다면 조작보도 및 선거공작의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대선정국 막판을 강타했던 이른바 ‘커피한잔 무죄방면’은 허위조작의 산물이었을 가능성이 짙어지는 가운데, 문제가 되는 보도를 했던 주요 방송사들이 녹취록 원본을 받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변명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혼선을 줘서 유감이라는 궤변을 답습했다. 팩트체크 등 기본적 보도윤리와 정치적 호불호 사이에서 혼선에 빠졌던 것은 방송사가 아닐까?
지금 언론과 국민의 관계를 풍자하면 "치킨은 살찌지 않아요. 살은 내가 쪄요."라는 말이 떠오른다. 국민들이 무슨 혼선에 빠졌다는 것인가? 국민들은 속아넘어가고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일방적으로 농락 당한 것이다.
방송사들이 혼선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뻔뻔하고 오만한 자세라는 힐난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당시에 시간을 다퉈 대서특필했던 이른바 ‘한경오’(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오마이뉴스)는 별다른 소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신념윤리'가 책임윤리를 압도하는 조직문화에서 기자의 객관적이고 냉정한 태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증인가?
좌우불문 언론계 진영논리 조작보도 풍조 ... 일대쇄신 시급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드러나겠지만, 언론계의 원로급 인사가 상식에 벗어난 책값을 강변하는 것도 볼썽사납지만 그런 거액을 준 사람의 진술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게 만든 것은 진영논리에 포획된 한국 언론계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에 담긴 문제점들은 특정 언론이나 정파만의 탓은 아닐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빙산의 일각이다. 팩트체크를 하지 않고, 아예 새로운 팩트를 만들려고 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언론계의 그렇듯한 개소리는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대중의 감수성을 마비시키고 정치를 퇴행시킨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영의 논리를 거의 조작수준으로 관철시키려드는 썩어빠진 풍조에 일대 쇄신이 필요하다.
뉴스타파가 회심의 반격처럼 공개한 녹취록 전문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오가지만, 김만배의 Memorable Sentence에 담긴 4개의 키워드는 인터뷰의 취지와 의도를 압축하고 있다. 잠잠, 고문료, 편하게, 부정한 회사... 그런데 마지막 한마디는 왠지 가스라이팅(gaslighting)처럼 다가온다. "알았지?"
"이거 좀 잠잠해지면 고문료나 많이 가져가서 형 편하게 살아. 부정한 회사 아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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