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실정법 위반 논란 및 다섯 가지 의혹
국회 국토교통위 야당의원들은 7월 24일 기자회견에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선언에 대해 3개 법률 및 5개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백지화를 선언한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할 것을 규정한 국가재정법 50조, 도로정책심의위원회에 관한 도로법 5조 7항 및 6조 8항, 광역교통기본계획 및 교통개선대책에 관한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 특별법 3조 3항 및 7조의2 3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야당의원들은 또한 국토부와 용역사가 특정 노선만 선택적으로 분석했다는 의혹, 원안 노선에 강하 IC를 설치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왜곡했다는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사업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해명이 거짓이라는 의혹, 새로운 종점 적용시 사업비가 3천억원이 증가한다는 의혹, 국토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자료가 사실은 존재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안하무인 "떼쓰기"는 권력의 개소리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계획의 폐기를 둘러싸고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중앙부처의 권위적 태도가 부각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에 따른 정치적 잡음이 커지자 아예 사업을 폐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초등생 무상급식을 반대한다면서 주민투표를 강행한 적이 있는데, 당시 홍보물 중에는 “우리나라가 부자급식(전면 무상급식) 하려면 매년 얼마나 들어갈까요? (정답: 2조 원)”, “세계에서 부자급식을 하는 단 2개의 나라는 어디일까요? (정답: 핀란드, 스웨덴)” 등으로 무상급식을 부자급식으로 매도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논리를 갖춘 그럴듯한 기만이었지만, 결국은 정치적 개소리로 받아들여지고 지지를 받지 못했다.
당시에 오 시장의 무리수는 대선 도약을 의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지만, 저급한 논리들을 열심히 짜맞춘 것은 늘공이든 어공이든 시 공무원들이었을 것이다. 컴백한 오 시장은 무상급식에 대해 개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 장관의 경우는 훗날 어떻게 바뀔까?
원 장관의 오버 액션도 오 시장의 사례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밖에 없다. 국토부의 국책사업에 대한 정치적 논란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많은 국책사업들이 때론 조정되고, 때론 강행되면서 결과로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치적 논란을 핑계로 사업 자체를 백지화한다는 발상은 평소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이라는 무소불위의 무기를 앞세워 "지자체 공무원들의 상전"으로 군림하면서 "갑의 행태"에 익숙한 오만의 발로라는 힐난을 면하기 어렵다.
토건 카르텔?
지난 4월 발생한 성남 분당구 정자교 붕괴사고에 관현해서 신상진 성남시장은 시행사인 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사 금호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방침을 밝혔다. 과거에 LH는 국토부 공무원들의 퇴직 후 노후관리 코스로 유명했다.
최근 성남시 공무원노조는 "우리 사회는 2010년 서울시 청룡교와 2018년 성남시 야탑10교 붕괴사고를 겪은 바 있다. 모두 정자교와 같은 캔틸레버 공법으로 시공됐다"며 "국토안전관리원이 이런 구조의 교량 현황을 진작 파악하고 안전점검 진단 제도를 개선했다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관련해서 국토부가 동계 제설작업이나 교면 연성포장 등 외형적 관리(지자체 책임)에 치중하면서 안전과 관련된 설계와 시공 등 구조적 측면(시행사 시공사 책임)은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런 것이 카르텔이다.
시공무원노조가 "경찰은 국토교통부가 갖다 바친 희생양을 덥석 물지 말고 교량의 설계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시공상 문제는 없었는지 신중하게 확인해달라"고 촉구한 까닭이다..
지역민의 이해존중 실종
주요한 이해당사자이자 책임자들인 양평군수와 경기도지사가 이견을 제기하면 사전사후에 실무자들이 소통하고 설명하지 않고 무슨 공개간담회를 열자는 둥 정치적 대응을 일삼는 것은 책임있는 정부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
비단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여러 사안에서 정치화된 국토부의 업무태도는 부메랑을 초래하고 있다. 오죽하면 여대생들이 국토부에 항의농성을 하는가? 보기 드문 일이다. 국토부의 포스터에 특정지역과 울릉도·독도가 빠졌다고 해서 동네북이 된 것도 국민 밉상이 되는 트렌드를 보여준다. 역시 보기 드문 일이다.
국토부 장관의 오버 액션을 떠받드는 국토부 공직자들의 기이한 행태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악화시키고 있다. 경제·산업 및 민생 관련 부처가 집권세력의 정치논리에 편승하여 스스로 정치화의 늪으로 나아가는 것은 응당한 대가를 치를 일이다.
사업의 수정안이 논란이 된다고 해서 사업의 원안까지 부정하는 것은 권력의 개소리다. 정부가 국민에게 떼쓰려고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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