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영세무장중립/중견국가의 지표

중견국가(3) 운크타드(UNCTAD) B그룹 시사점

twinkoreas studycamp 2021. 7. 3. 16:57

대한민국이 UN 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B그룹으로 지위변경을 함으로써 다시 한번 선진국(advanced country, more developed country)으로 인증되었다. 연합뉴스는 영문판에서 한국이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a developed economy'로 범주화되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오랫 동안 A그룹에 속하여 ‘G77(개도국그룹)+중국’의 협상그룹에서 활동하다가 1996년 OECD 가입 이후 미국, 스위스, 캐나다 등이 포함된 ‘쥬스칸스(JUSSCANNZ)’ 협상그룹으로 이동한 상태였는데, 이번에 B그룹으로 이전함으로써 확실한 지위상승이 이뤄진 셈이다.

 

운크타드의 회원국 195개국 중에서 팔레스타인과 바티칸시국은 옵저버 국가(observer states)로 분류하고, 나중에 합류한 아르메니아, 키리바시, 나우루, 남수단, 타지키스탄, 투발루 등은 아직 그룹이 지정되지 않았다.

 

운크타드(위키백과)

 

그동안 한국은 여러 기준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었지만, 운크타드에서는 G7과 OECD 회원국 중에서 동유럽 이외의 국가들이 포함된 B그룹(기존 31개국)에 포함되지 못했다.

 

운크타드는 아시아·아프리카국가들은 A그룹,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은 B그룹, 남미국가는 C그룹, 과거에 사회주의권이었던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는 D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7월 2일 운크타드(UNCTAD) 제68차 이사회는 A그룹(개발도상국)에 속한 한국을 B그룹(선진국)으로 변경했다. A그룹에서 B그룹으로 이동한 경우는 운크타드 설립(1964년) 이후 57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성환 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기고문, KDI 나라경제 8월호, 51쪽)

 

하지만 선진국이 곧 강대국이나 중견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수준이 높은 싱가폴, 룩셈부르크 등이 그러하다. 반면에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은 인구·영토·군사력·자원의 측면에서 세계적 혹은 역내 강대국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지만 군사적, 외교적 차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중견국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중견국의 기준도 하나로 통일된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선진국 수준이지만 강대국으로 보기 어렵고, 서유럽의 '잘사는 소국들'과 달리 역내와 세계적 차원에서 일정한 역할과 관여를 하는 중상위 그룹을 중견국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

 

또한 캐나다와 이탈리아는 G7에 속하지만 전형적인 강대국의 면모와 위상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아시아의 한국, 북미의 캐나다, 중남미의 멕시코, 유럽의 이탈리아, 스웨덴, 스페인, 그리고 호주 등은 중견국으로 묶을 수 있다.

 

반면에 싱가폴, UAE 등은 역내와 국제적으로 경제, 교통, 무역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영토, 인구, 군사력 등을 망라한 종합적 기준에서 세계적 수준의 중견국가로 보기 어렵다. 또한 상당한 인구와 영토를 보유하고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두드러지게 성장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대외적으로 원조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중견국가에 포함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일찍이 산업화를 이룬 동유럽 국가들도 체제전환 이후 OECD 회원국으로 다수 가입하였지만, 국제사회에 관여하고 기여하는 정도에서 전형적인 중견국가의 위상으로 보기 어렵다.

 

 

경제지표, 인간개발지수 기준

 

경제선진국을 단지 경제규모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수준 이상의 경제규모가 선진국의 기본요건이란 점은 분명하다. 최근의 경제규모로 보면 2020년 추정 GDP 기준으로 세계의 TOP 10은 미국(20조8천억 달러), 중국(15조2천억 달러), 일본(4조9천억 달러), 독일(3조8천억 달러), 영국(2조6천억 달러), 인도(2조6천억 달러), 프랑스(2조6천억 달러), 이탈리아(1조8천억 달러), 한국(1조6천억 달러), 캐나다(1조6천억 달러) 순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에 인구대비 소득수준에서는 인구소국들이 상위권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인구가 적은 나라일수록 사회기반시설과 복지 및 국방에 관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일정한 경제수준에 도달하면 인구대비 소득기준 산정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상위권에서는 미국, 독일을 제외한 모든 국가 및 지역이 인구 5천만명 이하이고, 상당수가 수십만명~수백만명의 인구소국이다.

