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국가(World Politics)/우크라이나(Ukraine)

우크라이나와 대만 : 허약한 완충국가의 불안

twinkoreas studycamp 2021. 12. 14. 01:23

 

우크라이나는 강대국의 약속에 국가안보를 의탁했지만, 러시아의 반발로 NATO에 가입하지도 못한 채 부다페스트 각서는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덧없이 허공에 흩어지고 있다.

 

대만은 애치슨라인(미국의 대중·소 도련선)에서 배제되면서 전화의 위기에 놓였다가 한국전쟁으로 장기평화를 누렸으나, 홍콩사태 이후 ‘일국양제’의 허상이 드러나면서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좌불안석이다.

 

부다페스트 각서 서명(클린턴, 옐친)

 

최근 미국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내년에 최대 17만5천명에 달하는 대군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2025년~2027년 사이에 3단계에 걸쳐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브레진스키(Zbigniew K. Brzezinski)와 미어세이머(John J. Mearsheimer)는 한반도와 우크라이나, 폴란드를 지정학적으로 가장 위태로운 지역으로 보았다. 브레진스키는 국제정치에서 세 곳의 지정학적 축이 존재하고, 그 중심점에 한반도·우크라이나·아제르바이잔·터키·이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2014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체제변화로 인하여 부다페스트 각서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논리로 크림반도를 침공했다. 만약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과거의 핵무기체계를 유지했다면 러시아는 좀더 신중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대만이 핵개발에 성공했다면 중국은 노골적으로 군사적 수단을 앞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핵사다리를 치우는데 열성적이지만, 허약한 완충국가·분단국가의 안보에 자국의 안녕까지 볼모로 잡힐 생각은 없다. 이러한 근본적 이해관계는 한반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내적 균열요소 : 인종 및 민족문제

 

최근 우크라이나와 대만의 안보불안은 지정학적으로 위태로운 국가들이 무위(武威)를 갖추지 못하면 장기판의 졸(卒)처럼 강대국의 패권정치에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소비에트연방체제에서 독립하면서 갑자기 1900개에 달하는 핵탄두와 2500개의 전술핵을 보유한 세계 3대 핵보유국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체르노빌의 대재앙을 겪은데다가 핵무기 시스템을 모스크바에서 관리해 왔다는 점에서 핵무기를 고집해야 할 명분과 실리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주권수호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핵무기 보유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분명히 존재했다.

 

(dailydefencetoday)

 

1992년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놓고 러시아와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를 겪게 되자 열강의 안전보장 제안을 수용하게 되었다. 1994년 12월 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미국·러시아·영국이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의 핵확산방지조약(NPT) 가입에 상응하는 안전보장을 약속하는 각서를 6개 당사국 대표가 체결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이미 NPT에 가입한 상태였고, 미국의 사파이어 프로젝트에 의해서 핵무기의 양도는 물론이고 핵물질과 연구기술진까지 러시아와 미국의 처분에 따랐다.

 

이후 옛 사회주의 국가들이 NATO에 속속 가입하면서 러시아는 지정학적 신경계를 자극했고, 조지아(그루지아)와 우크라이나까지 NATO에 가입하려고 하자 이런 저런 명분으로 군사적 압력을 가하고 실제로 침공을 강행했다.

 

(The Sun)

 

미국와 NATO가 러시아를 순치시키려던 구상들은 푸틴의 등장과 러시아경제의 지구력으로 좌절되었고, 푸틴의 러시아는 ‘범슬라브 대연방’의 복구를 꿈꾸는 듯하다. 시진핑의 중국은 대만이 평화적 통일을 거부한다면 무력으로라도 통일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만 국방부는 ‘2025년 중국의 대만 침입에 대비한 대만군 전력강화 계획’이란 보고서에서 중국이 2025년부터 본격적인 군사적 행동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했다.

 

G7이 러시아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미국은 중국에 결연한 입장을 밝혔지만, 유사시에 우크라이나와 대만의 안전보장이 실제로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 일국의 존망은 아프카니스탄에서 드러난 것처럼 우호적인 강대국들의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비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주권수호의 의지와 군사적 방어능력이 없는 허약한 완충국가는 비참한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이다.

 

부다페스트 각서와 일국양제는 점차 비현실적인 구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종전선언-비핵화-평화협정’이라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로드맵은 얼마나 더 현실적인가?

 

남북기본합의서 30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우크라이나와 대만의 위태로운 정세가 한반도에 던지는 시사점은 평화체제 로드맵의 당위성에 기초한 A플랜과 별개로 조선의 핵무장과 한국의 무위에 대한 전환적 사고에 기초해서 ‘실현가능한 절충적 모델’을 끊임없이 강구하는 B플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