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학살사건 이후 40년이 지나도록 당시 계엄군 병사 중에서 양심고백을 한 사람은 사실상 전무했다.
그런데 당시 25세였던 김귀삼(68) 전 제3공수여단 중사는 지난해 5월 공개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고 속죄를 구했다.
김 전 중사는 최근 5·18 관련단체에 자신이 직접 피해자에게 사죄하겠다는 뜻을 다시 전했다고 한다.
무수한 계엄군 중에서 총을 쏘고, 칼로 찌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단 한명도 그러한 행위를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인정하여 피해자들에게 사죄한 경우는 사실상 없었다.
김귀삼씨는 1980년 5월 20일 저녁에 광주역 인근에서 도주하는 시민의 둔부를 대검으로 찔렀다는 것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그 잘못을 인정했다..
김씨가 칠순을 앞두고 사건발생 40여년만에 양심선언을 한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장래를 위해 소중한 의의가 있다. 그의 고백은 개인적 양심이나 용기를 떠나서 오늘날 뻔뻔함과 기만, 그리고 혐오가 지배하는 이 나라의 정치현실에 경종을 울린다.
대지진 속에서도 단 한 사람의 생존자가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듯이 침묵의 카르텔을 깬 단 한 사람의 양심선언은 국가와 사회의 수준을 질적으로 다르게 한다. 어떤 문제에서는 이렇게 단 한 사람이 중요하다.
김씨는 공교롭게도 광주 출신이다. 당시 그의 동생은 특전사 군인에게 폭행을 당한 후유증으로 지금 치아가 없다고 한다. 그는 광주에서 쫓겨가듯 다른 곳으로 옮겨 숨죽여 지냈다고 한다.
현대사에서 6.25와 5.18은 동족과 형제의 비극을 상징한다. 죽을 때까지 뉘우치지 않는 권력자들을 위해 선량한 시민들이 서로 싸우며 평생을 비참하게 지내는 비극이 없도록 지도자를 잘 선출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제대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번 양심선언은 없는가? 그토록 세월이 흐르도록 이렇게 침묵한다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닌가? 아니다. 때론 한 명으로도 족하다. 한 명의 용기만으로도 5.18의 진상은 더욱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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