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영세무장중립/국내(South Korea)

수기안토의 F-2 : 지방소멸시대의 다문화

twinkoreas studycamp 2025. 4. 1. 23:52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가 영덕군 할머니를 업어서 방파제로 대피시킨 공로로 법무부의 장기거주비자(F-2)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기안토(jtbc)

 
 
이주노동자 수기안토(31)는 영덕군에서 선원으로 일하며 살고 있었는데, 산불이 영덕의 해안 마을까지 덮치자 마을이장, 어촌계장, 인도네시아 동료 레오와 함께 집집마다 찾아가 노인들을 깨우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을 등에 엎어 바닷가 방파제 쪽으로 이동시켰다.
 

“자 ~ 아니모 다 죽었다.” 생존한 노인들의 증언이다.

 
강풍으로 화마가 산골의 도로까지 휘감아 탈출하던 가족 일행의 차량이 전소될 정도로 유례없는 산불재해가 발생했지만, 경북 영양-영덕 등 상당수 군은 30대 이하 젊은이들이 드문 ‘지방소멸’의 예고지역이다.
 
이런 지역의 다문화를 구성하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은 지역의 예기치 못한 재난에 거대한 인력과 재정을 행사하는 중앙정부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가 있다. 헬기가 있어도 띄울 수 없고 주변에 젊은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마을에서 8년째 살고 있는 수기안토와 같은 이주노동자가 고령자들을 업고 뛴 것이다.
 
이번 산불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으로는 고령화시대 대한민국의 농어촌에 귀농(귀촌)과 함께 다문화의 보충적 역할이 유효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건창 영양군수 대군민호소문 : 고령화시대 농촌 자지단체의 애절함

 
비타민·콜라겐·MSM·루스테인·아스잔틴·쏘팔메토 등등 영양가라면 환장하는 시대이지만, 국내 지자체 중에서 ‘영양가 높은’ 군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양군은 일단 영양고추가 유명하고, 영양부추도 영양군에서 유래하는 명칭인가?
 
인구 1만5천여명의 ‘지방소멸’ 우려지역인 경북 영양군은 의성군에서 발화한 산불이 갑자기 덮쳐 주민 7명이 희생되고 주택 108채가 타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울창한 산림 5070㏊가 훼손됐다. 산불 발생과 무관한 영양군은 최소 규모 지자체이지만, 영남권의 산불 희생자 전체 30명 중에서 25% 가량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오도창 영양군수

 
 
 
 
지난 3월 28일 오도창 영양군수는 대국민호소문이 아니라 대군민호소문을 발표해서 남다른 비장감을 주었다. 터무니 없는 대국민 사기극이 만연하는 시대에 ‘대군민(對郡民) 호소문’이란 타이틀은 사실적이면서도 한 글자가 아니라 받침 하나의 변화로 내심 의도했던 것은 아니겠지만 풍자적 울림을 준다.
 
이번 영양군의 문제를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경제양극화, 정치양극화, 기후온난화 등 극단적 환경에서 개인 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 취약해지는 지역 및 지자체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인구소멸 및 지방소멸 지방만이 아니라 일본의 지방, 중국의 지방, 미국의 지방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봉건시대 이후로 중앙과 지방의 균형발전이 이뤄진 일부 유럽지역을 제외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적 현상이다.
 
영양군수는 의성군 방면에서 산불이 쳐들어오는데 소방헬기 한 대도 오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여 군민의 70%가 고령세대임에도 어쩔 수 없이 노인들이 진화(鎭火)에 나서야 한다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영양고추

 
 

 

 
아래의 대군민 호소문은 꾸미고 자실 것도 없이 레알 그 자체로 담백하다. 이러한 지방의 순수(?)를 보존하고 지속발전시키려면 중앙정부에서도 대법원과 대검찰청의 시행규칙만이 아니라 지방의 실제를 이해하는 "팩트(Fact)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오늘날 여의도발, 광화문 및 과천발, 그리고 용산발 '대국민 호소문'은 기름기 잘잘 흐르지만 속이 허하다. 겉은 그럴 듯한데 속이 텅 빈 것이 개소리다. 

 

산불 급습에 살아남은 영양군의 개는 울부짖는다. "개소리 닥쳐~~~~" (사진출처 = 경향신문 현지취재팀)

 

 

 

 

대군민 호소문

 
 
영양의 마지막 방어선은 여러분들입니다!
 
사랑하는 군민 여러분!
 
지금 영양이 불타고 있습니다.
 
여섯 분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었고,
 
함께 가꿔 온 약 4,500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화마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습니다.
 
전 공무원 동원령을 내렸고,
 
가용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이제는 군민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우리의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삶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안전이 확보된다면 잔불 정리도 좋고,
 
이웃을 돌보는 일도 좋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영양을 지키는
 
소중한 힘입니다.
 
군민 여러분의 자발적인 참여를
 
간곡히 호소드리며,
 
지금 참여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지켜내는 일임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립니다.
 
우리 영양은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존경하는 군민 여러분!
 
부디 함께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5년 3월 28일
 
영양군수 오 도 창

 
 
 
 

 
 
 
 
 

조치훈 시인의 고향 : 영양

 
 
영양군은 도로에서 건널목의 신호등을 보기 힘들 정도로 행인이 많지 않은 한적한 산촌이다. 영양군의 주실마을에는 조지훈 시인의 생가와 시비(詩碑)가 있다.
 
 
 
 

영양군의 자연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