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핵 사다리 치우기

기타 지정국 이유가 원자로 소프트웨어 밀반출?

twinkoreas studycamp 2025. 3. 18. 14:56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올린 것은 바이든의 뒷끝작렬인가? 바이든은 비상계엄에 대해 사전에 일언반구도 듣지 못했던 것을 뒷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여 보복한 것인가?
 
 

(연합뉴스)

 
 
미 에너지부의 정보방첩국은 한국의 정보라인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한국을 기타 지정국가(Other Designated Countries)로 선정했다. 계엄과 탄핵의 와중에 외교부·국정원 등이 리더십 공백에 빠졌을 때 생긴 일이다.
 
에너지부의 정보방첩국은 17개 정보기관과 국가핵안보청(NNSA)과 협력하여 민감국가(Sensitive) 목록을 지정 및 관리한다. 정보방첩국은 국가안보·핵확산·경제안보·테러지원·지역불안 등에 따라 정책적으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들을 민감국 및 기타 지정국 목록에 넣어서 관리하고 있다.
 
현재 민감국가 목록은 위험국가(중국·러시아 등), 테러지원 국가(북한, 시리아, 이란 등), 잠재적 핵확산 및 핵개발 국가(인도, 대만 등)와 기타 지정국가들로 구성됐다.
 
한국이 기타 지정국가로 선정됨에 따라 미국의 과학기술연구기관 및 프로그램과 정보 및 인적 교류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AI 등 첨단과학과 원자력 등 전략산업을 비롯한 과학기술 교류협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민감국가 목록에 올랐다는 것만으로 국가의 이미지 및 브랜드, 국격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미국이 대부분 적성국가들로 채워진 민감국가 목록의 최하위에 한국을 끼워 넣은 이유가 분명하지 않지만, 그 배경을 찾아보면 복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막판에 한국을 기타 지정국가로 선정한 이유는 국내의 독자적 핵무장론 및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요구의 점증,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과 미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 등 주로 핵무기와 원자력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1월 중순에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타결 내용이 비공개되었지만, 미국과의 협력으로 원전수출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권으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미 에너지부는 핵개발의 원료가 되는 물질에 대한 관리에서 한국의 동향을 더욱 면밀하게 감시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있다.
 
반면에 기타 지정국가 선정에는 계엄 당시 한미 고위급의 소통부재에서 비롯된 한국정부에 대한 불신과 윤석열 파면 이후 들어설 새로운 정부의 불확실성과 같은 국내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있다. 이와 맞물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한국과 미국의 예측불가성이 상승작용을 하는 시점에 바이든 행정부의 정보기관들이 예비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감국가 목록에 포함된 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적성국가들이지만, 대만·이스라엘·우크라이나와 같이 미국의 관심국가들도 포함돼 있다. 반면에 NATO로 규합된 유럽의 동맹국들은 목록에 없다. 그동안 미국의 입장에서 가장 골칫거리였던 튀르키예도 빠졌고, 일찍이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을 개정하여 잠재적 핵능력을 키워온 일본도 없다.
 
그런데 느닷없이 올해 초에 한국이 포함된 이유는 적성국가나 내전 등 위험국가가 아님에도 민감국가에 포함된 경우를 살펴보면, 그 배경을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다.
 
대만은 비밀리에 독자적인 핵개발을 추진하다가 극비문서가 유출되면서 중단된 적이 있고 미국의 입장에서 반도체산업에 대해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동국가들과 전쟁을 벌이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주도로 비핵화가 되었던 우크라이나도 미국과 EU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미국과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조셉 윤 주한 미대사대리는 기타지정국 이유를 한국인의 미 에너지부 보안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 현지에서는 지난 수년간 수천명의 한국 관계자들이 에너지부 산하 각주의 연구소를 방문하고 자료열람을 하는 중에 2023년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서 근무하던 한국인이 원자로(nuclear reactor) 소프트웨어를 몰래 반출하여 귀국하려다 적발된 사건이 올해 초 민감국가 목록에 오른 직접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은 미 FBI와 국토안보부가 수사했는데,  결국은 원자력 및 핵 관련 사안이라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1994년 민감국가 지정 당시 문건 :  한국 외교부 기밀문서 공개, 2025.3.28)
 
민감국가에 포함된 인도와 파키스탄은 미국의 반대를 뚫고 독자적인 핵무장에 성공한 국가들이며 잠재적으로 ‘핵확산 위험국’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조선(DPRK)의 핵개발에는 러시아와 중국보다 파키스탄의 기술지원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례들을 고려하면, 미 정보기관들은 한국이 인도태평양에서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이 높은 동맹국이었던 국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행동 가능성과 정책의 불투명성이 점증하는 불확실성의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민감국가의 예비수준(기타 지정국가)으로 선정한 것으로 보여진다.
 
즉 한국은 잠재적으로 핵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핵확산 위험국가’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고, 미국의 입장에서 대만과 함께 반도체산업 등에 대한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기타 지정국가 선정은 최근 한국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경향에 대해 예방적 차원에서 경계의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양당에서 사안의 복잡성을 간과하고 ‘기승전윤석열(파면), 기승전이재명(퇴출)’ 식으로 매 사안마다 관성적 대응을 하는 것은 국익을 중시하는 초당적 대처에 반한다.  
 
또한 민감국가 목록에 포함된 배경의 하나로 추정되는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 가능성은 흑백의 이분법으로 접근할 수 없는 전략적 의의가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이 실제로 핵개발에 나서려면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 핵확산방지협정(NPT) 탈퇴, 미국과 일본 및 EU의 반대 및 경제제재, UN의 견제 등을 뛰어넘는 커다란 국가적 도전을 감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지만, 한국의 핵개발 잠재력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북핵의 압박이 고조되는 현실에서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들과의 협상 카드 및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북핵협상이 사실상 종말을 고한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대한민국의 안보를 견고하게 지킬 수 있는 국가적 대방략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민감국가 목록을 둘러싼 논의가 단기적인 관점에 머무르고 정략적 발상에 오염된다면 이러한 국가적 요구에 반한다.
 
이와 별개로 정체불명의 ‘기타 지정국가’라는 딱지(레테르)가 붙여진 것을 한국이 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의 조속한 해명과 지정철회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기타 지정국가란 무엇인가? 한국 정부 및 여야의 전략적 사고와 기민한 대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