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재일동포들이 만든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중·고(교장 백승환)의 고교야구부가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 갑자원)에서 우승했다. 교토국제고 야구부의 '짠내 나는 야구'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한민족 정서가 담겨 있다.
8월 23일 교토국제중·고의 고교야구부는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와 접전 끝에 연장전 승부치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양측은 팽팽한 투수전으로 9회까지 점수를 내지 못하고, 연장전에서 무사 1, 2루에 주자를 두고 공격하는 승부치기로 승자를 가려야 했다.
교토국제고는 10회초 공격에서 2점을 내고, 10회말 수비에서 실점을 1점으로 막아내는 ‘짠 야구’로 기적을 일궈냈다. 이에 재일동포들은 환호했고, 재학생들은 선수들과 함께 한국어로 된 교가를 불러 관객과 시청자들을 숙연케 했다.
과거에 전국의 모든 고교 야구팀이 본선에 출전했던 국내의 봉황대기와 달리 일본에서는 올해 전국 3천441개 팀이 고시엔 지역예선에 참가해 49개 학교가 본선에 출전했다. 일본에서는 고교야구팀이 워낙 많아 고시엔 본선 진출만으로도 강팀의 반열에 오른다.
하물며 운동장이 비좁아 실내연습에 집중했던 소규모 한국계 민족학교가 여러 큰 학교들을 제치고 고시엔 우승을 차지한 것은 기적적인 일이다.
작지만 강한 팀 : 실내연습장의 기적
교토국제고는 야구연습장이 작아서 장타 및 외야수 훈련이 어렵기 때문에 주로 내야안타 및 내야수 훈련에 집중했다고 한다. 주로 실내에서 내야강습 타격과 강력한 내야수비에 특화된 훈련으로 열악한 조건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토국제고는 내야땅볼을 유도하는 견실한 투수진 및 능수능란한 내야수비로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빠른 내야안타와 정교한 야구(small ball)로 득점을 올려 일본 고교야구를 평정하기에 이르렀다.
교토국제중·고는 중학생으로 입학해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치는 중고통합학교로서 1945년에 일본제국주의가 패망한 이후 미군 극동사령부가 주둔하던 시기인 1947년에 재일교포들이 성금을 모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에서 유래한다. 한국전쟁 이후 1958년에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당시에 많이 설립되었던 조총련 계통의 민족학교가 아니라 민단(재일거류민단) 계통의 민족학교로 분류된다.
교가가 한국어로 되어 있고 전교생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수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구세대에게는 못마땅하게 비쳐지기도 했지만 K-컬처에 개방적인 일본의 신세대에게는 특이한 경험이자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또한 학교측으로서도 한국계 학생수가 격감하면서 일본인 학생들이 7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학교의 존속을 위해서는 민족학교의 정체성보다 국제고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20세기 말에 야구부를 창설한 것도 입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이었고, 최근에 야구 성적이 오르면서 현지 학부모들의 관심과 성원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2024년 여름 고시엔 우승으로 신흥 야구명문고로 거듭난 교토국제중·고로 향하는 지망생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계 민족고이자 다국어를 익히는 국제고라는 이중적 정체성과 야구 명문고의 명성도 갖게 된 교토국제중·고가 미래세대의 한일관계에 조그마한 가교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기대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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