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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수상의 건설적 관여론

4월 24일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여 미얀마사태에 대한 동남아 국가들의 관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수상이 미얀마 군부가 외부의 관여를 차단하는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정 불간섭 원칙’에 대응하여 아세안의 '건설적 관여론'를 적극적으로 피력한 대목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 미얀마의 폭압적 사태는 더 이상 내정간섭이나 주권제한이라는 방패막으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관여를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는 조명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무히딘 야신, ‘건설적 관여'의 정당성 설파 동남아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이번 정상회의에서 선도적 역할을 한 주인공은 무히딘 야신(Muhyiddin Yassin) 말레이시아 수상이다. 그는 미얀마사태에 대해서 아세..

1951년 4월 임진강전투, 가평전투 70주년

2020년에서 2023년까지는 한국전쟁 3년에 벌어졌던 일들이 차례로 70주년을 맞이한다. 지난해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행사, 올해는 1.4 후퇴 이후 전투와 관련된 70주년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2023년에는 정전협정 70주년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4월을 맞이하여 한국 정부는 영국과는 임진강전투, 호주․캐나다와는 가평전투의 7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1951년 : 오산과 미비로 인한 전쟁 연장 1951년이 70년 후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쌍방이 1년에 끝낼 수도 있었을 전쟁을 3년 동안 연장한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1950년 9월 27일 미 합동참모본부는 세 가지 명령을 하달하였다. “첫째, 조선 인민군을 분쇄하라. 둘째, 최대한 이승만 대통령의 체제로 한반도를 통일시켜라. 셋째, 소연방(..

중견국가(1) : 경항모 도입과 무위

한국의 군사적 수준은 어느 정도가 합리적일까? 한국 군대의 전략자산은 어느 수준까지 추구하는 것이 적당한 것일까? “조선의 명백한 핵무장 이전에는 조선의 전사적 협상윤리(warrior negotiation ethics)에 기초한 벼랑끝 외교(diplomacy of brinkmanship)와 한반도 지정학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조건에서 한국의 패리는 불가피성과 정당성이 존재한다. 한반도 국가이성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외교적 패배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국가의 평화라는 실리를 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의 핵무장이 고도화되는 시기(2017년~2020년)에도 이러한 패리가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70년 전 한국전쟁과 같은 동존상잔(fratricidal war)을 다시 반복..

끄레믈의 서기장들(Ⅰ) : 흐루쇼프의 명암

김태항(정치학 박사) 니끼타 쎄르게이비치 흐루쇼프(Н. С. Хрущёв) 3 스딸린교 광신도의 이단 행위 1956년 2월, 소련과 세계 공산주의 역사에서 전환기적 의미를 지니는 쇼킹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외 55개국의 공산당 대표들도 참석한 소련 공산당 제20차 전당대회에서, 흐루쇼프는 스딸린의 ‘자본주의 포위론’과 ‘전쟁 불가피론’을 비판했는데, 이는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평화공존(peaceful coexistence)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었다. 아울러 모든 사회주의 국가는 소련을 따라야 한다는 스딸린주의를 부정하면서, ‘사회주의로의 다양한 길’을 설파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장면은 당대회 마지막 날, 흐루쇼프가 스딸린의 전제정치와 강요된 개인숭배, 신격화를 맹렬히 비난했다는 것이다. 스딸린교의 열혈 ..

북핵의 성격(4) 조선의 지역강국론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가 공개한 (Countering the Risks of North Korean Nuclear Weapons)에서는 조선(북한)의 궁극적 국가전략이 지역강국으로서 강성대국이라고 규정하였다. 이 보고서는 “김정일은 사망하기 전 유훈으로 김정은에게 ‘조국통일은 우리 일가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김정일은 아들 김정은에게 44개 조항을 담은 유서를 남겼다”면서,그 중에서 특히 중요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핵,장거리 미싸일,생화학 무기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충분히 보유하는 것이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임을 명심하고 조금도 방심하지 말 것. 조국을 통일해야 한다. 조국을 통일하는 문제는 우리 가문의 종국적 목표이다. 정은이 대에 안 되면 그 후대에 가서라도 무조건 통..

