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영세무장중립/국내(South Korea)

노인장기요양보험 의사소견서 폐단

twinkoreas studycamp 2023. 5. 21. 16:38

노무현정부에서 착수하고 이명박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상반기에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한국사회는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지만 동시에 노령인구도 경제선진국 수준으로 자산과 소득이 증가하면서 과거 노인세대와 다른 측면이 존재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노인빈곤율이 심각한 편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를 개선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개편 및 조정되어 왔는데, 최근 장기요양등급 신청에 필요한 의사소견서의 작성방법과 내용이 변경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 요양인정등급의 점수 산정이 신청한 노인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가족 등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를 기계적으로 계량화하는 과정에서 일선 의료현장의 실제와는 동떨어진 항목들이 많다는 것이다.

 

둘째, 상당수 항목이 방문조사에서 이뤄지는 선행실사와 중복됨으로써 의사들에게 불필요하고도 검증 가능하지 않은 업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쓸데없이 시간적 낭비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셋째, 행정편의에 따라 신청자의 나이, 질환, 상태, 시설 노인과 재가 노인 등을 불문하고 모든 대상자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의사소견서 양식을 만들어 특수한 경우와 보편적인 경우를 구분하지 않는 무신경과 무례함을 드러냈다.

 

이를테면 의자에서 일어섰다 앉았다 5회 이상, 혼자서 걷기에 몇 초나 걸리는가 등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신청인들에게 기괴한 항목이 아닐 수 없다.

 

 

 

대상자를 구분하지 않은 획일적인 소견서 양식에는 특수한 정신적 문제로 인한 항목들을 평상적인 언어로 표기하여 해당사항이 앖는 신청자와 의사를 당혹스럽게 한다.

 

 

 

(2023년 4월부터 변경시행되는 의사소견서 양식, 65세 이하 뇌혈관질환 등에 대한 항목 생략, 자료는 건강보험공단)

 

 

이렇게 장황하게 개조식으로 나열한 의사소견서를 획일적으로 의무화한 것은 책상머리에 나온 관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견서의 첫장에 65세 미만 노인성질환을 장황하게 나열한 것은 이 제도의 중요한 절차인 의사소견서의 질적 품위를 훼손하는 무신경과 무례함의 대표적 사례다. 그런 항목들은 65세 미만 신청자들에게만 별도로 부여하여 다수의 노인들과 의사들이 아무 상관도 없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여러 항목에서 건강보험공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단위에서 이런 서식을 수립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들이 많다. 사전에 병원협회 등에 의견조회를 했다고 하지만, 요식행위에 그치고 실제로 소견서를 작성해야 할 의사들의 시각이 전혀 수렴되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여러 질환이나 병력이 교차하는데 특정한 진료를 담당한 의사로 하여금 환자에게 개조식으로 따져 묻게 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공단은 의료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얻어 이러한 과정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의사소견서는 좀더 종합적이고 정성적으로 간략히 기술하도록 하는 것이 실제 의료현장의 현실에 부합할 것이다.   

 

올해 시행된 의사소견서 양식은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공단과 요양시설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실제 수요자 및 관여자들의 이해와 요구가 그동안 배제되거나 경시되었다는 단서로 여겨진다. 건강보험공단이 일부 사기꾼들을 솎아낸다는 명분으로 정당한 신청자들마저 위축시키고 불편하게 만드는 행정편의주의에 빠졌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은 건강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기반으로 하고 정부는 일부(20%)를 보조한다. 누구도 나이가 들어 건강한 노후를 희망하며, 자신조차 장기요양이 필요한 상태로 전락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젊은 세대는 나이가 든 부모세대가 장기요양이 필요한 상태에 처하면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지원을 받기를 원할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단지 노인들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보다 활기찬 삶을 지원하려는 광범한 공공성을 내포한다. 따라서 일부 요양시설 등에서 허위로 등급을 신청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폐단이 있다고 해서 신청자, 보호자, 의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번 의사소견서 개정과 같은 불합리한 제도운영이 당연시되고 정당화될 수는 없다.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이른바 등판위)는 시군구 기초단체장이 위촉하는 위원장을 비롯해서 의사(한의사) 1인을 포함하여 다양한 직역의 지역인사들이 참여하는 15인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의료 및 복지에 대한 전문성이 미흡한 인사들이 다수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다소 지난 자료이지만, 공급자(건강보험공단, 지자체)에 비해서 의사 등 전문가, 재가요양기관 운영자가 체감하는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실망스러운 점들이 많고 등급산정 등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 하물며 당사자인 노인들과 그들의 보호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을 보듯 뻔하다.

