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보를 저격한 용의자는 펜실베니아주 출신 스무살 백인남성으로, 그는 공화당 유권자명부에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17세 때 민주당 지지성향의 단체(ActBlue)에 소액 후원금을 낸 것으로 알려져 그의 정치적 성향을 단정하기 어렵다.
현지 지역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의 부친은 무당파에 가까운 자유주의자이고 모친은 민주당 지지성향으로 알려졌다. 그가 사용한 총기는 부친이 적어도 6개월 전에 합법적으로 구입한 것이고, 크룩스는 1년 이상 동네 사격연습장(Clairton Sportsmen's Club)의 회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그는 고교 재학중 과학 및 수학 관련 수상경력(장학금)이 있으며, 최근에 재활요양원의 보조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크룩스의 고교동창인 서머 바클리(Summer Barkley·Female)는 BBC 인터뷰에서 “그는 역사에 열정적이었다”면서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그가 정부유형에 관한 수업(government type classes)을 잘했으며 역사와 정부에 관해 아는 것들을 말했지만 특이한 것들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바클리는 전반적으로 그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CIA의 Fact Book에 따르면 정부유형은 동서고금에 나타난 다양한 유형을 망라하는데, 대개는 몇 가지 특징이 중첩되거나 혼재한다. 코뮤니즘이나 마오이즘 등 이데올로기적 분류를 제외하면, 절대군주제(absolute monarchy), 무정부(anarchy), 권위주의(authoritarian), 복지국가(commonwealth), 연합(confederacy), 입헌민주주의(constitutional democracy),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rchy), 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독재(dictatorship), 기독교국가(ecclesiastical), 토후국(emirate), 연방공화국(federal republic), 이슬람공화국(Islamic republic), 군주제(monarchy), 과두제(oligarchy), 의회민주주의(parliamentary democracy), 내각제(parliamentary government), 대통령제(presidential), 공화국(republic), 술탄국가(sultanate), 정교일치체제(theocracy), 전체주의체제(totalitarian)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크룩스가 정부유형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은 이번 행동의 배경에 관한 묵시적인 단서의 하나로 보여진다.
현대 소나타의 등장
크룩스가 현장에 사다리 등을 싣고 간 차량은 농촌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픽업 트럭이 아니었다. 그가 평소에 출퇴근 등에 이용하던 승용차였는데, 현대 소나타였다. 그동안 한국 브랜드의 차가 미국의 중요한 정치적 사건에 등장하는 일은 드물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아랍계 테러리스트 등 범죄자들이 차량의 브랜드 중에서 아시아계는 주로 도요타, 혼다가 등장한다. 실제로 중동권과 아프리카에는 일본 중고차의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반면에 미국 공권력이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쉐보레 브랜드가 자주 보인다. 실제로 제너럴 모터스(GM)는 미국의 국민차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관공서의 차량으로 잘 쓰여진다. 물론 영화에 쉐보레와 도요타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PPL(product placement advertisement)의 영향이 크고, 과거 미국 영화에는 한국차(현대차)를 콕 찍어서 ‘싸구려 차’ 등으로 폄훼하는 대사가 설정되기도 했다.
스무살 백인청년의 범행은 세계를 놀라게 한 스케일(?)에 비해 그 구성이 미스터리 투성이다. 자신의 극단적 정치행위에 대한 아무런 해명이나 변명도 남기지 않았다. 그 외에도 준비과정, 실행 및 사전노출 과정 등에서 국외자들로선 이해하기 힘든 점들이 있다. 미국 내부에서조차 자작극 논란 등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미국식 총기문화의 어두운 미래
미 FBI가 용의자로 지목한 토머스 매슈 크룩스(Tomas M. Crooks)는 집에서 60km 정도 떨어진 연설장으로 와서 행사무대에서 120~150 미터 정도 떨어진 건물의 옥상에 반자동 AR(ArmaLite Rifle)-15 소총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목격자로 알려진 메이서(Ben Macer)에 따르면, 용의자는 저격 직전에 소총을 갖고 지붕에서 지붕으로 이동했다. 이 장면을 본 메이서는 현장의 경관에게 “총을 든 사람이 지붕에 있다.”고 말한 다음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으나, 바로 그 순간에 총격이 시작됐다.
마이클 슬루프 보안관(버틀러 카운티)에 따르면, 의심신고를 받은 현지 경관이 해당 건물로 올라가 지붕 위에 두 손을 얹는 순간에 용의자가 이를 발견하고 총구를 들이대자 몸을 낮췄다고 한다. 이 틈에 용의자는 연단 쪽으로 연속 4발씩 두 차례 총격을 가했다.
용의자는 미 행정부 비밀경호국의 저격수들(counter-assault team)에 의해 사살됐고, 그의 하의는 군복 차림이었다.
과거에도 트럼프처럼 대통령을 역임하고 다시 출마한 후보가 저격을 당한 경우가 있다.
대통령을 지낸 테오도르 루스벨트 후보도 1912년 밀워키 유세에서 총격을 받았으나 그가 몸에 소지한 50쪽의 연설문이 충격을 완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72년 대선에 출마한 조지 왈러스 앨러바마주지사는 워싱턴 DC 근처에서 선거운동을 하다가 총격을 받아 허리 아래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총기소지의 자유를 강조해 온 미국은 현직 대통령들이 총격을 받는 사례가 빈발하여 특유의 경호시스템이 발달하게 됐다. 역사적으로 네 명의 현직 대통령이 저격으로 피살됐다. 케네디 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이 숨지는 일은 없었지만, 1980년대 초에 피격된 레이건 대통령은 죽을 뻔했다.
미국은 광범한 총기자유에 비해 총기난사 예방을 위한 통제와 대통령 등 요인에 대한 저격 시도를 차단하는 시스템이 미비하고 불철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피격은 어설픈 경호 논란과 함께 미국식 총기문화의 어두운 미래를 암시한다.
미 대통령 저격의 흑역사
잭슨(Andrew Jackson) 대통령은 한 장례식장에서 두 발의 총격을 받았으나 모두 빗나갔다. 하지만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은 극장 안에서 근접사격으로 절명했다.
가필드(James Garfield) 대통령은 기차역에서 정신질환자의 총격을 받아 한 달 후에 숨졌고, 과거에 그를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진 범인은 교수형에 처해졌다. 맥킨리(William McKinley) 대통령은 전미박람회에 참석했다가 무정부주의자의 총격으로 사경을 헤메다 며칠 후에 숨졌다. 범인은 전기의자로 처형됐다.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은 마이애미에서 총격을 받았으나, 그를 비껴간 총탄에 시카고시장이 맞고 숨졌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에는 트루먼(Harry Truman) 대통령이 백악관 근처에서 푸에르토리코 민족주의자에게 총격을 받았으나 무사했다.
1963년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이 미 역사상 네 번째로 재임중 피살됐다. 그의 동생인 로버트(Robert F. Kennedy) 전 법무장관도 1968년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하던 시기에 총격을 받아 숨졌다.
그의 아들 로버트 주니어(Robert F. Kennedy Jr.)는 2024년 11월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 가운데)
1970년대에도 포드(Gerald Ford) 대통령이 두 차례 저격시도에 노출됐고, 1981년에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이 피격됐으나 치명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옆에 있던 제임스 브래디 백악관 공보비서가 중상을 입었다.
근래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에 아이다호주 출신의 남성으로부터 저격시도를 받은 적이 있다. 13년이 지난 시점에 트럼프 전 대통령 및 대선 후보의 피격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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