 

하지만 80억에 육박하는 세계에서 인구 40만명 수준의 초미니 국가나 500만명 안팎의 인구소국의 소득수준을 ‘선진국 모델’로 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1인당 경제력의 평가에서 ‘중력의 원리’처럼 작용하는 인구의 비중을 고려하여, 인구 3천만명 이상의 국가 중에서 3만 달러 이상을 달성한 국가를 추려 보는 것이 국제정치경제의 맥락에서 현실적 의미가 있다. 한국은 인구 3천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 일곱 번째로 3만 달러를 달성했다.

 

서유럽의 군소국가들과 중동의 산유국들은 인구 대비 소득의 기준에서 세계 상위권에 다수 포진하지만, 야구로 말하자면 높은 타율이나 우수한 방어율에도 불구하고 규정 이닝에 미달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외형적인 경제지표보다 삶의질을 포함한 좀더 실질적 기준으로 실질국민소득, 교육수준, 문맹률, 평균수명 등을 종합한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지수(HDI)에 따라 '매우 높은 인간개발 수준'(Very High Human Developedment)을 진정한 선진국으로 간주한다면, 한국은 다소 미흡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최상위권(TOP 10)은 노르웨이, 아일랜드, 스위스, (홍콩:중국특별행정구), 아이슬란드, 독일, 스웨덴, 호주, 네덜란드, 덴마크가 차지했다. 이어 상위권(11~20위)은 핀란드, (싱가폴:도시국가), 영국, 벨기에,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일본이다.

 

한국은 23위로 (리히텐슈타인:도시국가), 슬로베니아의 다음을 차지했다. 한국 뒤로는 (룩셈부르크:도시국가), 스페인, 프랑스, 체코, (몰타:도서국가), (에스토니아:소국), 이탈리아, UAE, 그리스 등이 자리잡았다.

 

30위권 안에 인구와 영토가 매우 적거나 주권국으로 보기 어려운 소국이 8개국 정도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한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사실상 상위권(11~20위)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선진국 분류에서도 다수의 소국 혹은 국가로 인정 받지 못하는 나라들이 등장한다. 그리스, 독일, 스웨덴, 아일랜드, 한국, 프랑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도시국가), 스위스, 영국, 타이완(대만), 핀란드, 노르웨이, (몰타:도서국가), 스페인, 호주, 체코, 뉴질랜드, 미국, (슬로베니아:소국), (슬로바키아:소국), 오스트리아, 캐나다, (에스토니아:소국), 일본, 벨기에, (싱가폴:도시국가), 이스라엘, (키프로스:도서국가), 덴마크, (라트비아:소국), (리투아니아:소국), (홍콩:중국특별행정구), 포르투갈, 이탈리아, (산마리노:소국), (아이슬란드:소국), (푸에르토리코:미국자치령), (마카오:중국특별행정구) 등인데, 39개국 중에서 10여개국이 인구(수십만명~수백만명), 영토, 외교적 권한 등에서 일반적인 국가로 보기 어렵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OECD 회원국 32개국을 고소득국가로 분류하고 있는데, 주로 경제적 의미에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한국을 포함하는 개발원조위원회(DAC) 28개국은 대외원조를 한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역할을 충족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직도 원조가 절실한 다수의 개도국에서는 DAC 28개국을 경제부국, 혹은 선진국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 아직 경제력 대비 ODA(공적개발원조) 비중이 미흡하지만 절대 금액이 상당한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공신력 있는 여러 국제기구에서 선진경제 및 고소득 국가로 분류되고 있지만,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 23위와 The Economist의 민주주의 지수(2020) 23위를 고려한다면 종합적 차원의 ‘TOP 10’ 진입을 위한 분투가 필요하다.

 

 

DAC 회원국 : 그리스, 룩셈부르크(소국), 아일랜드, 체코, 네덜란드, 미국,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벨기에, 호주, 포르투갈, 뉴질랜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프랑스, 한국, 스위스, 이탈리아, 핀란드, 덴마크, 스페인, 일본, 독일, 아이슬란드(소국), 폴란드, 슬로바키아(소국), 슬로베니아(소국)

 

 

인구 5천만명 이상의 국가 중에서 각종 경제지표와 인간개발지수까지 모두 최상위권(TOP 10)에 속하는 국가는 독일이 거의 유일하지만, G7의 나머지 국가들과 서유럽 국가들, 아시아의 일본과 한국을 포함하는 20여개국 정도가 여러 기준에서 상위권에 속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20개국 정도를 종합적 의미에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미 영 프는 전통적인 강대국 범주에 속하지만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한국, 일부 유럽 국가들은 중견국으로 간주할 수 있다. (2차세계대전 전범국가인 독일과 일본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여 전통적인 강대국 범주에 복귀하려고 한다.) 또한 영세중립국인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다른 중견국들과 달리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다.

