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헌재 정문에서 민주당 관계자들과 윤석열의 조속한 파면을 촉구하다얼굴에 계란을 맞았다. 만약 계란이 아니라 단단한 물체였다면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 무방비 상태의 중년여성의 안면을 향해 물체를 투척하는 행위는 단순히 봉변이 아니라 명백한 폭력행위다.
현장에는 계란과 함께 바나나도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단단하지 않은 음식물이라도 안면에 부딪치면 눈 등에 예기치 못한 부상과 정신적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은 헌재에 대한 압박과 서로에 대한 겁박의 시간인가? 민주당 대표가 방탄복을 입는가 하면, 거꾸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부총리)에게 몸조심하라고 공언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양당의 행태는 헌재에 대해 서로 기각(각하)과 인용(파면)을 촉구하는 수준을 넘어 압박하고 겁박하는 양상이다. 탄핵심판의 변론 초기에는 국민의힘과 지지자들이 헌재를 협박하는 발언을 하더니, 변론이 종결된 이후로는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헌재에 빨리 파면하라고 조르는 양상이다.
양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에서 상대에게 헌재를 흔들지 말고 승복하라고 촉구하다가 불리한 국면이란 판단이 들면 헌재 앞에서 파면 혹은 기각하라고 아우성이다. 이렇게 앞뒤가 뒤틀린 언행들이 개소리가 아니면 무엇인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것은 법리적 검토의 변수들이 증가하고, 양당의 압박으로 평의가 원만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여론흐름과 맞물려 있다. 공수처와 헌재가 초기에 어떤 분위기에 휩쓸려 사법기관으로서 진중함을 견지하지 못한 것은 실책이었고 사회적 불신을 자초한 것도 최종결정의 국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언론은 비상계엄사건에 대한 면밀한 접근과 예측에 실패함으로써 헌재의 변론 및 평의가 장기화될 것을 짐작하지 못했다. 또한 사실확인이 미비한 ‘구라뻥’에 매달리면서 헌재를 닦달하는 분위기를 부추겼다. 진영논리에 포획된 언론사일수록 사태를 한쪽 방향으로만 바라보고 해석하려는 편향을 드러냈고, 당연히 양극화된 여론을 더욱 극단화하는데 일조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만이 진실이고 진리라고 믿으면 반드시 개소리를 내뿜기 마련이다.”
국회의원의 계란 봉변은 헌재에 대한 압박이 절정에 달하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향후 헌재의 선고가 갈등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불길한 전조다.
양당과 언론이 지지자들과 사회적 세력들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신조와 다른 헌재의 선고에도 승복해야 한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그것은 당위성을 넘어 책임성이다.
헌법에 대통령 탄핵절차를 명시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럴 때 나라가 개판이 되지 않도록 법적으로 문제를 전환하고 해소하도록 한 것이다. 양당과 지지자들이 헌재 앞에서 시위와 소란을 벌이는 일은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지나치다.
우리 사회는 계엄 및 탄핵사태를 거치면서 내란의 규정과 시민불복종 및 직접행동에 대해 혼란스러운 인식과 무절제한 행태를 드러냈다. 여론이 팽팽하게 반분될수록 직접행동은 사회적 바람과는 전혀 다른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지금은 어느 한쪽이 순풍에 돛을 단 듯이 바람을 타고 주도적으로 국가위기를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서로의 불충분과 한계를 인식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부합하도록 자제하는 행동방식이 필요하다.
앞으로 정치권의 선택에 따라서는 계란이 아니라 더한 것들이 난무할 지 모른다. 박혜련의 계란 피습은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대의정치가 작동불능에 빠지면 직접행동에 의한 직접민주주의를 강구하게 되지만, 국회의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헌재 앞에서 반대쪽 시민들과 직접 맞서는 것은 자충수라는 것이다.
다가오는 승복의 시간을 거부함으로써 발생할 사회적 고통과 퇴행은 일차적으로 양당의 지도부를 비롯한 정치권과 국회의 책임이다. 탄핵심판은 일반적인 재판처럼 3심까지 가는 법적인 불복절차가 없다. 단심제의 선고결과에 대해서는 단박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
“압박과 겁박의 시간이 가고 승복의 시간이 왔다.”
줄탄핵 시도와 비상계엄, 그리고 탄핵심판과 사법부에 대한 공격 및 압박 ... 윤석열과 이재명의 대선 연장전인가, 윤과 이를 위한 대리전인가?
“국민들이 싸우고 바꿔나가야 할 대상은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적대정치를 양산하는 정치체계다.”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단계는 지났다. 정치권 전체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이 올 때까지 정치인들은 무엇을 했냐고 말이다. 대통령 탄핵여부를 두고 다툴 시간이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양대 정당이 아닌 다른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직선제 도입 이후 항상 제3의 세력이 있었다. 통일국민당, 자유민주연합 등 제3당은 국민의당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민주노동당, 정의당 등 민주당의 대안 정당도 원내에서 자리를 잃었다.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지며 적대 정치가 심화된 측면이 있다. 중선거구제 개헌 등을 통해 정치환경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상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 2025. 신동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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