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미 대선

대선승리의 열쇠, 해리스 8개 대 트럼프 5개

twinkoreas studycamp 2024. 7. 29. 18:39

 
미국의 역대 대선결과 예측에서 높은 적중률을 보여준 앨런 릭트먼(Allan J. Lichtman) 아메리칸대 교수(역사학)가 11월 대선의 승자로 해리스를 지목했다. 릭트먼 교수의 예측은 1984년 레이건 대통령의 재선을 비롯해 2000년 조지 W. 부시(아들 부시)와 앨 고어(부통령 출신)의 대결을 제외한 모든 대선 결과에 적중했다.
 
그는 대선승리에 필요한 13개의 열쇠(13 Keys to the White House) 중에서 해리스가 8개, 트럼프가 5개에서 유리한 형세인 것으로 잠정 평가했다. 그의 분석틀에 따르면 여당후보가 8개 이상 유리하면 재집권하고, 야당후보가 6개 이상 유리하면 정권을 탈환한다.
 
해리스는 매직넘버를 간신히 충족했고, 트럼프는 매직넘버-1이란 점에서 11월 대선에서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릭트먼 교수의 관측은 향후 상황변화에 따라 다소 유동화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자꾸 번복되는 예측은 신뢰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 그의 '해리스 승리' 예측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초에 릭트먼은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5개 항목에서 유리하고 트럼프가 3개 항목에서 유리한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당시로선 바이든과 트럼프가 모두 매직넘버에 미달했다. 그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거쳐 양당의 후보가 공식화되면 최종평가에 따른 예측을 확정할 계획이다.
 

(대선승리의 열쇠 13 : 집권당의 입지, 대선 경선, 후보의 현직 여부, 제3 후보, 단기적 경제성과 장기적 경제성과, 정책변화, 사회불안, 스캔들, 외교·군사적 실패, 외교·군사적 성공, 재임대통령의 카리스마, 도전자의 카리스마)

 
 
그러나 해리스가 확보한 8개의 열쇠 중에서 대선 직전에 지지율 10% 이상의 제3후보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은 다소 논란이 예상된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많게는 8%, 적게는 2~3% 수준이지만, 끝까지 완주할 경우에 어떤 수준에 도달하여 무슨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한 3자구도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의 지지율이 양자구도보다 높은 경우도 있고, 트럼프의 지지율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 릭트먼은 유의미한 제3후보가 여당후보에게 더 불리하다고 보고, 케네디 집안이 민주당 성향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저변에서도 표의 분산을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
 
 
일론 머스크의 흑색선전 논란
 
테슬라 창업주인 머스크가 자신의 엑스(트위터) 계정에 카멀라 해리스를 비방할 목적으로 제작된 딥페이크를 올리면서 ‘놀랍다’는 반응을 남겨 세계적 지탄을 받았다. 대중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행위를 하고 아무런 사후조지를 하지 않음으로써 정치적 맥락에서 ‘개자식’이라는 힐난을 자초했다.
 
머스크의 이상한 행동은 트럼프의 환경정책 및 전기차정책과 연관해서 트럼프의 당선시에 경제적 잇속을 챙기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테슬라에 몰빵한 국내 주식투자자들은 그의 의아한 행동을 합리적 선택으로 간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제적 목적에서 비롯된 행위가 민주주의를 해치는 것이라면 정치적으로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
 
머스크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의 가치를 폄하하고 조롱하는 페이크뉴스에 대해 ‘놀랍다’고 적은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뜻인지, ‘신박하다’는 뜻인지 모호한 측면이 있다. 너무 그럴 듯해서 기가 막히다는 것인지, 이게 뭔 개소리라는 뉘앙스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세계의 반응은 페이크뉴스를 호응하는 맥락으로 간주하고, 그의 비신사적이고 불공정한 행태에 실망을 드러냈다. 또한 전기차를 백안시하는 트럼프의 눈치를 봐야 하는 머스크가 고도의 속임수로 ‘트럼프의 X맨’을 자처한 것이라고 볼만한 정황도 없다.
 
  
해리스 42% 트럼프 38% 케네디 주니어 8%
 
로이터통신이 발표한 7월 23일~24일 입소스(Ipsos)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42%를 기록해 트럼프 전 대통령(38%)과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Jr 상원의원(8%)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후보, 케네디 주니어 후보, 해리스 후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사퇴 발표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제친 것은 처음이다. 입소스의 조사를 기준으로 7월 1~2일 양자 가상대결에서 트럼프(43%)가 해리스(42%)를 1% 앞섰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해리스(44%)가 트럼프(42%)를 근소하게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리스가 3자구도에서 좀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 무소속 후보 로버트 주니어(Robert F. Kennedy Jr.)의 역할과 완주 여부도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다. 그는 1968년에 피살된 당시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로버트(Robert F. Kennedy) 전 법무장관의 아들이다.
 

