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에서 공익제보를 옹호한 후보는 배제되고 공익제보를 방해했다는 후보는 우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차의 ‘세타2 GDi’ 엔진의 결함에 관한 내부고발자(whistleblower)였던 김광호 전 현대차 품질강화팀 부장은 3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2016년 당시 공영운 현대차 홍보실장의 압력에 대해 토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개혁신당은 김 전부장을 옹호하던 박용진 의원(강북을)은 사라지고, 공익제보자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있는 공영운 후보(화성을)은 공천을 받았다고 힐난했다.
또한 공 후보는 현대차 재직 중에 서울 성수동의 토지 및 건물을 군복무 중인 아들에게 증여했는데, 그 다음날에 서울시는 해당 지역의 비거주자에 대한 증여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문제의 부동산은 공 후보가 매입한 직후에 현대차그룹이 서울시와 ‘서울숲 완성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가격이 급등해 현 시세가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공 후보의 딸이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에 취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화성 출마는 명당인가, 악지인가?
엔지니어 출신인 김 전부장은 문재인정부에서 공익제보자로 인정을 받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고, 미 도로교통안전국의 280억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서울 중구/성동에 출마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으로부터 공익제보 감사패를 받았다고 한다.
공 후보는 문화일보 기자출신으로 현대차 홍보실장을 거쳐 사장까지 승진했고, 이번 총선에서 현대차그룹 시설 및 인력이 밀집한 화성(을)에 출마했다.
화성은 근무자가 1만여명에 달하는 국내최대 자동차연구개발 센터인 현대차, 기아차 기술연구소(세칭 '남양연구소')를 비롯해 기아차 화성공장, 전기차 전용공장(착공) 등이 집중된 곳으로 현대차사장 경력을 앞세운 공 후보에게 상당히 유리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안전의 문제
김 전 부장은 “엔진결함은 소비자의 안전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고 보고 사내 감사실에 제보했지만 묵살당하자 엔지니어의 양심으로 소비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공익제보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엔진결함을 보도하는 기자에 직간접적으로 연락해 기사내용에 대해 압력을 행사한 분이 공영운 당시 홍보실장”이라면서, 그를 ‘권언유착 기술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해당 사건은 현대차그룹이 엔진결함에 대해 미국 생산차만 해당되고 국내 생산차는 무관하다고 밝히자 사내에서 고발자가 등장하면서 사건의 성격이 질적으로 바뀌었다. 기술적 결함의 문제에서 기업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되고, 결국은 형사사건으로 변화된 것이다.
당시 제보자는 회사로부터 해고와 형사고발을 당하고 일부 언론으로부터 중국에 기술을 팔아넘기려는 술책이라는 식으로 낙인이 찍히는 등 고초와 수모를 겪었다고 한다. 제보자는 이러한 과정에 대해 “당시 언론담당 중역이었던 공 후보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깊이 들어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깊이 들었다'는 대목은 자신의 폭로가 중상비방이 아니라 상당한 근거를 자신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엔진 국산화의 성장통 : 대량 리콜과 충당금 3조원
현대차는 일본 미쓰비시 등 해외 선진업체로부터 엔진을 수입하다가 국산화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로 세타 엔진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에서 자동차엔진을 수출하는 클라스에 진입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대차는 일부 엔진의 결함에 대한 리콜 등 성장통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세타엔진 3세대(스마트스트림) 개발에 성공해 과거의 결함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자부한다.
세타2 GDi 엔진은 화성 공장과 미국 앨러배마 공장에서 쏘나타, 투싼, K5 등에 장착됐는데, 2015년에 주행 중 멈추는 등 사고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에 현대차는 미국에서 2015년 9월 47만대, 2017년 3월 119만대의 리콜을 실시했지만, 국내에서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유사한 경우가 발생하고 공익제보 이후 국토교통부의 조사로 인해 3만8천대를 리콜했다.
현대차의 국내시장 리콜지연 등 늑장대응과 관련해서 검찰은 2019년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현대차는 자동차관리법의 해당 규정에 대한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또한 현대차는 미국에서의 집단소송 합의에 따라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KSDS) 적용을 확대하고 평생보증에 나섰다. 평생보증 대상이 미국 417만대와 국내 52만대를 합친 469만대에 달해 충당금이 천문학적 규모다. 2020년 기준 3조 4천억원, 2022년 2조 9천억원 등으로 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과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적 감수성에 관한 문제
만약 엔지니어의 주장처럼 현대차의 초기대응을 정직과 신뢰에 기초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제보자를 매도하고 언론에 대한 압력 등으로 사건을 왜곡하여 결과적으로 그룹 전체에 리스크를 키우고 회사와 경영진의 평판에 타격을 준 당사자가 화성에 출마한 것인가?
당사자는 현대차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성이 큰 화성을 표밭으로 보고 가장 유리한 선택으로 판단했겠지만, 예기치 않은 공익제보자의 일격으로 화성 선거판도는 역설적 결과를 예고하고 있다. 경력상으로 볼 때 자신의 정치적 성지로 여길만한 곳이 실제는 정치적 무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잉사 내부고발자 존 바넷의 죽음
‘보잉 737-MAX’ 기종의 문제점을 고발한 존 바넷(John Barnett)은 보잉사와의 소송을 진행하던 중 지난해 갑자기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경찰은 자살로 추정했으나, 당일 법정의 추가심문을 앞두고 호텔 주차장의 차량에서 사망한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바넷은 품질관리사로서 보잉사의 공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내부에 제기했으나 묵살당하자 BBC에 공개한 내부고발자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촉박한 생산일정으로 작업자들이 기준에 맞지 않는 부품을 사용하고, 기내 산소마스크 중에서 25% 가량이 불량이라고 주장했다.
737-MAX는 2018년과 2019년에 잇달아 추락사고가 발생해 346명이 사망했고, 이로 인해 전 세계에서 1년 8개월 동안 운항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유족들은 사고의 원인으로 보잉사의 조급한 제작일정과 허술한 품질관리를 주장했으나, 보잉사는 이를 부인했다.
보잉사는 바넷의 주장을 부인했지만,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우려사항의 일부를 인정했다. 그러나 소송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내부고발자가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지난해 초 737-MAX 기종의 여객기가 오리건주 포틀랜드공항을 이륙하여 고도 5천 미터 상공에서 동체 일부와 창문이 날아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 연방 교통안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사고 부분은 사용하지 않는 중간 비상문을 폐쇄했으나 비행 중에 비상문 문짝과 껍데기가 통째로 날아간 것이었다. 사고 원인은 중요한 볼트 4개가 제대로 장착되지 않은 것이었다. 또한 6주에 걸친 감사결과에 따르면 보잉사의 제조공정에서 품질요건 미준수 사례가 여러 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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