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휴대폰 최강국의 하나라고 자부하는 나라에서 휴대폰으로 국영방송의 국가대표팀 축구경기나 월드컵중계 등 시청할 수 없다면, MZ세대는 왜 KBS 수신료를 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법하다.
KBS는 수신료 폐지 혹은 분리징수 여론에 대해 영국 등 해외의 사례를 들어 국내 수신료의 액수가 적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국가들과 달리 국내에서는 KBS를 IPTV 혹은 케이블TV를 통해서 보기 때문에 이중지불의 문제가 있는데다가, 다수가 모바일을 통한 여러 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이를테면 MZ세대가 KBS의 뉴스를 비롯한 콘텐츠를 접하는 경로는 TV보다 휴대폰, PC일 가능성이 훨씬 많다. TV 수신기가 아닌 기기의 구입비용과 인터넷 비용을 치르고, 때론 콘텐츠 비용을 추가해야 하는 이중삼중의 비용구조에서 TV수신료가 달가울 리가 없다.
KBS 수신료(월 2500원)는 1994년부터 전기요금과 통합해 한국전력공사가 일괄 징수하고 있다. 이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이 전기요금과 연계해서 강제로 납부하는 방식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방송협회(KBS의 전신)가 라디오 수신기를 등록한 청취자들에게 요금을 받았던 것보다 더 독재적 발상이다.
이와 관련해서 대통령실이 수신료의 분리징수 방안을 권고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심사위원회를 통해서 3월 9일부터 한 달간 수신료 징수방식에 대한 토론 및 투표에 5만 8251명이 참여해 97%가 분리징수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토론 참여자의 59.7%(38,108건)가 수신료 폐지를 요구했으며, 앞서 제기한 시청자의 이중부담, 방송사의 방만한 경영, 영국 BBC 등도 수신료를 폐지하거나 폐지하는 수순이라는 점 등을 들어 KBS의 반발을 비판했다.
또한 31.5%(20,165건)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지지했으며, 이들도 사실상 세금과 같은 방식이란 점과 방송채널의 선택권 및 수신료 지불여부에 대한 시청자의 권리가 무시되는 점을 비판했다. 지금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은 0.5%(298건)에 불과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30여 년간 유지된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통합 징수에 대한 국민의 변화 요구를 반영해서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후속조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찬반의견(투표;58,251표)> | <자유토론(댓글;63,886건)> |
한국과 다른 나라들의 국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공영방송의 전파를 수신하는데 부담하는 비용은 전혀 다르다. 한국인들이 공영방송을 시청각하는 경로는 안테나를 통한 전파 수신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이 인터넷 3사(SK, U+, KT)와 무수한 지역케이블사의 인터넷(랜선 및 와이파이) 홈서비스를 통해 수신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요금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2,500원이 적어서 더 내라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발상이다.
객관적 사실을 외면하고 뭔가 그럴 듯해 보이는 (실제는 전체의 부분이거나 편향된 판단을 유도하기에 유리한) 통계만을 들이대는 것이야말로 개소리다.
김의철 KBS 사장이 “분리징수 추진을 철회하는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것도 개소리의 전형적 특징인 동문서답이다.
KBS가 수신료를 더 올려야 공영방송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철밥통 마인드에 기초한 ‘밥그릇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해외와 질적으로 다른 국내 방송 및 정보통신 소비행태와 가구별, 개인별 실제 부담액을 외면한 개소리다.
TV 수신기 중심의 공영방송을 위하여 사실상 전국민이 평생에 걸쳐 강제적으로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흐름에 전혀 맞지 않는 구태의연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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