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위원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헌재가 3.1절 연휴 직후인 3월 4일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할 것이며, 8대0의 만장일치로 탄핵이 인용됨으로써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측은 헌재의 향후 일정과 최근 변화 흐름에 비추어 억측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박 의원은 9차 변론기일인 18일 혹은 변론 추가시 20일 쯤에 변론을 종결하고 열흘 정도 지난 후에 이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야권에서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전망들이 나왔지만, 탄핵소추위원이 구체적 일자와 심판결과에 대한 예상을 공언한 것은 처음이다.
또한 3월 4일 헌재 선고가 이뤄지면 3월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서울고법의 이재명 대표 항소심 선고(선거법)보다 먼저 이뤄지는 것으로, 헌재의 선고일정은 여야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민감하게 맞물려 있다.
하지만 헌재가 2월 20일에 10차 변론을 열어 한덕수 총리, 홍 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을 신문하기로 했고, 그나마 윤 대리인단의 변경 요청으로 더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측은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의 자신의 구속취소 신청에 대한 심문 및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하는 날에 그날 오후 2시로 예정된 헌재 변론에 참석하는 것은 어렵다는 이유로 기일변경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의 형사재판 변호인과 헌법재판 대리인은 상당수가 겹치고, 헌법재판소법에는 수사 혹은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에 대한 탄핵심판의 경우에 중지(연기)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이에 따라 변론과정의 연장을 고려하면 선고는 3월 중순부터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4월 중순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헌재가 증인으로 채택한 홍장원 전 차장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함께 ‘오염된 증언’ 논란의 장본인이란 점에서 재판관 내부의 탄핵 찬반구도에 미묘한 변수로 떠올랐다.
홍 전 차장은 15일 방송 인터뷰에서 체포명단의 첫 번째 메모는 당시 방첩사령관의 통화를 적은 것이고, 두 번째 메모는 보좌관과 함께 정리하고 기억을 복기한 것이고, 세 번째 메모는 정확하게 확인하려는 것이고, 네 번째 메모는 세 번째 메모 위에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차를 두고 네 번이나 고친 것은 그 메모에 집착하게 된 정치적 배경을 둘러싼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반면에 여권에서는 헌재의 선고가 90일 이전에만 이뤄지면 된다는 점을 들어 4월 초에 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또한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에서 나타난 4대4 구도가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구도가 8대0에서 6대2(인용), 5대3(기각)의 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만장일치 파면의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내부에 기각의견 1명이 있었으나, 당시 압도적인 국민여론과 헌재의 통합적 이미지를 고려하여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2025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은 박근혜의 경우에 비해 국민여론이 변화하는 양상과 헌재 및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에서 탄핵인용 가능성이 높더라도 2017년과 같이 만장일치 파면이 결정되기에는 당시와 다른 환경이라는 시각도 있다.
결론적으로, 헌재의 최종선고는 3월 중순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윤의 파면이 확실시되지만 소수의견(2~3인)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만장일치(8대0)는 불확실하다.
탄핵인용 여론의 둔화와 헌재 불신의 증가
지난해 12월 16일~18일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탄핵이 인용돼 대통령이 파면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가 73%였지만, 최근 2월 11~13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탄핵인용 예상이 59%로 나타났다. 여전히 탄핵인용 예상이 높지만 2개월 동안 14%가 감소했다.
또한 헌법재판소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이 52%인 반면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0%에 달해 지난 1월 조사에 비해 불신 여론이 9% 증가하면서 격차가 크게 줄었다.
헌재의 심판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여론변화가 선고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즉 재판관들이 2017년과는 달리 만장일치의 단호함과 다수의견 및 소수의견의 유연성을 놓고 고민할 개연성이 있다.
최근 여론동향은 여야 지지자들의 심리적 내전상태를 투영한다는 점에서 국가의 장래와 공동체의 통합성에 위험한 경고로 읽혀진다. 따라서 헌재의 대통령 파면이 이뤄질 경우에 문제의 해결이란 측면과 함께 새로운 갈등의 증폭이라는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분권형 개헌 등을 통한 새로운 길을 개척할 필요성이 크지만, 양당의 극단적 대결양상으로 인해 그 가능성도 희박하다.
