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극화되는 세계에서 중견국의 점증하는 역할로 인하여 글로벌 주요국들은 유연하고 포괄적인 전략이 필요하고, 특히 미국은 지역의 주요한 중견국과 협력하는 좀더 미묘한 전략적 변화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유라시아의 경제와 안보에 관한 국제학을 연구하는 마마도프(Ali Mammadov)는 최근 ‘중견국의 시대가 도래했다(The Age of Middle Powers Has Arrived)’는 제목의 글에서 중견국가들의 역할 증대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국들에게 도전이자 기회라고 주장했다.
‘중견국 시대의 도래’에 관한 논지는 다음과 같다.
다극체제가 진전되는 세계에서 중견국가의 역할 확대는 국제적으로 도전과 기회가 되고 있다. 세계의 지정학적 조망은 브릭스(BRICS)의 변동적 시프트에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집트, 에티오피아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국면은 글로벌 질서의 구조적 변화 및 다극체제 부상, 그리고 중견국의 점증하는 영향력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중견국은 강대국에 비해 제한된 능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글로벌 권력배분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강대국들이 글로벌 영향력을 위해 중견국들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중견국들은 국가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협력과 반대 사이를 오가며 파워게임에 참여한다. 강대국들의 사활적 경쟁과 산발적 협력은 중견국들이 영향력을 넓히는데 유리한 기반을 제공하기 마련이다.
(첨언 : 서구적 관점에서 전형적 중견국이 아닌 경우라도 지정학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이를테면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국제질서가 동요하고 동북아에서 신냉전 기류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조선(DPRK)은 러·중과의 관계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여러 방면의 국가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저자가 예로 든 튀르키예도 미국은 골치아픈 동맹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지역적으로, 국제적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질서 및 미·소 양극체제에서 중견국들은 양 진영의 초강대국 휘하에 편재되었다.
(첨언 : 프랑스(드골)가 양극체제에 이단자로 나섰지만 제한적 역할에 그쳤고, 인도(네루)·유고슬라비아(티토)·이집트(낫세르)·인도네시아(수카르노) 등이 이러한 양극화에 대항하여 '비동맹 제3세계'를 구축하려고 했지만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보니 독립적 영향력을 가진 중견국은 사실상 부재했고, 소비에트와 동유럽의 붕괴 및 탈냉전 이후 동·서 진영에 대한 양자택일의 압력이 완화되면서 미국 주도 질서에 편승하거나 독자적 노선을 선택할 여지가 생겼지만, 유일한 슈퍼파워에 맞서 안보와 경제의 불이익을 감수할 만한 중견국은 존재하기 어려웠다. 대부분 중견국들은 국제적 활동에서 미국의 편에 섰다.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일극체제가 퇴조하는 국면에서 새로운 경제·군사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미국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국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와 이라크·아프카니스탄 전쟁, 중견국들의 역량 증진은 이러한 패러다임 시프트를 가속화시켰다.
미국 및 일극체제의 영향력 감소는 핵심적인 중견국들을 좀더 과감한 행동을 초래하여 전세계에 걸친 미국과 동맹국들의 협력 증진에 도전이 되었다.
세계는 어떤 면에서 슈퍼 파워로 건재한 미국과 부상하는 중국으로 인해 여전히 양극체제의 요소들을 보여주지만,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드러난다. 중견국의 증가하는 연관과 자신감은 다극체제로의 시프트를 보여준다. 중국 주도의 블록은 중견국들에게 대안을 제공하면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다극화된 세계(a multipolar world)에서 중견국은 좀더 많은 옵션, 독립성, 결과적으로 더 많은 레버리지(leverage)를 갖게 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자기주장이 늘어나고, 한 쪽에 대한 맹목적 순종과의 결별을 뜻한다. 여러 강대국이 존재하는 세계는 과감하고 독단적인 행동을 조장한다는 생각은 몇몇 중견국들에 의해 증폭됐다. 여러 지역에서 파워풀한 중견국들은 지역패권에서 국가이익을 고조시키는 양상이다.
튀르키예 : 중동, 코카서스 남부,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에서 역할 증가
브라질 : 남미 및 남반구에서 발언권 강화
인도 : 지역 및 글로벌 영향력 확대
세계적 패권의 상대적 쇠퇴는 민족주의적 격동, 지역적 위기, 제도의 약화, 중견국의 독립적 외교정책 추구를 촉진했다.
세계질서의 진화는 미국과 동맹국들로 하여금 변화하는 역학(dynamics)을 실제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견국들은 잠재적으로 미국에게 도전할 세력들까지 파트너로 선택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획득하고 있다. 그런 세력들은 자국의 요구와 야망을 거리낌없이 드러낸다.
최근 UN의 투표 패턴에서 입증되는 것처럼 미국이 애쓰지 않아도 준수와 지지를 확보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전망 속에서 미국이 길을 잃지 않으려면 좀더 미묘한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별 파트너를 선별하는데 골몰하는 것보다 특정한 이슈에서 적극 협력할 수 있는 활동적인 지역강국(regional powers)을 찾는 일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것을 모조리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은 중견국들과 격리되고, 모든 지역을 서구(West)와 반목하게 만드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열쇠는 각 지역에서 미국과 협력할 만한 중견국을 최소 1개국과 파트너십을 키우는데 있다. 글로벌 불안정의 시기에 이해충돌의 불가피성을 고려하여 지역별 중견국들과 신중하게 친선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노골적인 대립보다 나은 전략일 것이다. (National Interests, 202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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