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민간인이기 때문에 판사 혹은 검사와 같은 공직자재산신고 의무가 없지만, 변호사 자신이나 변호사를 둔 배우자가 공직출마를 하면 부부의 재산을 모두 선관위에 신고 및 등록해야 한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의 배우자는 부장검사를 퇴직한 이후 지난 1년 동안 재산이 급증했지만, 그 액수와 이유를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부인의 출마로 부부의 재산이 공개되면서 지난해 9억원 가량의 재산이 1년만에 50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밝혀져 커다란 파문을 초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박 후보는 본인 10억 4800만원, 배우자 이종근 변호사 39억1600만원, 아들 2명을 합쳐 총 49억 8200만원을 신고했다. 이 변호사의 예금은 지난해 2천만원이었으나 이번 신고에서 32억이 넘었다.
문제는 재산의 비약적인 증가의 배경에서 비롯됐다. 이 변호사는 천문학적 피해를 초래했던 조희팔사건, 제이유사건 등 불법 다단계사건을 수사한 검사로서 변호사 개업 후에 ‘다단계업체의 변론’을 맡아 수십 억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사건은 투자자 5만명에게서 4조원을 가로챈 국내 최고액 다단계(유사수신) 사기사건이고, 제이유 사건은 주수도가 11만여명에게서 2조원 넘게 가로챈 국내 최다 다단계 사기사건이다. 제이유 사건의 잔당이 최근에도 1조원대 다단계 사기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가 대표로 재직하는 법무법인 계단의 홈페이지에는 ‘검사장 출신 다단계·가상화폐 전문’으로 소개한 광고가 게재된 것으로 여러 언론사에 의해 확인됐다. 법무법인의 명칭인 ‘계단’을 거꾸로 하면 ‘단계’라는 점도 다단계를 연상시키려는 작명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그는 1조원대 다단계사기 ‘휴스템 사건’에서 대표와 법인 등을 변호하고 있는데, 이들은 다단계 유사조직을 구성해 고수익을 내세워 10만명에게서 1조 2천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방문판매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 사건에 대한 선임비용이 20억원을 넘는다는 보도가 있다.
또한 4천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불법조달한 다단계업체 ’아도인터내셔널‘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는데, 4천억원이 넘는 유사수신 사기로 16명이 기소된 사건이다.
이 변호사는 논란이 되는 수임사건들을 모두 사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사안은 고위공직자의 취업 및 영업의 자유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 조수진 후보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인권 및 생존권에 관한 도의적 양심과 윤리를 이탈했다는 사회적 지탄을 초래하고 있다.
진보적 정체성 혹은 그런 성향을 내세우는 후보 혹은 후보의 배우자가 성폭력이나 다단계의 가해자들을 전문적으로 변호하는 비법(?)을 홍보하거나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은 약자에 대한 보호를 우선시하는 국민의 법감정에 역행하는 것으로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사태의 심각성에 놀란 이 변호사는 박 후보의 페이스북에 해명의 글을 올렸으나 문제의 초점을 벗어난 진영논리를 앞세우고 있다는 질책이 나오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장관 정책보좌관과 검사장을 지냈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에서 전관예우를 받을 입장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시중의 민심은 요즘 시들해진 전관예우의 옛노래가 아니라 다단계 전문검사가 다단계 전문변호사로 탈바꿈해서 거액을 벌어들였다는 화끈한 스토리를 주시하고 있다.
압권은 ‘청빈불고가사(淸貧不顧家事)’란 대목이다. 돈만 생기면 책을 사들여 나중에는 아내의 하소연에 자책하며 평생에 모았던 책들을 조금씩 팔아서 쌀통을 채워 연명했다는 옛 선비들의 이야기도 아니고, 지금 시대에 ‘청빈’을 말하면서 가장의 책임을 들먹이는 것은 그럴 듯한데 속이 텅빈 개소리다. 풍자적으로 말하자면 ‘청빈불고가사’는 왠지 ‘청빈불고기개새’로 들릴 법하다.
한국 사회는 조폭이나 마약사범 전담 검사가 조폭이나 마약사범 전문 변호사로 변신해서 거액을 벌어들이는 것을 당연시하거나, 그런 사람 혹은 배우자를 둔 사람이 공직에 출마하여 당선되는 것을 용인하는 사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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