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북핵의 성격

북핵의 성격(2) 비핵화는 미션 임파셔블

twinkoreas studycamp 2021. 4. 8. 17:29

 

4월 7일 젠 사키(Jennifer Psaki) 백악관 대변인은 비핵화를 향한 길로 인도하는 것이라면 북한(이하 조선)과의 일정한 형태의 외교를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되풀이하기 보다는 단계적인 외교적 해법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 게리 세이모어 전 NSC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미국의 소리) 인터뷰에서 물리력이나 제재를 통한 압박은 실효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외교전략이 타당하고 유일한 옵션이라고 주장했다.

 

가공할 피해에 대한 남한(이하 한국)의 우려로 인하여 군사력 사용이 불가능하고, 제재압박도 중국의 비협조로 공허한 위협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가와 학계에서는 대체로 조선이 일정한 양보를 할 경우에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완화를 비롯한 단계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고, 한국 정부도 이러한 방식을 선호한다고 본다. 하지만 조선은 바이든 행정부의 접촉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한미연합훈련 재개에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

 

북핵문제를 둘러싼 남북미 협상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왔던 길을 반복하며 무한 연장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파격적인 접근도 결국은 비결정 상태로 끝났고, 바이든 행정부는 역대 정부의 전철을 답습할 가능성이 많다.

 

 

윌리엄 페리(Wikipedia)

 

페리(William J. Perry) 전 대북정책 조정관은 비핵화를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으로 규정하고, 조선이 핵보유국이란 점을 전제한 기초 위에서 조선의 정상국가화를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의 이해 : 대북협상과 교류경험 공유’ 컨퍼런스, 2020.12.2).

 

바이든 행정부가 조선의 핵무기고 수준이라도 파악하려면 핵 동결협상이 불가피하다. 카스트로(Joaquin Castro) 미 하원 외교위원회 부위원장도 핵물질·미사일 생산의 검증 가능한 동결에서 출발하여 점진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보았다(중앙일보·CSIS 포럼, 2020.12.15).

 

제제 및 봉쇄로 인하여 경제적 난관에 처한 매도자(seller)가 시간과의 싸움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결국은 매수자의 우위(buyer advantage)로 귀결될 것이라는 가정은 방대한 경제적 기반을 구축한 배후국가(중국)로 인하여 현실성이 희박해졌다.

 

과거의 핵협상에서 파키스탄(매도자)은 미국(매수자)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핵보유국으로 묵인되었고, 소연방해체 이후 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의 거래(비핵화)도 러시아의 양해와 미국의 반대급부를 전제했다는 점에서 매도자 우위(seller advantage)의 성격이 더 강하다. 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제도적 방안은 한반도 비핵지대화(NFZ) 외에는 현실적인 가능성이 희박하다.

 

일각에서는 핵 불능화를 위한 군사적 작전을 제기해 왔지만, 조선이 그런 시나리오에 대비하여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체계를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시킨 상태에서 정밀폭격이나 지상군 투입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역내의 국제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이 희박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역대 정부는 1994년 1차 핵위기 이후 군사적 수단에 의한 북핵 제거를 반대해 왔다. 또한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정밀폭격 이후 지상군 투입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과 중국은 이러한 경우에 자동으로 발동하는 군사동맹을 유지하고 있다(조중우호협력조약).

 

지난해 이후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에게 조선은 대미 최전선국가로서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졌고, 조선의 역사적 경험(1990년대 고난의 행군)과 내성으로 제재조치의 효과도 의문시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조선은 여력이 있는 한 ‘핵 파워 5’(미·러·중·영·조)에 진입할 때까지 핵증강을 계속할 개연성이 있다.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방안 ?

 

핵클럽 국가들과 비보유국들은 조선의 핵무장을 반대하지만, 조선의 핵포기를 위한 협상전략으로 한국이나 일본의 핵무장을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추진으로 중국을 압박하여 북핵 포기를 유도할 가능성이나 그로 인해 조선이 중국의 압박을 받아들일 것으로 미국이 판단할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한국의 핵무장 논의가 초래할 불확실성을 경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한반도 질서가 유지되는 조건이라면, 한국의 핵무장 여부와 무관하게 조선이 핵무장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간헐적으로 핵무장론이 제기되었다. 2020년 3월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에서 보니 젠킨스(Bonnie D. Jenkins) 전 국무부 위협감소 프로그램 조정관은 조선의 핵무장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부추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고, 스티븐 레이드메이커(Stephen G. Rademaker) 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도 핵우산의 효과와 의존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 해당 국가들이 핵을 개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미 의회조사국(CRS)에서도 동맹국들이 미국의 핵전략과 안전보장을 확신하지 못하면 핵보유의 필요성이 점증할 것이고, 핵보유국인 중·조와 대면한 한·일에서 명백해질 것이라는 관점을 인용하였다(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Nonstrategic Nuclear Weapons, 2020.5).

