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각살우는 금물이다. 전임정부의 좋은 정책은 발전시키고, 부족한 정책은 보완하거나 개선하는 것이 ‘후발 선진국’ 대한민국이 가야할 방향이다. 정말 로 나쁜 정책이라면 바로잡아야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 따르면 그런 경우조차도 신중할수록 정치적 미덕이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87년 민주화 이후의 역사적 교훈에 따르면 말이다.
예컨대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그러하다. 여성가족부 폐지논란은 지난 세월 동안 여성가족부의 고위결정권자들이 미투 논란 등에서 정파적 편협성을 드러내면서 불거진 탓이 크다. 그럼에도 성평등 문화가 태부족한 사회에서 여성가족부의 역할은 제대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에 평행선을 긋다가 최근 여성가족부 존치를 전제로 오랜 소모전을 종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한다.
여의도 소식통에 따르면 여야는 2월 임시국회에서 지지부진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처리하는데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동안 여당은 국가보훈부 격상, 외교부 재외동포청 신설, 여가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을 추진했으나, 야당은 여가부 폐지에 반대했다. 하지만 여당이 여가부 폐지가 아닌 구조개선 및 인적변화 등 점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면, 야당도 정부조직법 개정을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 폐지 논란은 군 가산점 논란 등 오랜 젠더이슈와 별개로 ‘미투’ 이후 불거진 몇 가지 사건에서 보여준 더불어민주당과 여성가족부 책임자들의 행태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최근의 대표적 사례가 이른바 ‘피해호소인’이란 신조어였다. 당시에 이 단어는 여가부 장관을 수두룩하게 배출한 민주당의 중견, 소장 여성의원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MBC 신입사원 시험에서 ‘피해인’을 다른 말로 어떻게 부르는 것이 좋은가를 묻는 항목이 있었다고 한다.
(질문) MBC 신입기자 시험에서 피해자 명칭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하던데.
(답변) 그 언론사 입사 시험에서 피해자를 무엇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지를 서술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피해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마음대로 불러보라고 조롱하는 것과 같았다. 이를 알게 된 피해자는 "내가 방송국 앞에서 죽으면 (나의 피해 사실을) 믿어줄까요?"라고 했다. 당시 시험을 봤던 기자 지망생이 나한테 전자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메일에서 "내가 아는 지원자들은 모두 '피해자'로 불러야 한다고 썼다"고 했다. 피해자는 그런 메일 한 통에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이처럼 자칭 ‘민주적·진보적 세력’의 거센 반격과 여러 음모론에 휘말리면서 갑자기 ‘꼴통 보수’처럼 매도를 당했던 변호인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장본인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했다고 한다. 그도 여성이기 때문일까?
이른바 ‘피해호소인’의 변호인이었던 김재련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선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재고할 것을 요청했다. 왜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반대하는 것일까?
(질문) 윤석열 정부에 요구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답변) 이 세상이 아름답고, 멋지고, 평화롭기 위해서는 젠더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이런 문제를 담당하는 여가부의 폐지는 다시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그동안 여가부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고,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런 부분은 보완하고 개선함으로써 채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삶 : 김재련 변호사 편(2023.1.26.)
https://www.yna.co.kr/view/AKR20230125073300501?input=1215m&cm=news_head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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