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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國是)가 실종된 대선, 안철수 공개서신 의의와 한계

2022년 3월9일 대선에서 한반도문제 및 남북관계에 대한 어젠다와 진지한 논의가 실종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당의 후보들이 안보, 국방, 외교 등에 대해서 수많은 정책 및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비판이 나오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종말을 고한 조건에서 한반도문제에 대한 구조적이고 입체적인 국가방략을 제시할 수 있는 비전과 의지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마찬가지다. 둘째는 선거철에 상투적으로 제기하는 국방강화, 군복무자 우대 등은 한반도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입대자의 처우와 관련된 현금지원 공약은 병역의무에 대한 국가의 정당한 보상이란 측면에서 진일보한 ..

한국 경제규모 10위 정점, 2026년 이후 하락

일국이 세계의 중견국가로 자리잡고 제 역할을 다하려면 외교적 역량, 소프트 파워를 비롯한 다양한 비가시적 능력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제력과 군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중견국가로서 한국의 현재적 경제규모와 미래전망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배경이다. 2021년과 2022년의 한국 경제규모는 세계 10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소(CEBR, Centre for Economics and Business Research)의 ‘세계 경제 순위표(WELT) 2022’는 한국의 경제규모가 향후 몇 년 동안 10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2025년을 정점으로 순위가 하향할 것으로 보았다. 인구대국(러시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추격이 본격화되면서 2026년 이후..

미 공화당에서 점화한 종전선언 비토

12월 7일 영 김 의원(1962년·인천)을 비롯한 미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35명이 설리반(Jake Sullivan)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비핵화와 인권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평화에 대한 구속력 있는 보장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종전 및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하는 것은 한반도 및 주변지역과 미국의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동서한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종전선언 결의안을 제출했던 민주당 의원들의 견해와는 상반된 내용들로 점철되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한국전쟁 이후 장구한 세월 동안 지속된 미국 내부의 상이한 관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미국의 양당정치가 한반도문제의 영속적 미해결과 한반도의 ‘최적 긴장(Gold..

우크라이나와 대만 : 허약한 완충국가의 불안

우크라이나는 강대국의 약속에 국가안보를 의탁했지만, 러시아의 반발로 NATO에 가입하지도 못한 채 부다페스트 각서는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덧없이 허공에 흩어지고 있다. 대만은 애치슨라인(미국의 대중·소 도련선)에서 배제되면서 전화의 위기에 놓였다가 한국전쟁으로 장기평화를 누렸으나, 홍콩사태 이후 ‘일국양제’의 허상이 드러나면서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좌불안석이다. 최근 미국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내년에 최대 17만5천명에 달하는 대군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2025년~2027년 사이에 3단계에 걸쳐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브레진스키(Zbigniew K. Brzezinski)와 미어세이머(John J. Mearsheimer)는 한반도와 우크라이나, ..

한국의 소득 불평등 : 프랑스의 2배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의 ‘WORLD INEQUALITY REPORT 2022’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적 부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내적인 불평등과 격차가 커서 서유럽의 선진국과는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이 보고서는 대륙, 국가로 나누어 불평등 문제를 조망했는데, 구체적으로 소득·부·젠더·탄소배출을 척도로 삼았다. 한국인의 평균소득 및 부는 서유럽권에 근접하고 아시아에서 최상위권이지만 하위 50%의 소득은 전체 소득의 1/5에 크게 못미칠 정도로 낮다. 선진국에서 살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큰 국민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한국에서 평등 이슈가 위력을 발휘하는 까닭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20여년의 양극화와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내적 분화가 더욱 구조화되었다. ..

한국의 포용적개발지수 세계 16위

유엔경제사회국(UNDESA)은 사회적 포용을 ‘사회참여의 수단을 늘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포용의 핵심은 집단 정체성으로서 젠더, 인종(피부색), 민족(언어), 사회적 지위, 종교, 장애 여부 등에 따라 배제하지 않고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12월호(KDI)는 포용의 문제와 향후 과제를 짚어보았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적 포용은 OECD 36개국 가운데 26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한국의 글로벌 순위가 15위권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계단 이상 낮은 것이다. 사회적 포용의 순위는 일종의 과락(科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 교수는 사회적 포용을 증진하기 위해서 정부, 시민사회, 사회적 행위자 의 공진화(coevolution)로 나가는 과..