 

(Newsweek)

10년 전에 Newsweek지는 경제, 정치, 교육, 건강, 삶의 질에 대한 선진화 수준을 기준으로 하여 ‘The world's best countries’를 발표했는데, 다른 기준들과 마찬가지로 상위 30개국은 유럽 국가들이 독차지했다.

 

핀란드, 스위스, 스웨덴, 호주,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캐나다, 네덜란드, 미국, 덴마크, 일본, 독일, 뉴질랜드, 영국, 한국(15위), 프랑스,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싱가폴), 스페인, 이스라엘,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체코, 그리스,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폴란드, 칠레가 상위권에 선정되었다. ( )=인구 500여만명 이하

 

US News & World Report의 ‘The Best Countries in the World’는 각국 시민들의 평가를 지수화한 것으로 객관적 근거보다는 국제적 평판에 의한 순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20위권 밖에서 조금씩 상승하다가 코로나 사태 이후 2021년도 조사에서 15위를 차지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군사력을 포함해서 종합적 차원에서 세계 10위~20위 수준의 상위권 국가로 자리잡았다. 주요 경제지표와 군사지표는 10위권이지만, 양성평등이나 안전을 비롯한 사회개발 및 문화적 척도에서는 20위권 이하의 영역이 적지 않다. 따라서 한국은 평균적으로 15위권의 선진국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전쟁 발발 이후 70년 동안 비약적으로 존재이전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D10(Democracy 10)

 

‘한국사회의 빅뱅’ 1987년 6월항쟁(나무위키)

 

미국과 영국이 제기한 ‘D10(Democracy 10 states)’은 중·러의 도전에 대응하려는 정치동맹의 성격이 강하다. 2008년 미 국무부에서 제기한 D10은 기존 G7에 한국, 호주, EU(대표부) 혹은 인도(옵서버)를 추가한 것이다. 세계에 이들 국가보다 훨씬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성숙한 나라가 많다는 점에서 D10은 질적인 기준을 담보하는 상위 민주주의국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도에 대해서는 방대한 연방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보편적인 인권(여성)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극혐의 범죄들이 끊이지 않는 '문제적 국가'로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국제정치적 목적에서 인도를 옵서버로 참여시키거나 거꾸로 EU(대표부)를 옵서버로 하고 인도를 회원국에 포함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영국은 형식적이지만 영연방에 속하는 호주와 인도를 회원국 혹은 옵셔버로 추가하기를 바라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EU에서 탈퇴한 영국이 발언권을 높이려는 의도로 경계하고 있다.

 

또한 독일과 프랑스, 일본은 서로 다른 이유로 G7에 한국, 호주, 인도를 포함하여 G10으로 개편하는 방안에도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만약에 G10에 캐나다, 호주, 인도가 모두 포함되면, 아무래도 영국의 발언권 강화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동맹관계인 한국을 고려하면, 미·영은 G10 회의에서 자국을 포함해서 60%의 우호적 지분을 차지하게 된다. EU를 대표하는 독일과 프랑스가 G7의 확대개편을 선뜻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다.

 

□ 지금의 영연방(Commonwealth of Nations)

과거 영국의 식민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형식적으로 영국 국왕을 영연방의 수장으로 하고, 52개 회원국들은 독자적인 국가수반이 있다. 캐나다,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영국 노동당 등은 회원국 수 반이 돌아가면서 영연방의 수장을 맡아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한반도 국가의 존재양식에 대한 전환적 발상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 군사적으로 강한 국가, 국민들이 살기 좋은 국가, 문화적으로 우수한 국가,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는 일치하지 않는다. 즉 선진국, 강대국, 민주국가, 문화국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고, 이 모든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한때는 미국과 영국 등이 그런 경지를 자부했지만 ‘브리티시-아메리카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한국(ROK)이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고, 종합적으로 중견국의 지위와 역할을 갖게 됨으로써 전체로서 한반도 국가는 남과 북의 단층화 및 결절화가 더욱 심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한반도 국가의 존재양식에 대한 새로운 논의로 발전시키는 전환적 발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