탄핵의 일상화 : 탄핵의 흥망사
2003년~2004년 노무현 탄핵과 2016년~2017년 박근혜 탄핵과 2024년~2025년 윤석열 탄핵은 어떻게 다른가? 국무위원, 판검사, 감사원장, 기타 주요 공직에 대한 탄핵시도가 만연한 까닭은 무엇인가? 대통령권력과 국회권력이 대립하는 ‘이중권력’의 양상이 반복되고, 탄핵이 일상화되는 가운데 한국 민주주의는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가?
한국은 2018년 UNCTAD B그룹에 진입하면서 경제선진국의 반열에 올랐고, 아시아권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활성화된 국가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2017년 궐위(闕位)대선 이후 8년만에 궐위대선을 치르게 되면 한국은 2012년 대선 이후 2025년까지 13년 동안 모두 4번의 대선을 치러 평균적으로 3년마다 대선을 실시하는 셈이다. 정치의 실패는 평균적으로 ‘3년 단임제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희귀한 시스템을 창출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대안의 모색에 소극적이다.
반복되는 대통령 탄핵은 일차적으로 소추된 대통령의 책임이 지대하지만, 근본적으로 ‘정치의 실패’라는 점에서 국가적 무능과 한계를 드러낸다.
국민들은 비상계엄과 탄핵심판을 거치면서 여야의 치열한 경쟁과 함께 초당적 협력이 공존하는 ‘정치의 복원’을 희구하고 있다. 또한 국민들은 재판거래 의혹이나 ‘답정너’ 논란을 초래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진영논리와 인적 네트워크(카르텔 논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는 행태와 결별하기를 요구한다.
또한 정치적 사안들에 대한 헌재와 대법원의 늑장재판은 국민들의 불신을 조장하는 ‘사법적폐’로 부각됐다. 헌재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직무정지) 이후 수개월을 질질 끌다가 뒤늦게 기각을 결정한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어려운 행태라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사법의 정치화는 근본적으로 정치의 실패로 인한 정치의 사법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한국정치는 사법절차에 몰입하는 정치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 워터게이트사건으로 탄핵에 몰린 닉슨 미국 대통령은 스스로 사임함으로써 매듭을 풀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독선과 아집이 팽배하여 ‘대통령 사임-여야합의 권한대행(거국내각)-궐위대선’의 정치적 해법이 아니라 ‘대통령 탄핵(권한대행 탄핵)-궐위대선’이라는 사법적 프로세스가 재연되고 있다.
양당체제의 적대적 공생구조로 인해 여야가 독선과 아집을 앞세워 얼마든지 타협 가능한 사안들마저 내팽개치며 지지자와 국민을 계속 '불확실성의 바다'로 내몰았다는 힐난을 면하기 어렵다.
양당은 정당의 필터링(여과) 기능이 부전(不全)하여 이상한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만들거나 만들려는 '곡예 정치'(circus politics)를 계속하면서, 원내정치의 시대에 대화와 타협 및 연합의 정치에 미숙한 원내대표들을 내세워 싸움질을 일삼는다는 조롱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또한 주요 언론(레거시 미디어) 관계자들과 뉴미디어 관계자들은 경졔적 이권과 맞물려 양당 저변의 외골수 진영논리로 무장한 지지자들과 부화뇌동해서 음성적으로, 양성적으로 패악질을 서슴치 않는다는 힐난을 면하기 어렵다. 오늘날 개소리가 만연한 데는 이들의 책임이 크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무력에 기초한 자강의 위엄을 확립해야 하며, 동시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평화적 협력 속에 플러스 성장과 발전을 도모해야 할 운명이다. 나아가서 조선(북한)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 진영논리와 낡은 이데올로기로 친미파, 친중파, 친일파, 친러파, 친북파로 재단하여 애국과 매국을 판단하는가 하면 이를 빌미로 사익은 감춘 채 편을 갈라 소모적 내분을 반복하는 것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구에 반한다.
“쿠데타로 흥한 당은 쿠데타로 망하고, 탄핵으로 흥한 당은 탄핵으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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