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영세무장중립/국내(South Korea)

금리·통신요금의 흑역사

twinkoreas studycamp 2023. 2. 21. 12:53

바가지는 발음이 바스킷(basket)과 비슷하지만 주로 액체를 담는 둥그런 그릇을 뜻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나 요금을 비난할 때 잘 쓰이는 말이다.

 

여름철 휴가지에서 겪는 바가지 요금은 일회적이지만 평생에 걸쳐 주기적으로 납부하는 대출금 이자·통신요금·보험료 바가지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은행의 바가지 이자는 만만한 신용대출을 넘어 주택담보대출까지 고금리로 비상했고, 은행의 이러한 행태는 캐피탈·카드·저축은행의 고금리를 부추겼다. 지난해 주요 저축은행의 평균금리가 16%에 달해서 고리대금이 판치는 사회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표=문화일보)

 

통신요금은 정보통신기술와 일상적 소통문화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대신에 데이터 사용량에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사용할 수 없는 혜택으로 생색을 내고 정작 필요한 혜택에서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야말로 노태우정부에서 특혜논란이 일었던 통신사들이 시장을 과점한 상태에서 나라가 망할 때까지(?) 누릴 수 있는 영원한 개이득이 아닐 수 없다.

 

통신사들의 바가지는 이동전화 요금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전기요금 청구서에 통합부과되는 TV수신료(2,500)를 의무적으로 납부하면서도 통신사 및 케이블사 등에 별도 요금을 내고 TV를 봐야 한다. 여기에 인터넷 및 와이파이, 혹은 전화 등이 덧붙여지면 연간 상당한 금액이 추가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동전화 통신료와 홈서비스 요금을 합해 부담스런 금액을 지출하고 있는데, 합리적인 가격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 소규모 업체들의 틈새전략으로 공룡 통신사들의 바가지에 금이 가서 물이 조금씩 새고 있지만, SK·LG·KT의 통신요금 바가지는 여전히 만리장성 철옹성이다.

 

누구나 하나씩 보험을 들 수 있지만, 자동차보험은 TV 수신료처럼 의무적이라는 점에서 공공성이 강하다. 만일의 경우에 자신의 피해와 자신으로 인한 타자의 피해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은 필요하고 유용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험요금의 적정성 논란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부담이 지나치면 안되고(과잉금지의 원칙), 어느 정도 실제에 상응하는 부담을 지우도록 하는 것(비례의 원칙)이 시장의 상도의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초보 운전자들에게 보험요금 폭탄을 부과하는 것은 금융사들이 저신용자에게 금리 폭탄을 부과하는 것처럼 적정한 거래의 원칙, 즉 공정성과 경제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금융사·통신사·보험사는 최상위 연봉자에서 억대 연봉 정규직은 성채 안에 있고 현장의 마케터, 설치기사, 설계사에 이르는 거대한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밑으로 갈수록 소비자와 접점은 많지만 소득은 낮아지고, 위로 갈수록 책임을 밑으로 전가하면서(미라미드) 소득이 급격히 높아지는 (역삼각형)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사·통신사·보험사의 바가지는 국가에 의해 과점체제가 용인된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서비스를 악용한 벌거벗은 탐욕이다. 시장원리? 시장자율? 주요 은행과 통신사 및 보험사는 모두 정부의 규제의 틀 안에서 과점의 수혜를 입었을뿐더러 각종 지원을 받았고,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공적 자금까지 받았던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역대정부가 ‘3대 바가지에 눈을 감았던 것은 그들이 부르짖던 민생정치의 흑역사가 아닐 수 없다. 무능인가, 부패인가, 무신경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