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청구를 인용함에 따라 2차 체포시도로 인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1차 시도처럼 진입과 퇴로가 차단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대통령 경호처는 2차 시도에 대비해 방어벽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영장집행에 헬기 동원 등이 거론될 정도로 양측의 충돌 양상이 영화를 빰치는 수준으로 비화하면서 국내 정국이 점차 ‘오징어게임’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자조와 개탄이 확산되고 있다. 영화의 출연자들이 현 국면을 영화 오징어게임과 닮은 꼴이라고 지적하고, 해외 언론들도 그렇개 풍자한다.
이런 와중에 국회 법사위원장 겸 탄핵소추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이 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윤석열은 법원에서 내란죄로 사형 선고받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유시민 전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내란수괴 윤석열을 제거하면 김건희는 저절로 제거된다."고 가세했다. 불판의 오징어가 불타오르고 있는 셈이다.
현직 대통령 체포의 양면성 : 체포집행(구속기소) 54.4% vs 체포철회(불구속 기소) 44.5%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쌍방의 공방이 난기류에 빠졌다. 공수처의 권한과 영장의 적법성 및 실효성에 관한 논란이 가중되면서 경찰이 영장을 재집행하더라도 대통령 경호처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오히려 윤의 법률대리인단은 오동운 공수처장, 이호영 경찰청차장(청장 대행), 김선호 국방차관(장관 대행) 등 11명을 위법한 수사지휘와 영장집행의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러한 난맥상에 대해 ‘내란세력의 몰염치한 반격’이란 식으로 치부하는 것은 사태의 온전한 이해와 실질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쟁에 비유하면 전격전 및 기동전의 국면과 참호전 및 진지전의 국면이 있듯이 비상계엄사태를 국익과 민의에 따라 극복하는 과정이 국회의 ‘줄탄핵’ 방식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절대로 적을 미워하지 마라. 판단력이 흐려진다(Never hate your enemies. It affects your judgement).” 영화 대부(God Father Ⅲ)에서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가 조카에게 한 말이다. 판단력이 흐려지면 ‘모자란 짓’을 하는 머저리(모지리)가 되기 쉽고, 또한 머저리는 미저리(misery)가 되기 마련이다.
야당의 검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역사적 증오로 초래된 검수완박이나 검찰해체와 같은 균형을 잃은 전략은 자승자박이나 자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비상계엄사태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이 내란죄를 수사하지 못하는 구조에서 관련 역량이 미흡한 경찰과 왜소한 특수조직인 공수처는 공동수사본부(국방부 수사본부 포함)를 구성해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적법성과 권한의 위임을 둘러싼 잡음에 휩싸였다.
허겁지겁 서두르다 보면 바늘의 허리에 실을 묶어 쓰는 형국이 된다. 그래서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 경제에서 요구되는 '불확실성의 제거'도 마찬가지다.
현직 대통령 체포의 문제
현직 대통령 체포를 1990년대 전두환 체포와 같은 방식으로 되풀이하려는 것은 지나치게 복고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오히려 가까운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의 경우에 탄핵심판에 의한 대통령직 파면 이후 강남의 저택에서 검찰에 자진 출두하는 방식으로 구속영장이 집행됐다.
2017년 3월 10일에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청구를 만장일치로 인용하여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고, 21일이 경과한 3월 31일에 서울중앙지법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구한 박근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근혜는 탄핵심판(파면) 이후 민간인 신분으로 자진출두하여 구속된 것이다.
이러한 전례에 비추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청구를 인용하면, 윤석열은 즉각 파면되고 관저에서 나와야 한다. 따라서 자택으로 옮긴 후에는 지금과 다른 조건에서 자진출두하는 수밖에 없다.
공수처가 직무정지 상태이지만 아직 파면되지 않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으로 신병(身柄)을 확보하려고 시도한 것은 주도면밀한 처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체포 무산에 대해 공수처를 비난하고, 대통령 대행의 대행의 대행(경제부총리)을 다시 탄핵의 도마 위에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적을 미워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경구는 경쟁자에 대한 적개심과 확증편향으로 비상계엄을 발동한 윤석열 일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분노와 증오를 앞세워 절차에 따라 순리적으로 처결해나가는 것이 빠른 길임에도 득달같이 덤벼 오히려 사달이 나게 하는 야당과 이에 편승한 일부 법관 및 헌법재판관의 '사법의 정치화' 경향도 이러한 경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의 제31조(재판관할)에서는 ‘수사처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고위공직자범죄등 사건의 제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관할로 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범죄지, 증거의 소재지,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수사처검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관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예외규정을 두었다.
