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은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권한이 없다’는 중앙선관위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인용했으나, 이날 감사원은 헌재에 제출한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감사보고서)를 국민에게 공개했다.
선관위는 가족회사?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선관위 및 7개 시도선관위는 채용비리의 백화점이다. 가족·친척 채용 청탁, 면접점수 조작, 인사관련 증거 서류 조작 및 은폐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또한 중앙선관위는 자정과 교정을 해야 할 책임을 저버리고 ‘선관위는 가족회사’라는 개소리로 기강해이를 조장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존 선관위조직에서 대법관이 겸임하는 중앙선관위원장은 손님에 불과하다. 사실상 최고책임자인 선관위 사무총장, 사무차장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가족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인사·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했다.
대법관을 선관위원장으로 하는 제도적 취지는 법적으로 완벽한 중립성과 공정성을 기하려는 것인데, 선관위원장이 된 대법관은 이러한 채용비리의 방패막이처럼 돼버렸다. 시도 선관위원장도 해당 지역의 법관(주로 지원장)이 겸임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폐단이 구조적 악습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정치적 편향이 드러나는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이 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선거의 공정성 자체가 신뢰의 위기를 초래했다.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의 당사자인 권순일 전 대법관은 총선기간이 포함된 시기에 중앙선관위원장(2017.12~2020.10)을 겸임했다. 또한 선관위원장 출신 대법관은 선거실무에 관한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내세워 선거법재판의 상고심에서 상당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선거재판에 관한 대법원의 개소리는 대법원과 중앙선관위의 이러한 구조적 결착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선관위 손 들어준 헌법재판관 6명, 지역 선관위원장 역임
헌재가 대법원의 자회사(?) 격인 선관위를 편들어준다고 해서 선관위의 신뢰는 물론이고 사법부의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판사 집단에 대한 사회적 불신의 상당 부분은 정치적 사안에 대한 영장발부 및 재판 에서 일부 법관의 상식에 벗어난 궤변과 일탈로 인해 조장된 것이다.
헌법제정권자인 국민들은 대법원이나 헌재가 헌법 위에 군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번에 드러난 특징은 국가공무원을 지방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경력경쟁채용(경채)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2013년 이후 시행된 경채 291회를 전수조사한 결과에서 전 회차에 걸쳐 총 878건의 규정 위반이 적발됐다.
특히 선관위 고위직·중간 간부들은 인사 담당자에게 거리낌 없이 연락해 채용을 청탁했으며, 중앙선관위 김세환 전 사무총장(장관급)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차관급)은 자신의 아들과 딸의 채용에 관여했다. 박찬진 전 사무총장은 사무차장 시절에 자녀가 경채에 합격하자 몸소 전입을 승인하고도 이를 보고하지 않다가 채용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뒤늦게 시인했다.
선관위 담당자들은 다양한 위법·편법으로 선관위 직원들의 청탁을 실행했다. 채용공고도 없이 선관위 자녀를 내정했고, 아는 직원으로 시험위원을 구성했고, 심지어 면접점수를 조작하거나 변조하는 식으로 악질적인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각종 선거에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한다는 국가적 책무에 따라 3,000명에 달하는 공무원으로 구성된 선관위가 스스로 공정한 경쟁을 부정하는 행태를 광범하고 장기적으로 반복한 것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하겠다. 이에 따라 선관위를 해체수준으로 재구성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중앙선관위는 국회에서 직원들의 친인척 현황을 요구하자 정보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허위자료를 제출하거나 축소 보고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선관위 전·현직 27명의 부정채용 의혹을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고, 이번 감사에서 채용(22건)·조직(2건)·복무(13건)에 걸쳐 총 37건을 적발했다.
선관위 사무총장의 '세컨드 폰' 의혹
김세환 전 사무총장은 2022년 3월 9일에 실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에 선관위 명의의 ‘세컨드 폰’을 개통하여 정치인들과 연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2022년 1월 선관위 정보정책과장 에게 본인이 관사에서 사용할 제2의 휴대전화 개통을 지시했다. 김 전 총장은 대선 직후인 3월 18일에 퇴직하면서 휴대전화를 반납하지 않고 집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감사원이 반납을 요청하자 김 전 총장은 자신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그냥 반납하면 되는데 초기화를 시켜서 반납했다고 한다.
또한 김 전 총장은 자신이 휴대전화를 일부러 가져간 것이 아니라 직원이 이삿짐에 챙겨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선관위 직원들은 관사의 짐을 정리해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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