한반도 중립화 논의(9) 오스트리아가 분단과 전쟁을 겪지 않은 이유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오스트리아 국빈방문을 했다. 오스트리아는 한국과 인연이 없는 먼 나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과거에 사돈지간이었다. 오스트리아(Republic of Austria)는 이승만 대통령의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모국이었다는 점과 1950~60년대의 영세중립 논의에서 주요한 모델로 거론되었다는 점에서 한국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한국전쟁에서 한국군이 평양을 점령해서 은닉된 금괴를 노획했다는 비화를 후세에 남겼다. 조선 인민군도 서울을 점령했을 때 한국 정부가 수도를 옮기면서 미처 빼가지 못한 금괴를 노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Sebastian Kurz) 오스트리아 수상은 2017년 총선결과와 연립내각 구성에 따라 당시 31..

한반도 중립화 논의(8) 바르트의 중립에 관한 사유

바르트의 중립에 관한 사유 과거에 덜레스 미 국무장관은 중립주의(neutralism)를 부도덕하다고 비난하였고, 소연방(Soviet Union)은 중립주의자(neutralist)를 자본주의국가들의 들러리라고 조롱하였다. 특정한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사람들에게 중립은 개인주의, 보신주의, 퇴행적, 민족이나 계급에 대한 무관심, 정치적 무심, 회색분자로 받아들여졌다. 바르트(Roland Barthes)는 사회적 의미에서 중립은 영광 밖에 있지만 숙고되어지고 수용되어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중립의 반대로 독단·전염·유일화의 개념을 지목하였다(Neutre : notes de cours au college de France, 1977~78/중립, 김용권 역) 그에게서 중립은 광기와 열광과 같은 사회적 바이러스(soc..

한반도 중립화 논의(7) 영세중립선언 의미와 한계

2021년 3·1절에 사회원로들과 시민들이 독립선언문을 공표했던 태화관 터에서 한반도 영세중립화 선언을 제창했다. 영세중립화 선언의 골자는 남과 북이 서로의 체제를 완전하게 인정하고 중립화를 통해서 ‘코리아 국가연합’을 이루자는 것이고, 이를 위하여 미·중과 세계 각국의 한반도 중립화 지지를 요청한 것이다. (전문) 우리 민족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한다. 이제 우리는 한반도의 중립화를 선언한다. 우리 ‘한반도 중립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8000만 겨레의 염원과 의지를 담는 한반도의 영세중립화를 세계만방에 엄숙히 선언한다. 단언컨대, ‘한반도의 중립화’만이 70년 세월 이 땅에 지속된 한민족 내부의 갈등과 대립을 청산하고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전쟁의 위협과 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이자, 동북아시아의 ..

한반도 중립화 논의(6) 스위스, 오스트리아 영세중립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 국제기구들이 밀집한 모습은 영세중립국가의 위엄을 상징하는 듯하다. 남과 북이 그러한 경지를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의 영역은 아니다. 한반도 국가는 각자 혹은 공동의 노력으로 한반도 중립화에 대한 국제적 동의와 지지를 구할 수 있는 연대와 협력의 네트워크는 잠재성이 큰 편이다. 동아시아에서 베트남과 몽골은 남·북과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공유하는 국가이고, 북의 과거 비동맹운동 역사와 최근 남의 공적원조(ODA) 및 인도적 교류협력은 잠재적으로 한반도 중립화에 대한 전지구적 협력을 기대하게 한다. 한반도 중립화는 DMZ의 평화적 개발에 주변 4대강국과 협력국가들의 참여를 촉진하여 궁극적으로 평화유지군이 필요 없는 비무장지대로 탈바꿈할 수 있는 잠재력의 원천이다. 한반도의 가슴에 박힌 철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