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추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개막식 리허설 당시 청와대 직원들이 함께 참관하고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잼버리 대원들이 캠핑하는 곳에서 대통령실이 체험·점검했다면 실패가 없었을 것이다."
뼈 때리는 한 방이다.
이 대목은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윤석열 정부가 ‘잼보리 폭염 난리’에 탁상행정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윤 정부가 이승만, 박정희, 심지어는 전두환의 가치를 팔면서도 정작 그들이 독재적이나마 당시 민심에 호소했던 현장성마저 상실한 채, 21세기 선진국에서 보편적인 ‘사회적 대화’를 백안시하거나 스스로 무감각한 것을 깨닫지 못하는 ‘배 부른 강남’의 축소지향적 보수로 귀결된 퇴행을 힐난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대통령 및 정부의 '현장성'은 일방적 프레임으로 설정된 간담회 등이 아니라 실제 이해가 상충하는 각박한 대화 속에서도 합의를 도출하려는 절실함과 진정성이 만난 '사회적 대화(social dialogue)' 로 빛을 발했다.
지난 총선에서 적잖은 유권자들이 소위 ‘대파 사건’에서 현장성 부재(본질적으로 사회적 대화의 부재)를 봤기 때문에 커다란 문제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R&D 논란만해도 이른바 ‘검사 정권’이 아니라면 누군가 이견을 제기하고 견제 및 절충해서 시절에 역행하는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새로운 척해봐야 '벤또, 스끼다시, 스미키리, 기레빠시, 뎀뿌라, 오뎅‘ 따위의 싸구려 코스프레로 한미일 관계를 제설정하는 수준으로는 베이붐세대 및 MZ세대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울 따름이다.
신냉전 구도의 한반도 안보불안이 심각하더라도 구시대 이데올로기로 대처하려는 정부는 MZ 세대에게 구악(舊惡) 독재보수와 차이를 보여주기 어렵다.
‘윤석열·한동훈 콤비’가 자유를 강조하면서 이른바 ‘공산전체주의·주사파·586운동권(80년대 민주화세대)’에 대한 철지난 이데올로기 심판론을 내세우다 ‘대파 심판론’에 되치기를 당한 것은 국정 및 선거의 중심에서 실사구시를 망실했기 때문이다.
전임 대통령의 회고록에 나온 특정 대목에 대해 독자의 성향에 따라 후련하거나 불편할 수 있지만, 그 본질적 교훈은 자명한 것이다.
즉 5년 단임제 정부는 전임 정부를 비하하려는 관성을 절제하면서 이념적 성향이 다른 전임 정부가 행한 장점을 존중하여 계승하고, 익히 잘 알려진 문제점들은 과감하게 혁파하는 ‘균형의 묘(art of strategic balance)'를 살려야 정권의 안정에도 부합하면서 국가공동체에 이롭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 1인의 책임이 막대하지만, 그가 지명한 총리 및 주요 장관들의 소신과 능동적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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