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34

마네의 모더니즘, 리얼리즘, 휴머니즘

는 시대와 불화했던 마네를 따뜻한 시각으로 보다 온전하게 살펴보려는 저자의 마음씨가 배여 있다. (2010)의 저자 홍일립은 국내에서 모네, 고흐에 비해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는 마네를 모더니즘의 선구로 다시 세운다. 2010년 인상주의에 대한 사회학적 논의를 총괄한 이후 12년만이다. 이번에도 근대의 여명기에 파리의 화랑가를 강타했던 청년 작가들의 걸출한 작품들을 풍부하게 실었다. 모더니스트 마네 : 시대와의 불화, 모더니즘의 선구자 어떤 평론가들은 “마네의 작품은 어떤 심사에서는 전원 일치로 거절당할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말로 평단의 반응을 요약했다(92쪽). 올랭피아에 대한 혹평은 어찌나 드셌던지 당대를 풍자했던 마네가 도리어 풍자를 당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올랭피아는 후대의 수많은..

책소개 2022.08.20

로저 스트링햄의 한국전쟁 스케치

청년시절에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로저 스트링햄(93)이 당시 전선에서 스케치했던 그림들이 뒤늦게 공개되었다. 한국전쟁유업재단(Korean War Legacy Foundation) 홈페이지에 수록된 60여점 중에서 일부를 소개한다. [출처] https://koreanwarlegacy.org/roger-stringham-artwork Roger Stringham He was born and raised in Berkeley, California, where he developed an affinity for art at an early age. Pursuing his artistic interests, he enrolled in an art school upon graduation from Berkeley H..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정치질서와 정치쇠퇴'

“정치적 쇠퇴는 현직에 있는 정치주역들이 정치시스템 안에 견고하게 담을 쌓고 제도적 변화의 가능성을 봉쇄할 때 생긴다.”(Political decay occurs when incumbent political actors entrench themselves within a political system and block possibilities for institutional change.)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헌팅턴의 정치쇠퇴 이론의 연속선상에서 ‘Political Order and Political Decay’(2015)를 집필하면서, “정치발전은 인간의 사회경제적 발전의 광범한 현상의 한 측면이므로 정치제도의 변화라는 것도 경제성장, 사회적 이동, 정의와 정통성에 관한 이념의 ..

한국의 소나무 : 목신(木神) 사랑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 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소나무를 빼놓고 한반도의 역사와 정취를 서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음은 해림 한정선 화가 겸 작가의 글로 소개된 홍소안 화가의 소나무 그림들이다. 쭉쭉 뻗은 황장목(금강송)이 아니라 가늘게 비틀어지고, 그러나 무지렁이 농투산이의 목숨줄처럼 생을 이어가는 낮게, 그러나 곧게 선 소나무들에 대한 그림과 글이다. (2018년, 홍소안) "그대를 보고 돌아오는 길은 눈을 감아도 환했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온 몸에서 꽃피는 소리가 ..

채현국 어른과 제대로 늙는 문제

지난 4월 2일 채현국 효암학원 명예이사장이 타계하였다. 고인은 평소에 스스로를 비틀비틀 살아온 인생이라고 하였지만, 세상은 그를 제대로 늙은 어른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늙음은 곧 달아빠짐, 낡음을 연상케 하지만, 고인은 젊은이들에게 늙음이 곧 낡음이 아니라는 인상을 남겨주었다. 그는 평소에 젊은 세대에게 “저런 노인들을 잘 봐두라. 너희들도 까딱하면 저 꼴이 되니 저렇게 되지 않으려면 잘 봐두라”고 경종을 울리곤 했다. “아비들이 처음부터 썩은 놈은 아니었어. 그놈도 예전엔 아들이었는데 아비 되고 난 다음에 썩는다고...” 고인에 대한 책으로는 (김주완)이 있지만,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고인은 자신에 대해서 한 권의 책도 쓰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 책을 쓰는 것을 스스로 미화하는 뻔..