공수처는 이러한 예외규정에 따라 대통령 관저가 소재한 용산구를 관할하는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공수처법에서 제1심 재판의 관할로 적시한 서울중앙지법을 피하고 형사소송법에 따른 관할법원(서부지법)을 선택한 것은 신속한 영장발부에 유리했지만, 형사소송법 중 일부 조항을 배제한다(‘형사소송법 제110·111조는 이 영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법률에 의하지 않고 체포·구속·수색·압수 등을 하지 못한다'는 헌법 제12조를 위반했다는 반론을 초래했다.
서부지법이 윤의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형소법 제110·111조의 배제’ 문구가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헌재의 위헌판결이 나기 전에 지방법원의 영장으로 현행 법을 정지하는 것이 유효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대통령이 부당하게 비상대권(계엄)을 발동할 경우에 판사도 비상대권(영장)을 발동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법을 어기는 것은 순식간에 이뤄지지만, 법을 집행하는 것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탄핵소추의 내란죄 삭제 논란
헌재의 탄핵심판 재판은 일반적인 형사소송이 아니라 헌법소송이자 고도의 정치적 재판이란 점에서 국회의 탄핵소추는 정치적 심판이자 헌재의 탄핵심판에 대한 예비심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탄핵심판은 노무현·박근혜의 전례에 비추어 구체적인 법률위반보다는 헌법수호에 대한 의지 등 국정 전반에서 드러난 행상책임(行狀責任, responsibility of one's behavior)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즉 대통령이 직무과정에서 헌법과 관련하여 어떠한 태도와 자세를 드러냈는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향후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로 인한 여러 문제들을 국정운영에서 헌법수호와 법률준수에 대한 태도와 연관된 행상책임과 결부시켜 판단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국회(민주당)의 탄핵소추위원회가 미·중·일에 대한 외교노선을 탄핵사유로 넣었다가 삭제하거나 내란죄를 탄핵소추에서 철회한 것은 미숙한 처리로 혼란을 자초했다.
탄핵소추에서 제기된 형법위반은 계엄법위반, 내란죄, 직권남용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인데, 이 중에서 내란죄를 뺀 것은 내란수사의 장기성과 수사중인 사건에 대한 헌재의 판단중지 규정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내란죄를 빼야 탄핵심판에 속도를 낼 수 있고,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최종심(대법원) 이전에 ‘대통령 파면-궐위대선’이 가능해진다는 촉박함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적을 미워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경구는 대승적 측면에서 국가장래를 위해 여야 모두가 균형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양측이 무리한 지연전술과 속행전술로 맞설수록 국가위기와 국 격실추는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억압되는 다원주의적·중립적 가치들
“최고의 복수는 나를 해한 자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나오는 수행적 구절이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개소리로 들릴 법하다. 나를 해한 자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똑같은 방식으로(아니 그 이상으로) 보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내란’이란 말이 스티그마(낙인찍기)가 되어 특정한 정치세력의 주장이나 요구에 동조하지 않으면 ‘내란공범’으로 공격을 받지 않는가. “중립은 없다. 중립은 비겁하고 위험하다. 차라리 이 쪽이든 저 쪽이든 바짝 붙어야 살아남는다?”
그럼에도 ‘나를 해한 자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란 말에는 현대 세계의 다원주의적 가치를 지지하는 사유가 담겨 있다. 때론 개소리를 하거나 권력의 개소리에 포획되더라도,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인간으로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동영상] '내란 프레임'에 만취한 거대 야당의 본회의 의사진행 방해
“빠루? 왠 빠루?”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052/0002139217?type=series&cid=2000866
내란이든, 국헌문란 폭동이든, 직권남용 및 계엄법 위반이든 간에 국민을 경악케 한 사태에 대한 단죄는 엄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 시대의 위기를 초래한 정치적 온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성찰도 필요하다.
만약 한국정치가 적대적 공생구조에 기초한 양극적 양당체제가 아니라 다원주의적 민주주의가 성숙되었다면, 또한 효율적인 다당제가 작동했다면 줄탄핵과 비상계엄이 난무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국격을 실추한 자를 국격에 맞게 처벌하는 역설적 미덕이 필요한 국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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