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핵 사다리 치우기

핵 사다리 치우기(4) : 핵개발론의 허와 실

twinkoreas studycamp 2021. 10. 14. 18:36

 

NATO의 핵공유는 미 공군력에 기초한 것이다.

 

 

20223월 대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핵무장론이 부상하고 있다. 20175월 대선 이후 벌어진 조선의 핵무력 완성에 대해서 지난 4년 동안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대응이 주조를 이루었으나, 차기 정부가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나토(NATO) 방식으로 핵 공유를 추진하거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윤석열 예비후보도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확장억제 강화방안으로 미국의 핵무기 전개를 위한 협의절차를 수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또한 정례적인 핵무기 운용연습을 통해 핵우산의 신뢰도를 높이고, 유사시에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미국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미국 대통령과 담판을 해서라도 핵 균형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고, 윤 후보는 전술핵 배치나 핵 공유가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핵무장론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최후의 대항수단은 핵 공유라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전쟁 억지력에 대한 엇갈린 시각

 

1011일 홍 의원은 앙숙관계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무장 이후 양측의 분쟁이 사라졌다는 취지로 한국의 핵무장 및 남북의 핵균형을 재차 강조했다. “핵을 가진 나라끼리는 전쟁이 불가합니다.”

 

실제로 인도와 파키스탄는 핵무장 이후 장기간 전쟁을 멈추었다. 양국은 카슈미르 분쟁, 동파키스탄(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등 여러 차례 전쟁을 치렀지만, 중국의 핵무장(1964)에 자극을 받은 인도의 핵무장(1974)과 인도의 핵무장에 위기를 느낀 파키스탄의 핵무장(1998)으로 연쇄적으로 핵 사다리가 이어지면서 역내 핵균형을 실현했다.

 

핵무장 이후 3국은 국경분쟁을 하더라도 경미한 수준에 그치고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핵무장국들은 죽기 살기로 싸우기는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는 듯했다. 하지만 1999년 카슈무르 카르길(Kargil)에서 발생한 국지전으로 양측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핵 전쟁의 가능성까지 대두됨으로써 핵무장국 간의 전쟁불가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중국과 소연방(Soviet Union)도 핵무장 이후에 국경분쟁을 겪었지만, 군사적 충돌의 규모와 강도가 전쟁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카르길 지역

 

19992월 파키스탄 특수부대가 카길지역을 목표로 해서 히밀라야산맥의 고원지대에 잠입했다. 5월 말에 인도군이 격퇴작전을 전개하면서 양측의 무력충돌이 시작되었다. 초기에 유리한 지형을 확보한 파키스탄군이 포격전 등으로 인도군을 물리쳤으나, 인도의 2만명에 달하는 지상군과 공군력에 밀려서 패색이 짙어졌다. 인도 해군의 2개 함대가 카라치를 겨냥해 해상 무력시위를 한 것도 에너지 공급을 해상루트에 의존하는 파키스탄에게 중대한 압박이 되었고, 국제사회의 비난여론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론적으로 파키스탄 정부는 74일 완전철수를 공표했다. 또한 실패한 전쟁을 자인한 뒤 3개월만에 군사쿠데타가 발생했다.

 

핵무장으로 힘의 균형을 이루면 전쟁을 억지하고 안정과 평화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는 견해가 있지만, 핵전쟁에 따른 파멸을 피하려고 전면전을 회피하는 대신에 탐색전이나 국지전의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점진적 전파에 의한 안정화 vs 안정·불안정 역설

 

월츠는 핵무기의 점진적 전파가 세계의 안정에 기여한다는 견해를 밝혔다(The Spread of Nuclear Weapons : More May Better, Adelphi Papers, Number 171,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그는 점진적 전파’(gradual spread)에 따라 (쌍방의 축소노력에 의해서) 핵무기 총량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면서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이루고, 핵 확산에 대한 과민반응이 줄어듦에 따라 합리적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첫째, 핵문제에 관하여 미국과 러시아가 성숙해지면서 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실제로 양국은 벨로루시·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의 비핵화 및 비핵지대화를 위해 협력하였다.

