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영세무장중립/중견국가의 지표

기대수명 80대와 건강수명 60대의 함정

twinkoreas studycamp 2023. 12. 15. 19:41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생명표에 따르면 요즘 태어나는 아이의 기대수명은 남녀평균 83세 정도로 예상되고, 여자 아이는 잠재적으로 90세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100세가 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는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 스위스 등을 바짝 추격하는 수준이다.

 

한국이 OECD에 가입한 1996년 당시 기대수명은 남성 70.2, 여성 78.3년이었다. 당시 60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10년이었지만, 지금은 20년 이상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상당수가 건강하지 못한 노후를 겪는다는 점에서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대수명은 늘었지만, 건강수명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표=조선일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66세 정도에 그쳐 기대수명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기대수명(Life expectancy)은 신생아의 평균 생존연수에 대한 기대치라는 점에서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전염병 대유행이나 전쟁 및 천재지변이 없다면 향후 평균생존연수, 즉 장래 평균수명인 셈이다.

 

반면에 건강수명(Healthy Life Years, Healthy Span)은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기간을 뺀, 혹은 유병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disability adjusted life expectancy)으로서 건강기대수명(Health life expectancy)을 지칭한다.

 

 

 

한국인의 수명이 크게 늘어난 세계적 배경에는 전염과 수질오염으로 인한 질환을 유발하는 상하수도의 획기적 개선, 각종 항생제와 마취기술의 발전, 백신과 DNA 등 생명과학의 진보 등 의료 및 보건위생이 구조적인 영향을 미쳤고, 국내적으로는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과 의료·교육수준의 향상으로 건강한 삶에 대한 지향과 관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세계 최상위권에 접근하지만, 건강수명은 이보다 15년 이상 짧다. 또한 지난 수십년 동안 남성의 기대수명이 급진적으로 연장됨으로써 여성과의 격차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201864세 정도에서 2020년부터 66세 수준으로 연장되고 있다. 과거 WHO의 기준(2019)으로는 이보다 훨씬 높은 73세가 넘어 일본(74.1), 싱가포르(73)에 세계 최상위권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OECD 보건통계 2023’에 따르더라도 한국인의 보건의료 수준은 세계상위권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건강수명도 상당히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한국인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크다는 점은 지난 십수년의 저출생 추이에 비추어 여러 측면에서 미래의 함정이 될 수 있다.

 

지난 10월 맥킨지앤드컴퍼니는 2040년에 한국의 1인당 GDP7만 달러에 달해 세계 7대 경제대국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에도 한국의 미래가 세계 경제5강 수준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있었지만, 그 때와 다른 것은 비현실적인 한반도 통일을 가정하지 않고 순전히 한국경제의 혁신만을 상정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맥킨지도 한국경제가 저성장 장기국면을 극복하는데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성의 불균형을 중요한 부담으로 지목했다.

 

물론 한국 경제가 중화학공업 중심에서 반도체, 자동차, 전자기기 등 첨단 제조업으로 중심이동을 한데 이어 미래모빌리티, 반도체, 바이오, AI, 수소산업 등 4차산업혁명에서 초격차기업을 3개 이상으로 늘리면 과거 독일경제가 0%대 성장률을 4%대 수준으로 일으킨 것처럼 맥킨지의 전망이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기대수명은 90대를 향해서 계속 늘어나지만 건강수명이 60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 경제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적 저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만약 한국이 합계출산율 0,7명대의 저출생이 지속되거나 더 심화되는 가운데 기대수명이 늘어난다면, 전체 인구와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면서도 당분간 1인당 GDP는 증가함으로써 선진국 지표는 오히려 높아지는 역설도 가능하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기이한 인구구성은 지속가능성이 낮아서 결국은 내적 붕괴의 시점을 맞이할 수 있다. 최근 해외에서 한국의 인구구성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확산되는 까닭이다.

 

내일도 알 수 없는 인생에서 2050년대는 오지 않을 것 같은 먼 미래로 보이지만, 이제 스무살이 된 2000년생에게는 50세가 되는 가까운 미래이기도 하다.

 

(이미지=세계일보)

 

 

한국의 기성세대가 산업구조 개편,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의 혁신, 교육개혁, 연금 및 공공부문 개혁 등 난제들을 회피하면서 건강수명과의 격차가 큰 기대수명을 계속 연장해 나가는 가운데 지금처럼 저출생이 심화된다면, 일본과 중국에서 제기하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낼 가능성은 희박해질 것이다.

 

이처럼 장기적으로 예고된 하강국면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 의제를 발굴하고 추진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분단과 북핵 등을 핑계로 과거 이데올로기에 집착하여 소모적 정쟁을 일삼으면서 정치개혁과 선거개혁을 미루고, 특히 한반도 미래에 대한 그랜드 디자인 및 대외전략을 준비하지 못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벚꽃은 가장 화려할 때 진다? 무궁화꽃도 가장 화려할 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