(표=한겨레신문)

유고브의 기준으로 트럼프가 해리스에 3% 이상 앞서는 흐름이었으나 최근 뒤집어졌다. 72730일 조사에서 해리스 46% 대 트럼프 44%, 846일 조사에서 해리스 45% 대 트럼프 43%로 역전되는 양상이다.
 
최근 조사결과의 흐름은 바이든 사퇴 이후 해리스가 트럼프를 맹추격하면서 점차 역전의 기세에 올라섰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등 주요 승부처로 꼽히는 경합지역에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이번 입소스 조사는 총명함(mentally sharp)과 도전 대처능력(able to deal with challenges)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는데, 59세 해리스(56%) - 78세 트럼프(49%) - 81세 바이든(22%)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민주당의 후보선출 방식과 관련해서 민주당 지지자의 2/3가 해리스 지명(추대)에 동의했고, 다자경쟁이 필요하다고 답한 경우는 민주당 지지자의 1/3에 불과했다.
 
실제로 해리스는 전당대회 후보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 조사에서 제3의 인물군에 속하는 여러 주지사들의 인지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켄터키주를 비롯한 전략지역 백인 남성 주지사들은 해리스를 보완할 러닝메이트로 거론된다.
 
입소스의 조사는 등록유권자 1,018명을 포함한 전미 1,24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화면접 조사와 다소 상이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일반적인 조사의 선행지표로 볼 수 있다.
 
해리스 카멀라의 상승세로 인해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매치에 집약된 ‘크레이지 아메리카(Crazy America)’의 암운이 퇴조하고, 민주당의 세대교체는 흥행의 기세를 타게 됐다.
 
지금까지 미국 대선은 4년 전에 대통령이 된 80대 초의 노인이 8년 전에 대통령을 한 70대 말의 노인을 꺾고 연임하는 시나리오와 8년 전에 대통령을 한 70대 말의 노인이 4년 전에 대통령이 된 80대 초의 노인에게 설욕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만 존재했다. 한마디로 '크레이지 아메리카'의 축약판이었다.
 
하지만 미국인의 상당수가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출마에 부정적인 가운데 트럼프는 피격사건 이후 오히려 탄력을 받았고, 바이든은 지지율 하락에 COVID-19 감염이 겹쳐 자가격리와 숙고에 들어감으로써 두 사람의 리턴매치를 지탱하던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2022년 해리스 부통령의 방한

 
 
해리스의 챌린지 : 8년전 힐러리의 완패를 설욕할 것인가?
 
해리스에 비하면 미셸 오바마는 민주당 핵심지지층과 중도층을 망라해 좀더 광범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캘리포니아주지사 뉴섬(Gavin Newsom)을 비롯해 미시간주지사 휘트머(Gretchen Whitmer), 켄터키주지사 베시어(Andy Beshear), 일리노이주지사 프리츠커(J.B. Pritzker) 등은 인지도와 선호도가 낮아 대안후보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베시어와 프리츠커는 해리스를 보완하는 러닝 메이트로 발탁될 수 있다.
 
카멀라는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을 거쳐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재선)과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현직 부통령이란 점에서 퍼스트 레이디로 성공한 미셸 오바마보다 현실적인 카드로 부상했다. 또한 선거자금의 조달에서도 기존의 바이든-해리스 채널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2차대전 이후 트루먼, 존슨, 포드, 바이든 대통령 등은 부통령 출신이다.
 
하지만 카멀라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전환되는 순간부터 미 언론의 검증과 트럼프캠프의 네가티브 공격에 노출되고, 특히 이번 입소스조사처럼 가상대결에서 트럼프를 제치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공화당의 필사적인 역공 앞에서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



 
8년 전에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에 도전했으나, 오바마 8년의 연장이라는 부담과 여러 잡음에다가 트럼프의 말빨에 밀려 완패했다. 그래서인지 클린턴 부부는 카멀라 해리스를 적극 지지한다. 중립을 지키고 있는 오바마 부부도 카멀라를 지지하게 되면, 해리스는 힐러리 클린턴과 미셸 오바마의 측면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질 바이든까지 가세하면 카멀라는 '퍼스트 레이디 삼총사'의 엄호를 받게 된다.
 
바이든에게 골프실력 등 노익장을 자랑하던 78세 트럼프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느닷없이 스무살 아래의 만 59세 해리스와 조우하게 됐다. 그로서는 자고 일어나 보니 미국 역사상 최고령 후보가 되버렸다. 그의 평소 어법대로 하자면, "내가 나이 먹는데 보태준 거 있냐"는 항변이 나올 법하다.
 
백인 일색의 미 대통령 역사에 비추어 오바마와 카멀라는 필연적 귀결일지도 모른다. 카멀라는 세대교체와 최초의 흑인 및 아시아계 여성대통령이라는 트리플 위너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