 

둘째, 미국과 러시아는 엄청난 수의 핵탄두로 국제적 평형(international equilibrium)을 유지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의 생존 및 보복능력이 높아지면서 미국과 어느 정도 균형상태에 있고, 다른 핵보유국들은 이러한 균형을 파괴할 이유와 능력이 없다.

 

셋째, 역사적으로 전쟁은 흔히 오산(miscalculation)에서 비롯되었지만 양극체제에서 경솔함과 부주의로 인한 오산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물론 순간적 착오나 기술적 오작동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소연방은 레이더에 포착된 비행물체를 오독하여 ICBM을 발사할 뻔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지만, 일선 장교의 합리적 이성과 용기로 발사절차가 중지된 적도 있다.

 

넷째,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은 오산을 허용하지 않는다. 여러 나라들이 재래식 전쟁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했지만, 핵무기는 미··중이 전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핵무기는 전쟁의 대가를 엄청나게 증가시켜서 전쟁을 시작할 수 없게 함으로써 전쟁억지의 이상’(deterrent ideal)에 접근하게 하였다.

 

다섯째, 마지노선(The Maginot Line)이 상대국에게 난공불락으로 여겨질수록 침공의 가능성이 낮아졌던 것처럼 핵무기는 방어적 이상에 접근하게 만듦으로써 평화를 유지하는데 기여한다.”(김병규, 트윈 코리아, 93~94)

 

반면에 안정·불안정 역설’(stability·instability paradox)에서는 핵무장으로 전면전 위험이 사라졌다고 과신한 국가들이 무력충돌이나 국지전을 감행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본다. 분쟁지역에 과감하게 진입한 파키스탄의 사례는 이러한 역설의 중요한 사례가 되었다.

 

 

핵개발의 가망성과 정당성에 대한 논란

 

역대 군사정부(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모두 핵개발을 암중모색하다가 그만두었다. 1994년 서수종 전 안기부장비서실장은 노태우 대통령이 임기말에 핵개발을 제기했다고 밝혔고, 최근에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1990년에 노태우가 자신에게 우리도 핵개발을 해야 하지 않겠어?”라고 물었으며, 이후 자신은 은밀하게 원자력연구원에 자금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노태우 정부의 핵개발 추진은 부시 미대통령의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결정과 이로 인한 한반도 비핵화의 강풍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016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촉구했다. 그는 핵무장이 아니라 북핵에 대응하는 방위 차원이라고 주장했지만, 한국이 개발한 핵이든 남의 핵이든 일단 한반도에 들어오면 핵무장의 범주에 속한다. 다만 핵의 소유권과 이동 및 발사 등에 대한 권한에서 독자적 개발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202011월에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말을 갈아탄 김종인이 북한이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져간다면 우리도 핵무장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고 핵무장에 관한 논의를 촉구했다.

 

Jennifer Lind(다트머스대)

 

최근에는 린드(Jennifer M. Lind) 미 다트머스대 교수 등이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한 “Should South Korea build its own nuclear bomb?”라는 제목의 공동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의 경향적 약화에 대비하여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력한 지정학적 힘에 의해 서 사실상 한미동맹이 찢어지는 어려움에 처했다(In fact, the alliance is in trouble pulled apart by powerful geopolitical forces)”고 진단하고, 조선의 핵무기 발전이 한미동맹의 위험-보상 계산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This development fundamentally changes the alliance’s risk-reward calculus)고 우려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유일한 대안은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1950년대에 NATO 회원국들이 미국인들이 본을 보호하려고 보스톤을 희생할까?(Would the Americans really sacrifice Boston to protect Bonn?)”라고 반문하기 시작하면서 영국과 프랑스의 독자적 핵무장으로 귀결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켰다. 또한 한국이 합법적인 핵개발을 위해서 NPT 10조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국의 최고이익을 위태롭게 했다고 간주하는 비상사건으로 북핵의 완성 및 고도화로 인한 국가안보의 치명적 위협을 제기하면 정당한 탈퇴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NPT 10>

