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134위 - 이스라엘 143위
10월 8일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 등에 대한 전쟁을 선언한 이스라엘은 평화지수가 143위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경제수준이 높고 사실상 핵무장국가이지만 팔레스타인과의 미사일 공방으로 만성적인 안보불안에 처해 있다. 그렇긴 해도 최근 큰 분란이 없었는데 143위를 기록한 것은 이러한 역사적, 구조적 배경이 작용했던 것이다. 최근 하마스 등의 느닷없는 무차별 공격과 이스라엘의 맹렬한 보복으로 양측에서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이 급증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론(135위)에 거점을 둔 지하드세력과 전쟁을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3국이 전쟁상태에 빠지게 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의 평화지수 순위는 전쟁의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레바론 평화지수 순위는 전쟁을 예고한 셈이다.
헤즈볼라까지 가세한 새로운 전쟁은 쌍방의 이성적 판단을 집어삼키고 비무장 민간인을 살육하는 전쟁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아뿔사, 미국 131위 - 조선 149위
그렇다면, 130위권 이하 순위에 속한 나라들을 예사롭게 보아 넘겨서는 안되겠다. 역시나 '전쟁국가' 미국(131)을 비롯해서 아프리카 및 아랍 국가들이 뒤따르고, 아시아권에서 미얀마(145) 파키스탄(146) 튀르키예-이란(공동 147), 조선(149)이 두드러진 위험순위에 속했다.
150위 이하는 소말리아, 수단, 예멘, 아프카니스탄과 같이 반군의 할거 등으로 인해 국가적 통제 및 통합이 미비한 사실상 내전상태의 국가들이거나 우크라이나-러시아처럼 국지전을 계속하는 나라들 뿐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2024 평화지수에서 150위권으로 분류될 것이 유력해졌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평화지수를 기준으로 미래의 위험을 짐작하자면, 130위권대 국가와 140위권대 국가의 느닷없는 무력충돌의 가능성이다. 아뿔사, 미국 131위 - 조선 149위도 그러한 조합에 속한다. 한반도의 평화에 상서롭지 못한 징조가 아닐 수 없다. 한국(43위)은 평화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국(80위)과 아시아 최고수준인 일본(9위)과 협력해서 전쟁억지에 만전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평화지수가 한국보다 높은 대만(33위)이 중국의 통일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에 아프리카, 남미에서 만연했던 내전과 국지전이 소강상태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전란의 화마가 유럽의 약한 고리(우크라이나-폴란드, 핀란드-발트3국)를 흔들고, 중동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대만의 전쟁시나리오까지 끊이질 않는다. 2차세계대전 종전으로 시발된 80년 장기평화(1945~2025)의 콩종튀르(Conjoncture)가 종말에 임박했는가?
2023 평화지수
2023년 글로벌 평화지수(Global Peace Index)에서 한국은 지난해와 같이 43위로 나타났고, 조선은 지난해 152위에서 149위로 소폭 상승했다. 아프리카 북부와 우크라이나-러시아가 최하위권이다.
지정학적으로 별천지에 위치한 아이슬란드가 1위를 지속하고, 주로 북유럽이 최상위권이다. 영세중립국가인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도 TOP 10에 속한다. 아시아권에서 일본이 유일하게 9위로 나타났다. 대륙과 해양의 가교인 한국은 공교롭게도 랜드파워 중국(80위)과 씨파워 일본의 산술평균에 가깝다. 일본의 평화지수가 높은 것은 이웃국가이자 경쟁국가인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2022 평화지수
2022년 글로벌 평화지수에서도 남과 북이 큰 격차를 드러냈다. 오스트레일리아 경제평화연구소(IEP)의 측정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조사대상 163개국 중 43위로 나타났고, 조선(DPRK)은 152위를 기록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42위에서 153위로 하락했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연방은 154위에서 160위로 추락했다.
2021년에 비해서 한국은 8계단을 상승했고, 조선은 1계단을 하락했다. 남과 북은 국방비 지출이 절대적, 혹은 상대적으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기 때문에 평화지수 산정에서 커다란 감점요인을 안고 있다. 한국은 군비 지출의 절대액이 세계 9위를 차지하고, 조선은 경제력(GDP) 대비 군비지출(24%)이 세계 최상위권으로 간주된다.
또한 경제적 선진국 수준에 속하고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체제가 어느 정도 자리잡은 한국이 다른 동아시아국가들보다 평화지수가 낮게 나타났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중에서 8위(지난해 12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허약한 완충국가’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위(armed suasion)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한반도 국가의 불편한 진실이다.
글로벌 평화지수는 대내외 분쟁, 사회안전 및 안보, 국방비 비중 등에 대한 23개 지표를 적용해서 총점이 낮을수록 평화순위가 높아지도록 고안되었다.
따라서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상위권은 주로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북유럽권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영향으로 일부 북유럽 국가와 중부유럽 국가의 체감 평화지수는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21 평화지수
한국이 베트남이나 쿠바보다 평화지수가 훨씬 나쁘다는 것은 ‘허약한 완충국가’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위를 강화해야 하는 국가의 불편한 진실이다.
경제평화연구소(IEP)의 ‘2021 세계평화지수(GPI)’에 따르면 한국(South Korea)의 평화지수는 1877점으로 세계 57위, 조선(North Korea)은 2923점으로 세계 151위를 기록했다.
이 연구소의 세계평화지수는 크게 국내외 분쟁, 사회안전과 안보, 군사화의 세 부문으로 나누어 23가지 정량적·정성적 지표를 통해 각국의 평화수준을 측정한 것으로 평점이 낮을수록 평화로운 상태를 가리킨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더라도 군사비 증가는 평점을 높이는 요인이 되어 평화지수의 순위를 하락하게 만든다. 따라서 최근 한국이 무위(armed suasion)을 강화하는 조치로 신무기의 개발 및 수입, 실험 및 실전배치를 확대한 것은 순위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물며 선군주의와 강성대국을 지향하면서 각종 신무기를 개발하고 경제수준 대비 군사비 비중이 높은 조선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군사력 경쟁을 강화하는 미국(122위)과 중국(100위)의 순위가 100위권 이하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에 군사적 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들의 순위가 낮은 것은 내부 및 지역분쟁과 미흡한 사회안전의 영향이 크다.
특히 중동의 이라크, 시리아, 예멘, 아프카니스탄 등은 최하위권에 속한다. 반면에 남수단 등 몇 개 지역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내분과 내란이 진정된 아프리카는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난 듯하다.
북핵문제 등으로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한반도 국가의 관점에서 보면, 조선과 유사한 조건에서 사회주의체제로 출발했던 베트남(50위), 쿠바(87위)가 북은 물론이고 남보다 높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즉 두 개의 코리아(Two Koreas)는 한 쪽의 군사력 강화는 다른 쪽의 동반상승을 초래하여 한반도 국가의 평균적인 평화지수를 나쁘게 한다.
아태지역만 놓고 보면 한국(12위)과 베트남(10위)의 격차는 크지 않다. 조선(DPRK)은 전체 19개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는데, 쿠데타와 내전을 겪고 있는 미얀마보다 나쁜 평점을 기록한 것은 평화지수를 측정하는 척도와 연관된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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