 

실제로 2020년 11월 김종인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미국의 핵우산이나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반입이 불가능할 경우에 조선이 끝까지 핵무장을 고수하면 한국도 핵무장에 대해 기존의 생각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버웰 벨 전사령관(Wikipedia)

 

이러한 동향에 대해서 버웰 벨(Burwell B. Bell)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성명을 내고 위험성을 상세하게 밝혔다(VOA, 2020.11.26).

 

벨 전 사령관이 제기한 한국의 핵무장 불가론은 핵확산금지에 대한 당위론이나 막연한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인한 고립이 아니라 핵무장이 갖는 군사적 의미와 주변국과의 관계변화에 대한 실질적 우려에 기초한 것이다. 그의 논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핵보유국은 즉각적이고 공격적인 전쟁능력을 갖추게 되고, 핵무기를 방어를 위해서만 쓴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의 군사전략이 기존의 억지와 방어 전략에서 즉각적이며 공세적인 전략으로 이행하게 되고, 미·일·중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저해하여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미국은 공세적 핵무기 능력을 갖춘 나라에 대한 지원을 꺼리기 때문에 한국과의 군사동맹 및 공약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고 종국적으로 핵우산을 철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로써 핵무장한 한국은 중국, 조선, 러시아의 도전에서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상태로 남겨질 것이다.

 

셋째, 역내 파트너인 일본과의 관계를 훼손하고, 일본은 한국을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하여 대응할 것이기 때문에 양국은 전투적 관계로 전환될 것이다.

 

벨 전 사령관은 결론적으로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미·일·러·중에 적대감을 야기하고 미국과 불확실한 동맹상태에서 조선과 마주하는 ‘불안정의 바다’(sea of instability)에 남겨질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북핵 동결 및 중립화의 장기성

 

북핵 중립화의 출발점은 기존 핵의 동결과 핵물질 등의 확산금지이지만, 종착점은 북핵의 폐기를 전제로 ‘한반도 비핵지대’로 설정하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지대는 장기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일몰규정(Sunset regulations), 단계별 스냅백(Snapback) 조항 등을 고려하여 예측 가능한 조건 아래서 ‘행동 대 행동’의 이행절차에 기초하여 쌍방의 신뢰를 담금질해야 한다.

 

북핵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려던 모든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그 정당성 여부를 떠나 조선에 대한 ‘이익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 직후에 나온 ‘상도의’라는 말은 핵개발의 이유와 핵개발에 투입된 장구한 노력을 보상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응이다.

 

조선이 조건부로 핵동결에 동의할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만, 어떤 조건을 부여하는가에 따라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시한을 최단 10년에서 최장 50년을 두고 쌍방이 동의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는 열린 접근이 필요하다.

 

일례로 영국의 홍콩 조차(concession)는 100년이었고, 지난해 한국전력이 제시한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 만료시점은 2050년이었다. 한 회사의 특정한 사업분야를 바꾸는데도 50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또한 핵 억지력과 핵 위협능력이 향후 100년 정도까지 유효할 것으로 바라보는 미국의 관점을 고려한다면, 조선이 필사적으로 개발한 생존무기를 폐기하기까지 50년 정도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반도 영세중립 프로세스가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조선은 스스로 ‘기한이익’(profit in fixed term)을 반납할 수도 있다. 거꾸로 조선이 중립화과정에서 동결 및 확산금지 의무를 위반하면, 중립국 지위 및 안전보장을 박탈하는 ‘기한이익 상실’(Event of Default)의 단서조항(Trigger Clause)을 둘 수도 있다.

 

 

한반도 국가의 존재양식에 대한 논의  

 

 

 

결론적으로 영세무장중립을 이룬 ‘쌍둥이 코리아’(Twin Koreas), ‘한 쌍의 코리아’, ‘남매 코리아’는 미·일과 중·러의 지정학적 이익을 일면 충족하고, 양측의 지정학적 갈등을 일면 완충하는 절충적이고 중도적인 방안으로서, 다자협의 및 국제보장에 의해 쌍방의 중립화가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북핵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조선의 중립화가 ‘북핵 중립’의 필수조건(원인)이라면, 북핵의 중립은 조선 중립화의 충분조건(결과)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핵의 중립화 및 조선의 영세중립은 한반도의 비핵지대 및 한국의 영세중립과 한 쌍을 이루기 때문에 그 자체로 조선체제의 항구적 안전보장에 부합한다. 또한 북핵의 동결과 점진적인 감축 및 국제기구에 의한 감시·통제의 과정과 제재의 완화 및 해제를 연동하여 쌍방의 ‘이익의 균형’(balance of interests)을 추구할 수 있다.

 

영세중립의 국제적 보장을 위한 협의과정에서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주한미군의 역할변경 및 UN 평화유지군으로의 대체시한, 미·일과의 국교수립 등에 대한 일괄적 혹은 순차적 해결이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핵문제 해결의 반대급부는 조선에게 안전보장과 함께 경제적 이행(economic transition)의 조건과 환경을 부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