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on Twin Koreas/두 국가

윤석열 통일독트린의 동상이몽

twinkoreas studycamp 2024. 8. 15. 21:23

윤석열 대통령이 제79주년 광복절에서 제시한 ‘8·15 통일 독트린’은 기존의 3단계 통일방안(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을 벗어나 한국이 주도하는 ‘자유통일 대한민국’을 명시했다.
 

"한반도 통일의 지정학적 딜레마를 간과하거나 은폐한 통일담론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이를 위한 3대 통일 비전은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행복한 나라, 창의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 세계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로 구성됐다.
 
이에 따른 3대 통일 추진전략은 국내 차원에서 자유통일을 추진할 자유의 가치관과 역량의 배양, 대북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의 자유통일에 대한 열망 촉진, 국제 차원에서 자유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지지의 확보 등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7대 통일 추진방안으로 통일 프로그램 활성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다차원적 노력 전개,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인도적 지원,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을 통일 역량에 반영,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 국제 한반도 포럼 창설 등이 제시됐다.
 
결론적으로 윤 대통령의 새로운 통일담론에서 ‘자유’의 강조가 두드러지지만, 그렇다고 역대 정부가 자유의 가치를 포기했던 것은 아니란 점에서 핵심적으로 ‘자유통일’이란 말에서 그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기존 체제로 한반도를 통일하겠다는 방향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남북 연합단계(국가연합)를 상정했던 역대 정부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조선(DPR KOREA)은 유사시에 한국(Rep. KOREA)을 무력으로 평정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제 한국이 조선을 자유통일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남진과 북진이 충돌했던 기류가 회귀하는 듯하다.
 
 
'1민족 1국가'의 목표는 21세기에도 유효한가?
 

1991년 9월 UN본부에 나란히 게양된 태극기와 인공기

 
1945년 이후 2024년까지 80년이 되도록 남과 북은 '조국은 하나다'라는 1민족 1국가론을 강조하면서 서로 통일을 장담했지만, 실상은 동상이몽이었다. 양쪽의 최고지도자와 정치인들은 국민의 염원을 대변하겠다는 명분과 달리 통일의 실제적 여건과 기반을 조성하기 보다 립서비스에 그치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즉 지정학적 해법을 결여한 일방적 통일론들은 공허한 것들이었고, 안 되는 줄 알면서 계속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대국민 통일사기극이었다.
 

830년경 한반도의 남북국 시대(698년~926년) : 신라(고려)와 발해

 
 
 
 

이란성 샴 트윈스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오래 생존하면서 세계인들의 성원을 받았지만, 절대적 악조건 속에서 서로의 다른 생각과 사생활을 존중하는 극도의 절제를 통해 평안을 유지하다가 생을 마쳤다.

 
 
 
 
‘1민족 1국가’ : 통일 열망에 담긴 동상이몽
 
역사적으로 1950년대 통일당부터 통일민주당, 민주통일당, 통일국민당, 통일선진당, 통일한국당, 복지민주통일당, 기독자유통일당까지 수많은 정당들이 '통일'이란 글자를 당명에 새겨 넣었다. 또한 대통령선거에서는 자신이 통일을 준비하거나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통일대통령’ 공약이 난무했다. 아무리 의도가 선량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대국민 통일사기극이었다.
 
 
 

3단계 통일방안(통일교육원)

 
 
대한민국의 역대 정부는 노태우 정부 이후 공식적으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통해서 ‘1민족 1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화해협력 단계, 남북연합 단계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완전한 하나의 통일국가’(1민족 1국가 1체제 1정부)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2017년 조선의 핵무력 완성 공표 이후 중대한 도전을 맞이하였다.
 
고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수학)는 마지막 저서인 ‘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국가를 바꾸는가’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이 자신에게 북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통일이 어렵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1민족 1국가론’에 관해서는 장황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다. 남북의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한 중도파는 물론이고 단정을 결행한 좌우 진영도 모두 하나의 국가를 지향했고, 결국은 한국전쟁을 통해서 남진통일도 북진통일도 여의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에서는 북의 기존체제가 붕괴하는 시점에 통일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과 남북이 평화적 협상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통일에 접근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고, 북에서는 조선로동당의 핵심목적으로 한반도 통일이 상정되어 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세 갈래의 관점은 동상이몽이라는 점에서 먼저 마음이 하나로 통하는 통일(通一)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현 가능성이 없거니와 궁극적으로 커다란 장애를 맞이할 것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분단체제론자들은 1민족 2국가론이 분단체제의 기득권을 수호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시민참여를 통하여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국가연합을 통한 장기적 통일의 전망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백 교수 등은 ‘남북연합’(국가연합)을 통해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통해서 점진적‧단계적‧창의적 재통합을 달성하면 종국적으로 통일(1민족 1국가)의 지평을 열 수 있다고 본다.
 
