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정세현 등 역대 통일부장관 6인이 외교부가 대북정책 논의를 미국과 협의하여 주도하려는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외교부는 미국과 대북정책협의체를 만들었으나 통일부가 반발하자 ‘한미정상회담 후속 팩트시트협의체’로 명칭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 전문>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합니다.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과거 한미 워킹그룹 방식으로 이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거 한미 워킹그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인 협의가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제재의 문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 실무 부처의 의견 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미국 실무자들과의 대북정책 협의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보다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더 큽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미국 실무대표의 생각을 보면, 그가 참여하는 한미 정책협의는 북미 정상회담의 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대북정책을 외교부가 주도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원칙에 반합니다. 과거 남북관계 역사에서 개성공단을 만들 때나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 외교부는 미국 정부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고 보수적이었습니다. 전문성이 없고, 남북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정책을 맡길 수 없습니다.
대북정책은 통일부가 주무부처이며, 경제, 군사, 인도, 사회문화 등 전 분야의 회담 추진 과정에서 부처 간 협의를 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외교부 주도의 한미 워킹그룹 가동 계획을 중단하고, 통일부가 중심이 되어 남북관계 재개 방안을 마련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해야 합니다.
2025년 12월 15일
임동원(25·27대 통일부 장관), 정세현(29·30대 통일부 장관),
이재정(33대 통일부 장관), 조명균(39대 통일부 장관),
김연철(40대 통일부 장관), 이인영(41대 통일부 장관)

자주파·동맹파 이분법의 종언
일각에서는 자주파(통일부 중심)와 동맹파(외교부 중심)의 갈등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통일부는 조선(DPRK)의 ‘적대적 두 국가론’의 도전에 존재이유가 위태롭게 됨으로써 ‘자주파·동맹파 이분법’은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한반도 지정학의 변화와 조선의 ‘두 국가’의 파고는 국내의 자주파·동맹파 이분법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조선은 통일 관련 기구 및 조직을 해체하고 통일을 상징하는 동상 등 구조물을 철거했으며, 심지어 통일을 연상케 하는 문구나 표현을 금지시켰다. 또한 조선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 파병하여 유럽의 지정학과 정세에까지 파급력을 가함으로써 전통적인 남북관계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게 됐다.
통일부가 대북정책의 사령탑이 되어야 하고 남북대화의 창구라는 생각은 이러한 중대한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낡은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는 자기부정의 자폭(自爆)정신으로 ‘두 국가’의 도전에 임하지 않는 한 국가예산만 축내는 무기력한 부처로 전락할 운명이다.

전환의 시발은 통일부의 자기부정
통일부는 조선의 ‘적대적 두 국가’에 대해 ‘비적대적 두 국가’로 전환할 수 있는 리얼리스트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휴전상태와 북핵의 위협 속에서 ‘평화적 두 국가’는 비약이며 로맨티스트적 망상이다.
통일부가 ‘비적대적 두 국가’의 비전을 창출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시대변화에 부응하여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즉 명칭과 조직을 ‘남북협력부’ 혹은 ‘남북관계부’ 등으로 전환하고, 통일 자체를 부정하는 조선과 대칭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두 국가’의 도전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현실적으로 ‘외교부 대 외교부’로의 접근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통일부가 먼저 제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통일부다운(?) 자세일 것이다.
통일부는 실질적으로 작동 가능한 대북정책의 전환을 위한 역사적 가교가 되어야 하며, 오랜 경험과 기존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살려나가려면 궁극적으로 외교부와 통합하여 ‘남북협력기구’로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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