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 세계 코로나백신 접종횟수가 총 57억회를 넘어섰다. 인류의 역사에서 이렇게 단시일 안에 57억회 분량의 백신이 인체에 주사된 것은 처음이다. 지구 전체가 거대한 임상실험실이 된 것이다.
1800년의 세계인구는 대략 10억명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후 200년 동안 7.5배 증가해서 75억명으로 불어났다. 가파른 인구증가는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난제를 초래한 이유의 하나로 지목되는데, 2100년 세계인구는 108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구의 적정인구는 몇 명인가?
33클럽 초유의 합계출산율 0.7명대 예고
세계인구 급증에 반비례하여 한국인구는 가파르게 줄어들 운명이다. 지난 해 출생아수는 통계작성 이후 최초로 20만명대를 기록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출생아수는 27만2천3백명으로 2019년보다 3만명 이상 감소했다.
전쟁이나 내란, 혹은 극심한 경제위기의 국면이 아닌데 출생아수가 매년 2~3만명씩 급감하는 것은 저출산(혹은 저출생)의 경제사회적 요인 외에도 인구구성상의 선행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1990년대 저출산으로 인하여 30년이 지난 2020년대에 30대 여성이 감소하면서 출생아수가 급감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1년에 56만명에 달하던 출생아가 20년도 안 지나서반토막이 났다.
젊은 여성의 수가 줄어들면 합계출산율 산정식에서 분모가 작아지기 때문에 출생아수가 일정하게 유지되면 합계출산율은 하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2019년 보건복지부의 장래인구특별추계는 2021년 합계출산율을 0.86명으로 예상했지만, 2020년 실제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사태로 인해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명대가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다. 인구 3천만명 이상, GNI 3만불 이상 국가 중에서 합계출산율 0.7명대는 초유의 기록이다.
정부는 따라잡기식 출산장려정책을 포기하고 생애주기별 삶의 질 향상을 통한 저출산의 완화 및 고령화 대비로 초점을 이동했다. 인구의 양적 감소에 대해서 인구의 질적 개선으로 대응하는 것이 인구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인가에 대해서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적정한 인구수 이하로 떨어지면 비율적으로 계산되는 경제적 지표들이 갖는 의미를 뛰어넘는 국가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의 역설
환율과 인구가 흔히 경제선진국의 기준처럼 여겨지는 GNI의 산정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경제성장율이 일정한 수준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인구가 정체하거나 줄어들면 분모가 감소하기 때문에 GNI는 상승하기 마련이다. 한국의 3만달러 진입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증가의 둔화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출산율 저하는 ‘피부양율’(dependency ratio)을 낮추고 여성의 경제활동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정한 시기에 ‘인구학적 배당금’(demographic dividend)을 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낮은 출산율은 잠재적 경제성장율을 잠식하고 장기적으로 고령화를 심화시켜서 피부양율을 올려서 미래세대의 부양부담을 가중시킨다.
한반도 국가의 총인구는 남 5천3백만명, 북 2천5백만명 선에서 정점을 찍고 하산길에 접어들고 있다. 조선(DPRK)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7%)를 넘어서 65세 이상이 10%에 접근하고, 합계출산율은 2명 이하로 떨어졌다.
저출산에 대한 반응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여자들이 아이를 안 낳아서 그렇다”는 핀잔이다. 이러한 시각은 경제와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가족이라는 유연(有緣) 공동체의 의미와 역할이 변화하는 근본적 흐름을 간과한 단순 논리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저출산이 심화돼 인구감소가 지속되면 나라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과장된 접근이라는 반론이 적지 않다. 또한 나라의 미래에 대한 염려로 지금 당장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일본의 생물학자인 이케다 기요히코와 같은 학자들은 인구감소로 인하여 최적의 인구에 접근하여 환경수용력이 좋아져서 일국이든, 지구든 간에 지금보다 더 ‘생존적지’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구체제에서 신체제로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인구변화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와 제언을 소개했는데, 몇 가지 대목이 눈길을 끈다(나라경제, 2021.9).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교수는 인구변화에 대한 근본적 대응방향으로 성차별적, 연령차별적, 지역차별적인 구체제에서 성평등적, 연령통합적, 지역상생적인 신체제로 이행할 수 있는 사회제도 개혁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높아진 생활수준과 행복감이 일치할 때 삶의 질의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 사회를 ‘삶의질 수준이 낮은 사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성평등한 변화를 하지 않은 채 먹고 살기 위한 여성취업만 늘어난다면, 서유럽사회가 경험한 여성고용률 60% 돌파 이후 출산율 증가효과는 한국사회에서 나타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론적으로 “여성취업이 확대될수록 오히려 출산율이 더 나빠지는 ‘이행의 늪’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생활동반자법안처럼 다양한 가족의 삶이 존중받으며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변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과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에 따른 비수도권 지역소멸 위기가 가시화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228개 시군구 중에서 인구소멸 위기지역은 105개(46%)에 달한다.
나윤정 기획재정부 인구경제과장은 지역소멸의 문제와 함께 학령인구 감소, 1인가구 증가 로 인하여 한국이 ‘축소사회’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한국사회가 2025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28년 이후 총인구가 감소하는 본격적인 인구절벽에 맞이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과소학생 지역에 대한 대책으로 ‘초중고 통합운영’을 도입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일정한 지역 안에 최소 1개교라도 남겨서 사회적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학부모가 전혀 없는 마을은 부정적 맥락에서 예기치 못한 변화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또한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6-3-3-4학제’를 ‘8-4-4학제’ 혹은 ‘7-5-4학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이 학제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 안에서 저출산문제를 출산 및 양육에 대한 부담경감(총비용 감소)으로 바라보는 정책프레임이 형성되면서 인구변동을 사회구조적 수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단순 정책과제’로 여기는 경향이 자리잡았다고 비판했다.
'한반도 영세무장중립 > 국내(South K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경인 방음터널 화재참사의 재구성 (3) | 2023.02.20 |
---|---|
여성가족부 존속, 재외동포청 신설, 국가보훈부 격상 유력 (0) | 2023.02.10 |
국유재산인 관사의 남용과 폐지 논란 (0) | 2022.04.13 |
한국의 소득 불평등 : 프랑스의 2배 (1) | 2021.12.08 |
최장집 교수의 ‘촛불혁명론’ 비판 (0) | 2021.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