미얀마의 비취(Jade)에 투영된 국가의 딜레마

지난 27일 ‘미얀마군의 날’에 민간인에 대한 살상이 자행돼 세계인들이 분노하는 가운데 당일 군부가 연회를 벌이는 자리에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태국의 대표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 최고사령관은 “국가를 위해 쿠데타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국가는 무엇이고, 흘라잉은 "짐이 곧 국가”라고 했던 루이 14세와 어떻게 다른가? 2011년부터 미얀마는 새로운 정부가 무도한 군사독재가 지배하는 버림받은 국가에서 전면적인 정치, 경제 개혁을 통해서 시민국가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이러한 약속은 10년만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국가가 개인에 우선한다는 관념에 기초한 국가..

국가의 딜레마와 국가주의

국가는 과연 진화하는가? 김대식 함석헌평화연구소 부소장 오래 간만에 속이 후련해지는 책을 접했다. 《국가의 딜레마》는 국가의 탄생에서부터 아나키즘에 이르기까지 실로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탄탄한 논리력과 풀이, 그리고 일목요연한 학자들의 주의와 주장을 인용하는 것까지 그 성실성도 잘 갖추고 있는 책이다. 평자는 〈함석헌평화연구소〉와 〈함석헌기념사업회〉의 〈부설 씨ᄋᆞᆯ 사상연구원〉에 속하여 연구를 하지만, 아나키즘을 표방하는 개인적 입장에서 보자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먼저 국가의 실재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그것이 헌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물론 이 헌법이라는 것이 만일 국가권력과 등치되는 것이라면 국가 권력은 국민의 동의에서 나온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지정학의 힘'과 한반도에 대한 상상력

지리는 영속적이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어느 국가에서든 정책형성에서 기본적 결정요소의 하나로 작용한다. 지정학적 인식은 고대부터 존재했지만, 근대 지정학은 영·미를 중심으로 해양패권을 장악한 나라에서 발달했다. 제1차·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토확장을 시도한 독일과 일본에서는 지정학이 팽창과 침략의 논거로 악용되었다. 지정학이란 말은 1900년대에 스웨덴학자 쉘렌(Johan Rudolf Kjellen)이 처음 명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공간에서 지리적 유기체 혹은 현상으로서 국가에 관한 이론을 지정학이라고 정의했다(Kjellen, Staten som lifsform, 1916). 쉘렌에 따르면 영토로서 국가는 지정학(Geopolitics)으로, 국민으로서 국가는 인구학(demography)으로, 가구(..

국가의 딜레마 : '우리의 국가'에 관한 문제

국가의 딜레마 : 플라톤 이후 2500년에 걸친 '개인과 국가'의 문제에 대한 요해 김동기 (‘지정학의 힘’ 저자) 우리는 태어나자 마자 ‘국민’이 된다. 올림픽 시상대에 게양되는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뭉클하고, 울려 퍼지는 애국가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어느 국가의 국민이 되고, 그 국민으로서 자신의 국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숭고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과연 그 국가는 정당한 존재인가? 라고 이 책은 묻는다. 너무나 낯설고 불편하다. 국가는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관계이자 합법적이라고 간주되는 폭력의 수단에 의해서 유지되는 관계”를 토대로 한다. 국가는 다양한 조직과 기구를 갖추고 개인에게 언제든 압도적 힘을 행사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국가적 행위가 정당한 것인지의 여부를 근본..

국가의 딜레마와 인간본성

유럽의 전간기(interwar period : 1918년 11월 11일~1939년 9월 1일)에 등장한 성찰적인 사상가 및 이론가들은 전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였다. 간빙기(interglacial period : 1만1천7백년 전 ~ 현재)에 인류가 문명을 꽃피우고 있지만, 영화 ‘설국열차’에서 보여주듯 빙하기가 다시 도래하면 인류는 전지구적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전쟁은 각종 산업과 의료가 발달하는 전화위복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인류는 간빙기와 전간기의 '평화의 시기'에 번영을 누렸다. ‘국가의 딜레마’(홍일립 저)에서는 국가의 비천한 기원이 인간의 본성과 결부돼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굼플로비츠(Ludwig Gumplowicz)는 인간 무리 간의 종족투쟁과 전쟁이 국가탄생의 시발점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