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한국의 소나무 : 목신사랑

한국의 소나무 : 목신(木神) 사랑

twinkoreas studycamp 2021. 10. 20. 15:20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 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소나무를 빼놓고 한반도의 역사와 정취를 서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음은 해림 한정선 화가 겸 작가의 글로 소개된 홍소안 화가의 소나무 그림들이다.

 

쭉쭉 뻗은 황장목(금강송)이 아니라 가늘게 비틀어지고, 그러나 무지렁이 농투산이의 목숨줄처럼 생을 이어가는 낮게, 그러나 곧게 선 소나무들에 대한 그림과 글이다.

 

 

 <돌아오는 길>(2018년, 홍소안) 

 

"그대를 보고 돌아오는 길은 눈을 감아도 환했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온 몸에서 꽃피는 소리가 났습니다. 세상 모든 길이 그대에게로 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해림 한정선)

 

 

 

<내 사랑>(2012년, 홍소안)

 

"나는요. 여름날 그대 초록양산이 되고 싶어 머리칼 길게 풀어헤치고 있어요. 내 사랑은요. 가장 연약해 다치는 그대 안을 길고 긴 손가락으로 어루만지고 있어요."(내 사랑, 해림 한정선)

 

 

 

소나무 화가로 화단에 알려진 홍소안 작가가 동료 화가인 해림(海林) 한정선 작가의 시를 넣은 도록을 겸한 시화집 <한국의 소나무 - 목신(木神) 사랑>을 발간했다.

 

이번 도록 겸 시화집에는 홍소완 작가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1년 동안 그린 221편의 소나무 작품들에 한정선 작가가 쓴 시 24편이 실려 있다. , 여름, 가을, 겨울을 시간적 배경으로, 산과 들과 강과 해안 절벽 등에 서 있는 다양한 소나무들과, 그 소나무들에 감정을 입힌 시들을 접할 수 있다.

 

홍소안 화가(e대한경제)

 

홍 작가는 30년 이상을 일편단심 소나무만 그려왔다. 대형 화폭 속 그의 소나무는 매우 생생하다. 홍 작가를 오랜 세월 지켜 본 한 작가는 홍 작가의 소나무에 대하여 인간의 자존과 삶의 의지로서의 메타포이며 한계상황에 직면해 살아가는 존재임과 동시에 끈기의 표상이라고 평했다.

 

한 작가는 장엄한 얼굴로 감상자를 압도하는 대형 화폭 속 소나무는 고난과 시련을 이겨낸 영웅의 모습을 본다. 동시에 굴절된 가지와 갈라터진 껍질을 통하여 그 영웅의 내면에 감추어진 연약한 속살도 본다. 그런 의미에서 소나무는 화가의 페르소나(persona)”라고 말했다.

 

 

야생의 사고(untamed thoughts)’

 

 

 

<겨울을 나는 뿌리>(2017년, 홍소안)

 

 

겨울을 나는 뿌리 (해림 한정선)

 

죽을 만큼 목이 탔는지 땅 밖으로 기어 나온 굵은 소나무 뿌리들이 너럭바위 틈새로 비집고 구불구불 뻗은 모양새인 청계천 먹자골목. 어른 팔 세 폭 쯤 되는 비좁은 돼지곱창 집에, 비둘기 깃털 머리를 한 아재 몇이 소주병 터는 엄동설한 어스름 녘. 달곰한 소주 들이마시고도 한속이 드는지 오스스 어깨를 떤 아재가 부속품 납품일하는 앞자리 친구에게 요샌 좀 나아졌냐, 근근이 버티고 있다.

 

늦은 밤, 얼근하게 목을 축인 아재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소 대창 같은 골목을 나갔다. 갈증 난 나무 뿌리들이 밖으로 뻗어 나왔다가 다시 수맥을 찾아 땅을 후벼 들어가듯 아재들은 지하도 계단을 비척대며 내려갔다.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굵은 겨울 뿌리들이 따로 따로 갈라지기 전에 겨울 잘 넘기고 봄에 보자.

 

한정선 화가

 

 

야생의 사고(한정선 화가)

 

※ 전시회 : 한국의 소나무 - 목신 사랑

10월 23일~31일. 서울 한전아트센터 1층.

 

 

 

 

참조 : 고흐의 소나무 작품

 

 

 

Vincent Van Gogh, Pine Trees In The Garden Of Saint-Paul Hospital (Kosh mArt New Zea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