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영국 '기브미스포츠'가 21세기 최고의 축구선수 100인을 선정하면서 손흥민을 비롯한 아시아 선수들을 삭제했는데, 이번 주에 ‘데일리 메일’은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 100인을 선정하면서 아시아 선수 중 유일하게 손흥민을 93위로 올려 놓았다.
두 개의 발표 모두 선정주체 및 순위기준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손흥민 선수가 아시아 선수 중 유일하게 역사상 최고 축구선수로 선정된 것은 또 한번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는 발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SPN 2024 올해의 공격수>
'이기적이지 않은' 팀 플레이어 : 손흥민
"역대 최고의 아시아 선수 중 한 명인 손흥민은 10여년 전에 토트넘에 합류하여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탁월하고 재빠른 공격수로서 동료들의 골을 위해 개인적 성취를 희생할 줄 아는 '이기적이지 않은' 팀 플레이어다."
2025 FA 베스트 11
[ 데일리 메일 축구전문기자 올리버 홀트가 선정한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 100인 ]
100위 노먼 화이트사이드
99위 네이마르
98위 귄터 네처
97위 빌리 메레디스
96위 딕시 딘
95위 카를로스 발데라마
94위 모하메드 살라
93위 손흥민
92위 스티븐 제라드
91위 테오필로 쿠비야스
90위 짐 백스터
89위 게오르게 하지
88위 디디에 드로그바
87위 해리 케인
86위 에데르
85위 라이언 긱스
84위 마리오 켐페스
83위 후안 로만 리켈메
82위 소크라테스
81위 루카 모드리치
80위 요니 레프
79위 라울 곤잘레스
78위 제이 제이 오코차
77위 데이비드 베컴
76위 은골로 캉테
75위 앨런 시어러
74위 게리 리네커
73위 야야 투레
72위 에릭 칸토나
71위 안드레아 피를로
70위 주세페 메아짜
69위 고든 뱅크스
68위 웨인 루니
67위 카카
66위 루드 굴리트
65위 폴 스콜스
64위 그레이엄 수네스
63위 지미 그리브스
62위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61위 다비드 실바
60위 호베르토 히벨리노
59위 케빈 키건
58위 카를로스 알베르토
57위 파올로 로시
56위 제프 허스트
55위 미카엘 라우드롭
54위 케빈 더 브라위너
53위 루이스 피구
52위 지미 존스턴
51위 프란시스코 젠토
50위 가레스 베일
49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48위 존 로버트슨
47위 로이 킨
46위 로타어 마테우스
45위 우고 산체스
44위 폴 개스코인
43위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
42위 데니스 로
41위 토마스 뮐러
40위 호마리우
39위 자이르지뉴
38위 티에리 앙리
37위 데니스 베르캄프
36위 프랑코 바레시
35위 제르손
34위 조지 웨아
33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32위 사비 에르난데스
31위 파올루 말디니
30위 스탠리 매튜스
29위 레프 야신
28위 히데그쿠티 난도르
27위 던컨 에드워즈
26위 케니 달글리시
25위 존 찰스
24위 지안니 리베라
23위 바비 무어
22위 카푸
21위 마르코 반 바스텐
20위 미셸 플라티니
19위 로베르토 바조
18위 호나우지뉴
17위 에우제비오
16위 킬리안 음바페
15위 게르트 뮐러
14위 바비 찰튼
13위 페렌츠 푸스카스
12위 프란츠 베켄바워
11위 조지 베스트
10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9위 지코
8위 가린샤
7위 호나우두
6위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5위 지네딘 지단
4위 요한 크루이프
3위 디에고 마라도나
2위 펠레
1위 리오넬 메시
손흥민 이강인의 교훈 : 관용하라(être tolérant-vous)
우연한 해프닝 같았지만 은근히 고질적인 문제인양 상당수 국민들에게 불편함과 우려를 안겨주었던 축구대표팀 주장과 막내의 갈등이 극적으로 해소됐다.
이들은 태국 원정경기에서 골을 합작했고, 특히 주장은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스스로 연속골을 넣어 축구팬과 국민의 성원에 화답했다.
파리의 이강인이 도버 해협을 건너 런던의 손흥민에게 찾아가 자신의 잘못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용서를 구했고, 손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관용을 보여주었다.
