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한동훈은 일시 대립했지만 오랜 세월 보스와 측근의 관계였다.
야밤에 후보를 교체했다가 당원투표가 부결된 권영세, 권성동도 검사출신이자, 어린 시절 혹은 대학 시절에 윤과 막연한 사이였다. 권은 사실상 사퇴종용을 거부한 김문수 후보에게 '알량한 후보자리'라고 폭언했다.
한 놈이 자폭하더니, 두 놈이 파이널 자폭했다고 말폭탄을 쏘고 하와이로 간 홍준표도 검사 출신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 이어 또 선거지원 품앗이를 거부했다.
한도 선대위 지원을 하지 않으려고 뭉개는 양상이다.
검사 출신 5인의 공통점은 일생을 제 잘난 맛에 살다보니, 자기 생각에 도취되어(자가중독) 정치 도의 에 벗어난 언행을 아무런 죄책 감 없이 내지른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의 핵심적 공통점은 승복의 미덕을 결여했다는 점이다.

오형제에 비하면 안철수는 상남자다. 지난 대선에서 국힘당이 승리하는데 기여한 보상을 받지 못했어도 승복하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지원에 나섰다.
또한 김문수에게 사과, 개헌, 결별을 공개 요청한 것도 책임정치에 부합한다.
조기대선의 원인을 제공한 계엄사태에 대해 진지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정직한 정치의 기본이다.
분권형 개헌 및 이를 위한 임기단축 결단은 경선에서 유정복 한동훈 안철수 등 다수 후보의 컨센서스였고, 이재명을 제외한 야권들도 약속했던 시대적 과제다. 김 후보가 사부로 모시겠다고 했던 한덕수의 출마변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제기했던 공약이기도 하다.
윤과의 결별도 이번 대선의 본질이 적대적 공생의 양축이었던 윤석열과 이재명의 동반퇴장이라는 당내 주요 경선 주자들의 문제의식을 대변한다.
검사정권의 조기퇴장
국민의힘 대선경선은 중도를 상실한 일그러진 보수의 방황을 보여준다. 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후보는 낡은 보수의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일 뿐 근본적 차이가 없고, 홍과 한은 조기대선의 원인을 제공한 윤석열과 같은 검사 출신이다.
한동훈 후보는 괴물정권을 막아야 한다고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또 검사출신이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일갈한다.
한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검찰 특수부 등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윤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하면서 조선제일검, 황태자 등으로 비유되며 차기 대통령 도전의 밑자락을 깔았다.
하지만 한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준비하면서 연동형비례대표에 대한 퇴행적 공세에서 드러나듯이 한국정치에 대한 이해와 혁신의 의지가 박약했다. 그는 임기응변에 능한 편이지만 총선 대패로 사퇴하고, 다시 당 대표로 복귀해서도 윤과의 관계를 해결하지 못하고 계엄사태를 맞이하여 다시 사퇴했다.

지난 총선 당시 대통령은 검사 출신, 여당 대표는 검사 출신, 야당 대표는 변호사 출신(민주당)과 법대 교수 출신(조국혁신당)이었다. 선거의 주요 인물 네명이 모두 법대 출신으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문과놈들이 다 해처먹는다'는 식으로 말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확하게는 국내 정치권과 권력구조에서 법대 및 법조계 출신의 과잉대표가 두드러진다고 하겠다. 조기대선에서도 여야를 통틀러 비문과 출신은 안철수(의학), 이준석(컴퓨터) 등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문과에 속하는데 특히 이재명 홍준표 한동훈은 법대 출신이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의 핵심라인을 조직하면서 검사 출신들을 중용하여 잡음을 초래했고,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와 같은 시대착오적 스타일이 드러났다. 불통과 아집으로 점철된 국정운영은 정책의 명분 여하를 떠나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다.
검사정권은 또한 홍범도 등 독립지사들에 대한 쓸데없는 이념논쟁을 말리기 보다는 편승하려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드러냈고,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교양이 천박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아니나다를까 냉전 이데올로기에 지나친 적개심을 부여하여 스스로 자신을 상하게 하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고서도 일말의 반성도 없다. 이러한 뻔뻔함은 대통령, 총리, 장관 등에게서 공통된 현상이다.

따라서 한동훈 후보가 검사정권 1기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 없이 시대교체를 말하는 것은 국민을 기망하여 검사정권 2기를 열겠다는 가면술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오래 전에 검사를 떠난 정치권에 안착하여 보수정당의 터주대감이 된 홍준표 후보도 윤 정부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김문수 후보와 함께 탄핵절차 반대와 기각 확신 등을 반복하며 검사정권의 어리석은 행태를 비호한 것은 다수 국민의 눈 밖으로 벗어나는 자충수였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은 동일한 성격의 리더십을 반복하지 않는 방향으로 교체되었다.
군출신 마지막 대통령 노태우에 이어 군정종식과 문민정부를 표방하는 김영삼,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와 호남출신 김대중, 세대교체와 탈권위의 노무현, 경영자 출신 이명박, 여성대통령 박근혜, 조기대선 문재인, 검사출신 윤석열 등으로 이어진 정권교체 혹은 정권재창출은 지역과 직업 등에서 전임정부와 다른 방향으로 이어져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5년 조기대선에서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지대한 가운데 계엄 및 탄핵 사태를 초래한 여당에서 전임정권의 인적 특정을 상징하는 검사 출신 후보를 다시 내세우는 것은 자멸적 선택일뿐더러 유권자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저버린 망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한동훈은 윤석열과 같이 검찰총장이나 법무부장관을 잠깐 지낸 적 외에는 정부에서 행정경륜을 충분히 쌓은 것도 아니고, 특히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으로 활동한 적이 전무하다는 점도 두 사람의 치명적 약점이다.
윤석열이 국회에 군인들을 보낸 것은 그가 국회의원을 한번도 하지 않은 것과 아무 상관이 없는 우연의 일치라고 단언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한동훈이 윤과 같이 평생을 검사로 지내다 보수정당에 들러 이미지 메이킹으로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은 사실상 검사정권 시즌2를 예고한다는 힐난을 면하기 어렵다.
시대교체? 겉은 그럴듯한데 속이 텅빈 것이 개소리다. 한동훈의 개소리는 동문서답, 아시타비(我是他非), 책임전가, 호가호위의 전형이다.
조기대선에서 검사출신들은 자숙해야 하고, 윤 정부에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국가적 비상사태를 초래한 연대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힘과 이른바 ‘빅텐트’에서 한덕수(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김문수(고용노동부장관,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검사 출신 2인(한동훈 홍준표)은 모두 필터링의 기본대상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지지율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당의 존립가치에 관한 성찰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번 조기대선에서 국민의 상식을 저버리지 않는 것은 정권의 향방 이전에 공당의 존망에 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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