북핵의 성격(3) 2027년 최대 242개 전망

북핵의 규모가 2027년 경에 최대 200여개에 달하고, 북한(이하 ‘조선’)은 핵무력을 앞세워 한반도 통일을 주도하여 역내 강국(강성대국으로서 지역강국)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에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가 공동으로 작성한 (Countering the Risks of North Korean Nuclear Weapons)에 따르면, 조선은 6년 후인 2027년 쯤에 핵무기 최대 2백여개와 수십 기의 ICBM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측은 조선이 2020년 기준으로 핵무기를 최소 30개~45개에서 최대 67개~116개까지 보유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기저 효과를 고려하여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적용하여 매년 증가분을 산입하면 최대 242개라는 추정치가 나올 수 있다...

끄레믈의 서기장들(Ⅰ) : 흐루쇼프와 베리야

김태항(정치학 박사) 니끼타 쎄르게이비치 흐루쇼프(Н. С. Хрущёв) - 2 흙수저 흐루쇼프의 인간승리 흐루쇼프는 1894년 우끄라이나 접경지역인 제정 러시아의 꾸르스크주 깔리노프카에서 전형적인 하층계급의 흙수저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농부이자 파트타임 광부였고, 할아버지는 농노 출신이었다. 어린 흐루쇼프는 빈한한 가정환경 때문에 동네 지주의 소와 돼지들을 돌보면서 푼돈을 벌었다. 흐루쇼프가 14세가 되던 해인 1908년, 가족은 석탄과 철강산업이 발달한 우끄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중심지인 유조프카(오늘날 도네츠크) 부근으로 이사 갔다. 이 때문에 일부 문헌에서는 흐루쇼프를 우끄라이나 출생으로 소개하지만, 러시아 출신이 맞다. 배관공, 석탄 광부 등을 전전하던 흐루쇼프는 1918년 볼셰비키당에 입..

북핵의 성격(2) 비핵화는 미션 임파셔블

4월 7일 젠 사키(Jennifer Psaki) 백악관 대변인은 비핵화를 향한 길로 인도하는 것이라면 북한(이하 조선)과의 일정한 형태의 외교를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되풀이하기 보다는 단계적인 외교적 해법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 게리 세이모어 전 NSC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미국의 소리) 인터뷰에서 물리력이나 제재를 통한 압박은 실효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외교전략이 타당하고 유일한 옵션이라고 주장했다. 가공할 피해에 대한 남한(이하 한국)의 우려로 인하여 군사력 사용이 불가능하고, 제재압박도 중국의 비협조로 공허한 위협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가와 학계에서는 대체로 조선이 일정..

끄레믈의 서기장들(Ⅰ) : 흐루쇼프

끄레믈의 서기장들 김태항(정치학 박사) 1. 니끼타 쎄르게이비치 흐루쇼프(Н.С.Хрущёв) 흐루쇼프는 1953년 3월 스딸린 사망 후 스딸린의 참모 진영에서 조용히 권력의 정점에 섰다가, 1964년 동료들과 자신의 핵심 참모들에 의해 조용히 숙청을 당한 독특한 인물이다. 흐루쇼프는 소비에트연방공화국 역사에서 정치적 격변에 따른 동료들 처형이라는 유혈 숙청의 악습을 없앤 최초의 인물이다. 물론 말렌꼬프와 손잡고 베리야(Л.П.Берия)는 처단했지만, 자신이 숙청한 나머지 세력들은 죽이지 않았다. 한직에 떠돌게 하다가 당에서 축출했을 뿐이다. 이래서인지는 몰라도 흐루쇼프 역시 실각당할 당시 투표를 통한 무혈 궁정쿠데타에 의해 신사적인(?) 방식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흐루쇼프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소..

채현국 어른과 제대로 늙는 문제

지난 4월 2일 채현국 효암학원 명예이사장이 타계하였다. 고인은 평소에 스스로를 비틀비틀 살아온 인생이라고 하였지만, 세상은 그를 제대로 늙은 어른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늙음은 곧 달아빠짐, 낡음을 연상케 하지만, 고인은 젊은이들에게 늙음이 곧 낡음이 아니라는 인상을 남겨주었다. 그는 평소에 젊은 세대에게 “저런 노인들을 잘 봐두라. 너희들도 까딱하면 저 꼴이 되니 저렇게 되지 않으려면 잘 봐두라”고 경종을 울리곤 했다. “아비들이 처음부터 썩은 놈은 아니었어. 그놈도 예전엔 아들이었는데 아비 되고 난 다음에 썩는다고...” 고인에 대한 책으로는 (김주완)이 있지만,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고인은 자신에 대해서 한 권의 책도 쓰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 책을 쓰는 것을 스스로 미화하는 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