사건은 카타르에서 발생했고, 파리와 런던이 연결되고, 미국에서 화상회의를 하던 감독은 경질이 됐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사건의 전말에는 한국 축구의 세계화가 투영돼 있는 셈이다.
용서와 관용
두 선수는 SNS에 각자의 소회와 반성 및 다짐을 밝혔는데, 먼저 글을 올린 이강인은 “그날 식사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 선수가 당시 사건의 발단과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한 것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과 억측을 불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용서를 구하는 출발점은 자신의 과오를 명료하게 인정하는 것이란 점에서 이강인의 달라진 태도는 이번 사건의 정리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
이강인에 이어 손흥민이 글을 올려 자신의 행동과 이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반성과 이강인에 대한 용서 및 보호를 호소했다. 또한 자신이 주장으로서 불가피했던 선택에 대한 소신과 원칙을 밝힘면서도 좀더 지혜롭고 현명한 통솔을 약속함으로써 이번 사건으로 위축되지 않는 유능한 캡틴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결론적으로 대표팀 주장이 유망주 막내에 대한 관용과 보호를 호소한 것은 인간적 배려를 떠나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불가피한 결단이었다. 축구팬들도 손흥민과 이강인은 물론이고 여러 선수들을 다치게 하고 한꺼번에 모두 잃을 수도 있는 ‘괴기한 핑퐁(grotesque pingpong)’이 계속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주장의 적극적 호소가 전해진 만큼 이강인 선수에 대한 과도한 물어뜯기가 크게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표팀 연습장이 휴전선에 인접한 파주에 있어서 한국에 가기 싫었다는 독일출신 감독이 경질된 것도 (막대한 위약금은 유감이지만) 소란통에 얻은 성과(?)일지 모른다.
분노과잉사회의 묘비명 : "내 이럴 줄 알았으면 관용할 것을..."
10여년 전에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출신 90대 노인(스테판 에셀)이 소심하고 무기력해진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분노할 것을 촉구하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제목이 ‘분노하라!(Indignez-vous!)’였다.
그러나 2019년 죽는 날까지 자기형성의 자유를 누렸다는 에셀은 80대에 이민자 갈등에 중재자로 활약했다.
에설이 말했던 분노는 프랑스 사회의 저변에 깔린 똘레랑스의 전통에 기초한 것이다. 즉 무엇에, 왜, 어떻게 분노할 것인가에 대한 사유에서 분노의 필요성을 제기됐다. 이러한 전제가 없는 분노의 충동적 격발은 분노조절장애와 다를 바가 없다.
한국 사회는 압축성장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과로사회, 피로사회, 위험사회의 현대적 병리현상이 중첩되면서 분노의 과잉, 혐오의 과잉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 축구(계)에도 이런 병폐가 투영돼 있을 것이다.
의약분업 이후 주기적으로 반복됐던 정부와 의사들과의 갈등이 최근에는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로 비화됐다. 한국 의료수준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접근했고, 건강보험도 세계적 수준으로 보장성이 개선됐다.
그러나 압축성장의 그늘은 의료계에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 의대증원에 대해 이렇게까지 반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영국, 독일 등에서는 계속적으로 의대 입학자수를 늘려 고령화 인구와 의료진 자체의 고령화를 동시에 대비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아무리 의대정원을 늘려도 개원의로 개업하여 고수입을 올릴 수 있는 피부과, 성형외과 등으로 전공이 편중되고, 지역적으로도 가처분소득이 높은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과 광역시에 편재되는 문제점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케이 탱큐 4달러’와 같은 꼰대식으로 ‘2000명 증원’을 들이민다고 해서 오래된 문제들이 일거에 해소될 리가 없다. 의사들의 우려가 무근거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는 2000명을 합리적 수준에서 조정하고 단계적 증원방안 등을 강구하여 협상의 미덕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의사증원으로 의료시스템 및 전달체계에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입학생의 전공분야에 대한 의무화 혹은 제한 등을 포함한 대책이 필요하다. 즉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1차의료 기본축(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을 유지 및 강화할 수 있는 혜안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번 축구계의 내분, 의대증원을 둘러싼 충돌에서 누군가의 분노를 팔아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발상들이 엿보인다. 그들은 ‘분노하라!’로 속삭인다.
에셀이 살아서 이런 사정들을 고려했다면, 아마도 '피크 코리아'를 우려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관용하라!(être tolérant-vous!)’는 맞춤형 테제를 권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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