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영세무장중립/중견국가의 지표

지구비등화시대의 잼버리와 툰베리

twinkoreas studycamp 2023. 8. 6. 09:44

 
새만금 잼버리가 폭염에 대한 준비부족으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미국과 영국 참가단이 퇴영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불상사는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지구 해수면 온도 상승 (이미지=데일리안)


 
지구비등화(global boiling) 시대의 여름철에 수만명이 야영하는 대회를 새만금과 같은 간척지에서 진행하는 것은 세계잼버리협회와 주최국(한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무신경이라는 것이다.
 


원래 유력했던 개최지는 숲이 우거진 고산지대인 무주의 태권도원이었다. 무주는 평창과 동계올림픽 유치를 경쟁했던 곳으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었다. 누가 새만금 간척지로?


 
잼버리란 무엇인가?
 
2015년에 결정됐다고 하는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에는 기후대응을 위한 진취적 접근도 폭염에 대한 경각심도 결여했다는 점에서 모두의 무신경이 드러난 사건이다.
 
기후온난화로 지구가 끓는 시대에 세계의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는 K-POP이나 템플스테이를 즐기기 위해 고액의 비용을 들여 야영대회에 모였는가?
 
시원한 잼버리를 하려면 여름철을 피하든가, 아니면 삿포로나 개마고원 같은 곳에서 해야 할텐데, 앞으로 기후변화가 악화되면 그런 곳도 쾌적한 야영대회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폭염을 스카우트 정신으로 버티라는 말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물론 스카우트 서약과 규율에 폭염을 맨 몸으로 이겨내라는 구절은 없다.
 
하지만 지구비등화의 시대에 아무리 폭염이 닥쳐도 주최측에서 준비를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야영대회의 취지와 특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잼버리가 탐험대회나 생존게임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늘을 찾기 어려운 입지조건을 택한 결정부터 여러 실무적 문제들은 지적해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텔 잼버리가 될 수도 없다. 명색이 야영대회인데 기후온난화를 부채질하는 ‘에어콘 야영대회’, ‘1회용품 대축제’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안전을 염려하는 부모의 심정이야 이해하더라도 잼버리 참가자들이 서울의 호텔로 직행하는 것은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이 시대에 스카우트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이미 수년 전에 툰베리라는 소녀는 기후온난화에 대응하는 미래 지구인의 결의와 자세를 보여준 바 있다. 항공기 대신에 태양열 전지를 이용한 선박으로 대서양을 건넜던 툰베리야말로 진정한 걸 스카우트가 아닌가?
 
새만금에 결집한 세계의 남녀 젊은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은 폭염에 대한 냉방설비 부족을 비판하는데 그치지 말고, 지구의 기온상승과 무관하지 않은 폭염의 장기화에 대해 세계인들에게 기후대응에 관한 메시지를 보낼 용의는 없는가?
 

 
예상보다 빨라진 지구비등화(global boiling)
 
2017년 이후 5년 동안 폭염, 여러 대륙의 산불, 해수면 기온의 상승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점점 심화되는 양상이다. 근본적으로는 북극과 남극의 빙봉이 녹아내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기후전문가들은 유럽의 폭염을 비롯해 기존의 예상보다 빠른 변화의 조짐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2020년 6월 북극권에 속하는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38도를 기록했다.
 
그해 8월에는 <네이처 지오사이언스>는 1994년부터 2018년까지 25년 동안 남극 빙하가 4조 톤 가량 사라졌다는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11월에는 미국 지구물리학연구회보에 남극의 빙하가 10년간 연평균 1550억 톤씩 바다로 유입돼 열대수렴대를 북쪽으로 밀어내 동아시아의 기온상승에 영향을 준다는 조사결과를 게재했다.
  
한반도는 과거에도 일부 지역에서 40도가 넘은 적이 있다. 문제는 그러한 일시적 최고기온이 아니라 30도 이상의 고온이 잔국적으로 지속되는 상황이다. 최근 지구의 여름은 그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으며, 40도 이상의 고온이 광범하게 확산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40도 안팎의 기온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때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런 정도로 인류가 멸종되지는 않겠지만, 세계는 커다란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끓기 시작한 지구, 미지근한 대응 
 
겨울이 시작되어도 남극의 결빙속도가 점점 더뎌지고 범위도 적어지는 양상에 대해 결국은 얼음이 사라지는 징조로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한마디로 압축한 사람은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다. 그는 지난 7월 27일 UN본부의 기후대응 영상연설에서 “지구온난화시대(era of global warming)에서  지구비등화시대(era of global boiling)가 왔다”고 규정했다.
 
북미, 유럽, 중국 등의 역대최고의 폭염과 양극지방의 수온상승은 종래의 지역별 기후특성에 종언을 고하고 있다. 7월 북대서양의 해수면 온도가 6월보다 10도나 상승하고,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근해의 해수면 온도가 38도를 넘는 마당에 서안해양성 기후가 지속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구 전반에 걸쳐 해수면 평균온도가 지난해 여름보다 0.25도 상승했다고 한다. 이러한 급진적 변화는 생태계에 충격을 가하고, 지속적으로 반복될 경우에는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말처럼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비등화의 시대가 온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5년 안에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확률이 66%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인들의 대응에 따라서는 아직 34%의 가능성을 살릴 수 있다. 그럴려면 ‘진짜 같은’ 페이크(fake)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가 필요하다. 진짜 리더십, 진짜 정책이 실제로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폭염 다음은 침수 ?
 

파란색=2030년 침수예상지역 (그린피스)



지난 2020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및 이상기후로 인해 2030년 경에 수도권과 고도가 낮은 서해안을 중심으로 국토의 5% 이상이 침수피해를 입을 것으로 경고했다. 먼 미래가 불과 7년 후의 일이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경기 평택을 비롯해서 충남 당진·서산과 전북 군산·익산·김제·부안, 전남 신안 등에서 광범한 침수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이 거의 완전히 침수되고, 김포공항과 기타 항만 및 원자력발전소 등에서도 침수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포항제철은 폭우로 침수피해가 발생해 커다란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온실가스 배출이 현 추세로 증가하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도 상승폭이 1.5도를 넘어감에 따라 2030년 경에는 해수면 상승과 태풍의 가세로 경기 고양, 화성, 안산 등과 인천 남동구와 서구를 비롯해서 전국적으로 300만명 가량의 이재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30~2050 예측불허의 시대, 주변국과의 협력 중요
 
동아시아 차원에서는 기후대응, (초)미세먼지, 방사능오염수에 대한 상호협력과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상호 신뢰의 측면에서는 일본 후쿠시마원전 방사능오염수의 해양배출, 향후 롯카쇼무라 재처리시설의 방사능오염수의 해양배출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논의와 협력이 진지하게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과 조선의 경우에는 핵문제와 별개로 한반도의 장기적 안목에서 산림조성 및 보전 등 기후대응을 위한 협력과 백두산 활성화에 대한 연구와 대비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중견국가로서 기후대응 등 전지구적 대처가 필요한 사안에서 조선, 중국, 일본과 협력하면서 아세안국가들의 지지와 협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과 입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