각 조약 당사국은 자국의 주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본 조약의 주제와 관련된 비상사건이 자국의 최고이익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판단한다면,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다. 그 당사국은 탈퇴 3개월 전에 모든 조약 당사국과 유엔안보리에 그 탈퇴를 통고해야 한다. 그 통고문에는 자국의 최고이익을 위태롭게 했다고 간주하는 비상사건에 대한 설명을 포함해야 한다.

 

 

핵 무장론의 문제점 :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견해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간헐적으로 핵무장론이 제기되었다. 20203월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에서 보니 젠킨스(Bonnie D. Jenkins) 전 국무부 위협감소 프로그램 조정관은 조선의 핵무장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부추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고, 스티븐 레이드메이커(Stephen G. Rademaker) 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도 핵우산의 효과와 의존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 해당 국가들이 핵을 개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미 의회조사국(CRS)에서도 동맹국들이 미국의 핵전략과 안전보장을 확신하지 못하면 핵보유의 필요성이 점증할 것이고, 핵보유국인 중·조와 대면한 한·일에서 명백해질 것이라는 관점을 인용하였다(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Nonstrategic Nuclear Weapons, 2020.5). 실제로 202011월 김종인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미국의 핵우산이나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반입이 불가능할 경우에 조선이 끝까지 핵무장을 고수하면 한국도 핵무장에 대해 기존의 생각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러한 동향에 대해서 버웰 벨(Burwell B. Bell)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성명을 내고 위험성을 상세하게 밝혔다(VOA, 2020.11.26). 벨 전 사령관이 제기한 한국의 핵무장 불가론은 핵확산금지에 대한 당위론이나 막연한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인한 고립이 아니라 핵무장이 갖는 군사적 의미와 주변국과의 관계변화에 대한 실질적 우려에 기초한 것이다. 그의 논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핵보유국은 즉각적이고 공격적인 전쟁능력을 갖추게 되고, 핵무기를 방어를 위해서만 쓴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의 군사전략이 기존의 억지와 방어 전략에서 즉각적이며 공세적인 전략으로 이행하게 되고, ··중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저해하여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미국은 공세적 핵무기 능력을 갖춘 나라에 대한 지원을 꺼리기 때문에 한국과의 군사동맹 및 공약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고 종국적으로 핵우산을 철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로써 핵무장한 한국은 중국, 조선, 러시아의 도전에서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상태로 남겨질 것이다.

 

셋째, 역내 파트너인 일본과의 관계를 훼손하고, 일본은 한국을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하여 대응할 것이기 때문에 양국은 전투적 관계로 전환될 것이다.

 

벨 전 사령관은 결론적으로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미···중에 적대감을 야기하고 미국과 불확실한 동맹상태에서 조선과 마주하는 불안정의 바다’(sea of instability)에 남겨질 것이라고 경고하였다.”(김병규, 트윈 코리아, 191~193)

 

 

 

 

핵을 배치하지 않고 공유하는 방안 : NPT의 회색지대

 

201710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미국과의 핵공유 협정(nuclear sharing agreement)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장하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 불가능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전략자산 순환배치, 전술핵 재배치, 핵 개발의 실현성이 낮다고 단정하고, 특히 전술핵은 재래식 무기가 되었고 전술핵 재배치는 북핵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대안으로 핵공유협정을 제기하고 있다. 2020715일에는 북한이 끝내 핵을 고집할 경우에 국내에 핵무기를 들여오지 않더라도 힘의 균형을 맞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핵공유 협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NATO의 핵공유는 미국과 서유럽의 힘이 작용한 ‘NPT의 회색지대라는 논란을 초래했고, 미국은 이러한 핵공유를 한국 등으로 확장하는데 소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