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주석 시기에 추진된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비판하는 한국 노학자가 라오닝성 주도인 선양(瀋陽·심양) 국제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5월 6일 고구리·고리연구소 이사장 서길수(81) 전 서경대 교수는 고구려 유적 답사단 16명과 함께 선양 공항에 도착했으나 중국측으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입국이 거부돼 즉시 귀국했다. 서 이사장은 고구려 유적 답사 등을 위해 30회 이상 중국을 방문했으며, 2015년 이후 10년만에 방문하는 과정에서 입국이 거부됐다.
그동안 서 이사장은 ‘고구려의 본디 이름 고구리’, ‘동북공정 백서’ 등의 저서에서 동북공정의 문제점을 이론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주중 한국 영사관을 통해 이번 입국거부 사유를 따졌으나, 영사관은 중국 측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어 재차 확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입국이 허가된 고구려 유적 답사단 일행도 중국 당국의 고압적인 태도와 감시에 시달리며 예정일정의 상당 부분이 거부되거나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지 숙소에서 한국 연구자들이 마치 범죄인의 머그샷처럼 여권을 들고 사진을 찍은 후에 숙소 열쇠를 받아 인권침해 및 외국인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간주하고 자국의 변방에 존재했던 소수민족의 정권으로 왜곡한다. 이에 따라 퉁화(通化) 박물관 등에서는 고구려를 중국 변경의 민족정권이라고 안내하여 한국인 방문객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중국과 조선(DPRK)도 문화혁명 시기에 민족감정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조선은 한자를 배격하고 모든 공식문서를 한글전용으로 전환하는 등 대중국 독자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 백두산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을 때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는 “백두산은 역사적으로 조선의 영토”라고 선을 그었고, 한국전쟁 당시 중국인민지원군 부사령관이었던 훙쉐즈(洪学智)는 조선인의 국공내전 기여를 증언했다.
훙쉐즈는 조남기 장군(충북 청원 출생)을 중용하여, 조 장군은 훙에 이어 인민해방군 상장을 지냈다. 또한 훙이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정협(정치협상회의) 주석을 지낸데 이어 조 장군도 정협의 부주석을 역임했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의 선대와 달리 후진타오 주석 이후 현 세대는 고구려를 비롯한 한반도 고대사를 중화민족의 변방으로 복속시키는 한편 이에 대한 한반도 국가의 감시와 비판에 대해 고압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옌안대장정을 거쳐 중국 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을 정립한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 등 혁명 1세대가 중국과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 겸허하고 포용적인 관점을 유지한 반면에 후진타오·시진핑 등은 편협한 중화주의로 퇴행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중에 만난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는 중국의 영토였다”는 식으로 발언했다고 까발린 적이 있다. 중국 지방공항에서 한국의 노학자가 고압적으로 추방된 사건은 중국의 퇴행적 중화주의(Sinocentrism)와 맞물려 있다.
최근 중국은 안중근 의사의 유적지와 기념관을 폐쇄 및 축소하는 등 한국인들의 왕래를 차단하고 나섰다. 또한 한국 학자들이 동북3성에 대한 고토수복(故土收復)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학문적 연구와 역사적 검증을 위해 고구려 유적지를 답사하는 것에 대해 중국 당국이 과민하고 고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대국의 자존감을 잃은 졸보와 좀팽이의 행태라는 힐난을 면하기 어렵다. 퇴행적 중화주의로의 복귀는 ‘덩치만 큰 좀팽이’라는 조롱을 초래한다.
고구리·고리연구소 ‘동북공정 백서’ 집필진
서길수 이사장, 고구려발해학회 고문, (전) 서경대교수
『동북공정과 한국 학계의 대응 논리』(공저) / 『동북공정 고구리사』(번역) / 『중국이 쓴 고구리 역사』(번역) / 『한말 유럽 학자의 고구리 연구』 『고구리 축성법 연구』 『백두산 국경 연구』 『고구려 본디 이름 고구리(高句麗)』 『장수왕이 바꾼 나라이름 고리(高麗)』 『세계 속의 고리(高句麗) - 막북(몽골) 초원에서 로마까지』 『실크로드에 핀 고리(高句麗)의 상징 닭깃털관(鷄羽冠)』 『사마르칸드에 핀 고리(高句麗)의 상징 닭깃털관(계우관)』 등
우실하 한국항공대 교수, 동양사회사상학회 회장 단군학회 부회장 / (전) 중국 요녕대학 교수, 중국 적봉대학 방문교수
『동북공정과 한국 학계의 대응 논리』(공저) / 『고조선 문명의 기원과 요하문명』등 10권의 단독저서와 24권의 공저 /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의 전개와 적용」 등
박승범 연구원, (전) 한성대 학술연구원
『동북공정과 한국 학계의 대응 논리』(공저) / 「중화인민공화국 학계의 고구려 유민 연구 검토」 「『後魏孝文帝與高句麗王雲詔』와 文咨王 즉위 초기 고구려-북위 관계」 「고구려의 道敎와『老子道德經』 수용」 등
박찬규 연구원, (전)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금석문으로 백제를 읽다』(공저) / 『목간으로 백제를 읽다』(공저) / 「집안지역에서 최근에 발견된 고구려 문자 자료」 「문헌자료로 본 전남지역 마한소국의 위치」 「준왕의 남천과 익산 금마 명칭의 내력」 등
한규철 경성대 명예교수, (전) 고구려발해학회 회장 및 이사장, 17대 국사편찬위원
『동북공정과 한국 학계의 대응 논리』(공저) / 『발해의 대외관계』 「신라와 발해의 정치적 교섭 과정」 「고구려 시대의 말갈 연구」 「중국의 고구려 발해사 인식과 역사갈등」 등
박선영 세종대 교수, (전) 국사편찬위원회 교과용 도서 검정위원, 하버드 옌칭 연구소
『동북공정과 한국 학계의 대응 논리』(공저) / 『글로컬 만주』 『東北抗日義勇軍』 「중화인민공화국의 조선족 역사적 정체성 만들기」 「만주족의 역사적 정체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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