 

건강보험공단이 행정편의주의와 관료주의적 발상에 젖어 보험가입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시혜적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이들의 비판적 평가와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는 노력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가? 

 

(선우 덕 외,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운영성과평가 및 제도모형 재설계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6)

 

 

(선우 덕 외,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운영성과평가 및 제도모형 재설계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6)

 

 

(선우 덕 외,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운영성과평가 및 제도모형 재설계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6)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나이 들고 병 들어 죽는 날까지 그나마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로써 가족 등 사회구성원들을 간접적으로 보조하는 공적 보험이라는 점에 비추어 공단과 지자체는 장기요양보험 가입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책임이 크다. 보험가입자의 보험료가 재정의 80%를 차지하는 장기요양보험은 국가가 어려운 노인들에게 시혜하는 공짜 선물이 아니다.

 

따라서 요양등급 신청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신청자가 불필요한 감정노동 없이 응당히 행사해야 할 정당한 권리이며, 절차와 판정 등에 관여하는 종사자들은 '관존민비'의 시혜적 태도와 무책임한 편의주의를 바로잡아야 한다. 

 

 

 

재정 축내는 사기꾼들은 따로 있다.

 

(국회 제출자료)

 

20217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드러난 노인장기요양 사기사건은 제도운용에서 어떤 취약점들이 존재하는지 시사한다.

 

당시 경찰은 요양시설 센터장, 요양보호사 34, 사회복지사 8, 요양대상자 보호자 31명 등 74명을 형사입건시켰다.

 

요양시설 센터장은 2019년부터 2년여 동안 요양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허위서류로 6억원을 수령했는데, 요양보호사들에게 이런 범행을 알선 및 사주한 것이다.

 

요양보호사들은 방문 요양, 방문 목욕, 방문 간호 서비스를 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작성하고 4대보험과 실업급여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사회복지사들도 월 1회 직접 방문해 노인의 상태를 살피지 않으면서 가짜서류를 써냈다고 한다.

 

재정문제는 재정으로 풀어야 한다. 국가의 부담율 상향조정, 장기요양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 기타 재정지출의 합리적 구조조정 등이다. 또한 이 제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부당한 처신으로 인한 방만한 제도운영에 대한 내부적 감시와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 시중에 팽배한 여러 속설들이 단지 불평불만주의자들의 헛된 유언비어가 아니라면 말이다.

 

"쥐는 곳간 안에 있는 법이다. 숨 죽이며 제도를 갉아먹는 쥐들을 잡아라."

 

 

 

[ 시설요양 시스템에 드리운 그림자 ] : 최종적 관리감독 책임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보건복지부장관

 

파킨슨병 60대 환자의 항문에서 나온 배변매트 25조각 네 장

- 맨 처음에 요양병원 간호사가 발견하여 제거한 뒤에 아무런 조치도 없어

- 딸이 이상징후 발견하여 두 장 제거하고, 대학병원으로 옮긴 뒤에 또 한 장 발견

- 배변 막히면 장괴사, 장파열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여기는 인천 ]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01/0013965311?ntype=RANKING

 

 

"전두측두엽 치매에 걸린 50대 중반의 환자는 간병하던 아내가 허리를 다쳐 시설요양이 불가피해져 요양원 입소"

"아내는 면회 때마다 우는 남편을 이상하게 여겨 집으로 데려왔으나 남편이 한동안 소변을 보지 않아"

"위생대를 탈착해 보니 배뇨기가 비닐봉지에 묶여 있어"

- 요도 막히면 고통스럽고 합병증 유발

- 방광, 신장으로 역류하여 장기 훼손

 

[여기는 군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52607360004781

 

 

고령화시대 대비한 재가요양 지원확대, 국고부담 상향 필요

 

지난 2월 국회토론회에서 허수연 한양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재정안정, 요양 대상자 확대. 서비스의 질과 인력 처우개선을 동시에 이뤄야 하는 트릴레마(trilemma)’에 봉착했다고 강조했다.

 

재정안정은 오래 전부터 노인 급증, 보험수가 인상, 저조한 국고보조금 등으로 예고된 문제다. 반면에 노인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재가보호 선택이 어려운 급여체계, 치매 서비스와 인프라 부족, 가족요양 보호비 미비 등으로 만족도가 낮다. 요양기관 난립 등 과잉공급, 요양보호사의 업무과중과 낮은 처우 등도 개선과제다.

 

학계에서는 국고보조금을 일본(전체 재정의 50% 수준)의 사례를 고려하여 3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참고자료 -----------------------------

 

선우 덕 외,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운영성과평가 및 제도모형 재설계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6

 

안영선, 박주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관한 고찰,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Vol. 19 Mo. 8),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