 
남북 국가주의에 담긴 동상이몽 : 두 개의 코리아(Two Koreas) 공고화
 
21세기에 들어서 한국은 경제성장과 외교적 위상의 격상으로 중견국가로 자리잡았고, 2020년 코로나사태를 겪으면서 방역을 비롯한 보건의료체제와 시민참여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그해 1인당 GNI는 G7 국가인 이탈리아를 추월했고, 2021년도 G7회의(영국 콘월)에 주요한 참가국으로 부각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사회적 양극화를 비롯한 각종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전반적으로 국가주의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하는 과정이 되었다.
 
반면에 조선은 체제경쟁의 불리한 여건 속에서 김정일-김정은 위원장으로 이어지는 과도기를 겪으면서 선군주의와 핵무장으로 체제수호에 주력하게 되었고, 핵무장 이후에는 명시적으로 국가주의(우리국가제일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2017년 11월 경에 조선(DPRK)은 핵무력 완성 공표 이후에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본격적으로 제기하였고, 2021년 1월 조선로동당 규약개정에서 인민대중 중심주의를 강조하면서 ‘애민주의’로 강조점을 이동하였다. 조선 사회과학연구원의 ‘철학, 사회정치학연구’(2018년 제2호)에 수록된 서상일의 기고문에는 ‘우리국가제일주의’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이하 전미영, 김정은시대 북한 민족주의: 담론·문화·정책, 북한학보(43-1), 2018 참조).
 
서상일에 따르면 우리국가제일주의는 ‘주체조선’을 사회주의강국, 즉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 과학기술강국, 경제강국, 문명강국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최종 목표로 지향하는 사상정신을 말한다.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우선 주체조선의 강대성과 우월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발현되는 숭고한 사상정신이다”는 것이다.
 
조선판 국가주의라고 할 수 있는 우리국가제일주의를 해설한 논문들은 2018년에 집중적으로 등장했다. 장동국의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높이 들고 나가는데서 나서는 중요요구’(철학, 사회정치학연구), 리현숙의 ‘김정일 애국주의는 우리국가제일주의의 사상정신적 원천’(철학, 사회정치학연구), 김정철의 ‘우리국가제일주의의 본질적 내용’(김일성종합대학보 : 철학, 경제학) 등이다. 2019년 초에 로동신문에 ‘우리 국가제일주의의 본질’(1월 8일),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높이 들고 사회주의강국건설을 힘있게 다그쳐나가자’(1월 21일), ‘우리국가제일주의의 중요한 내용(1월 22일),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근본담보’(1월 29일),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높이 들고 나가기 위한 방도’(2월 20일) 등이 게재되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 "서로 돕고 사는 것이 통일"
 

한반도 국가의 비대칭이 투영된 야경 : 경제적 격차와 핵무장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서로 돕고 사는 것이 통일이라고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피해를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현실 인식은 통일지상주의 관점에서 반통일적 발상으로 매도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남에서 서로 도우며 간섭하지 말고 살자고 해도 북이 동의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결국은 통일지상주의와 마찬가지로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쌍방이 지금의 ‘두 개의 코리아’를 단순히 상호 승인하는 것은 북에게 진정한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다. 남과 북이 별개의 국가로 존재하면서도 공존번영의 길로 나아가려면 북의 안전보장과 경제적 이행(economic transition)이 가능한 대외적, 국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인 전제이자 핵심적 관건이다.
 
기존의 지정학적 구도와 질서 위에서 ‘두 개의 코리아’가 평화적인 노력으로 공존과 번영의 길을 추구하면서 시민의 참여로 통일을 지향하자는 것은 북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어려운 공허한 논리에 불과하다.
 
남과 북의 각자 영세무장중립화는 통일지상주의자들이 분단지향적 평화공존론이나 양국체제론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처럼 “남북이 사이좋게 남남처럼 살자”는 것이 아니라, 이란성 쌍생아의 남매처럼 서로 질적인 차이를 존중하고 띠앗머리를 나누며 공존하자는 한반도 국가의 새로운 국가방략이자 새로운 민족국가의 존재양식을 말한다.
 
 
"서로 국가로 인정하고, 헌법 영토조항도 고쳐야"  
 
2018년 7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한반도에서 남북의 평화 공존은 통일로 가는 전 단계(과정)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일본 강연에서도 “미래의 남북관계는 민족단일국가가 아니며, 어떤 것이 될지 열어 놓고 평화공존을 제도화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평화공존도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한반도의 탈냉전과 평화공존을 단일민족국가의 복구가 아니라 다른 형태의 역사적 경로를 향하는 것으로 바라보고, 냉전 이전부터 존재하는 지정학적 단층선을 고려할 때 한반도에서는 하나의 민족이 복수의 국가로 존재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기했다.
 
“한국인들이 선택하는 것은 적대적 두 민족국가의 지속과 통일국가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적대적 두 민족국가 사이의 평화공존이라는 두 민족국가 간의 선택이다.”(도쿄대 한국학연구소 강연 ‘한반도의 냉전해체와 평화공존의 조건’ 증에서)
 
 

한반도의 백두대간과 주요 정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