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군사전문지 ‘Kanwa Asian Defence Review’의 편집자 안드레이 장(Andrei Chang)에 따르면 미국은 2001년 이후 20년 동안 아프간 정부군을 육성하고 무장시키기 위해 830억 달러(97조 685억원)를 썼고, 아프간 정부군에게 공급된 무기들은 암시장을 통해서 군벌이나 극단주의 단체들에게 팔렸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021.8.17).
그런데 최근에 각주의 중심도시와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은 아프칸 정부군이 방치한 총기류를 비롯해서 실탄과 폭탄, 헬리콥터, 전투기 등을 대거 획득함으로써 역내의 무기 암시장에 커다란 공급선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2001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에 7600억 달러가 투입되었다. 미국은 아프간 침공 및 안정화 과정에서 총 2조 달러와 연인원 80만명에 달하는 병력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소연방(Soviet Union)의 침공 및 안정화 과정에서 아프간 주민 1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그 이후 장기간 내전을 겪으면서 800만명이 파키스탄과 이란 등 주변국과 멀리 해외로 이주하거나 망명했다.
10년을 주둔했던 후견국 소연방이 철수하자 나지불라 정권은 탈레반과 북부동맹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3년을 버텼다. 그런데 20년을 주둔한 후견국 미국이 철수하자 카불 정권은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탈레반에 손을 들었다.
세계 언론들은 탈레반의 무기 인수가 아프칸 일대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군사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하고 있다. 탈레반의 카불 진입 이후에도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정부도 테러리즘의 재기 가능성을 UN에 경고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탈레반의 중무장이 극단주의자와 테러단체의 팽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프간과 중국을 잇는 와칸회랑
중국은 미군이 남긴 신식무기가 극단주의자들에게 넘어가면 신장지역(위구르족)의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프간의 동북부와 중국의 신장지역의 서쪽 끝을 연결하는 길고 좁다란 통로인 와칸회랑, 혹은 와한회랑(Wakhan Corridor)은 타지키스탄과 파키스탄의 사이를 가르고 뻗어나가 중국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미국에 저항하는 탈레반을 음양으로 지원하면서 신장지역 테러의 배후로 알려진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East Turkestan Islamic Movement)과의 연계를 차단하려고 했다. 알 카에다, IS, ETIM은 아프간 외곽에서 신장으로 무장대원들을 유입시켜서 장차 위구르 이슬람국가를 세우려는 목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아프칸에서 다량의 미군무기가 탈레반에게 넘어가면서, 그 일부가 알카에다·IS(이슬람국가)의 재기에 쓰여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기류가 확산되면 군소 이슬람단체의 무장수준도 덩달아 강화될 수 있다.
중국은 군사적 굴기(rising)에도 불구하고 극동의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면서, 독립을 강조하는 대만에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최근에 인도와의 국경분쟁까지 겹쳐 녹록치 않은 상황에 처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은 중국의 기세에 흔들리는 동북아 일대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으려고 한다. 이런 복잡한 정세에서 중국으로선 서쪽 끝의 변방까지 경계를 강화하는 일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러시아는 아프간 침공에서 심대한 내상을 입고 10년만에 퇴각했고, 체첸을 비롯한 이슬람계통의 소수민족의 테러공세에 시달려 왔다. 이러한 역사를 의식한 중국 정부는 알 카에다-ETIM-위구르(신장)로 이슬람 극단주의가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중·러는 아프카니스탄 주변의 소국들이 대테러 군사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선제적으로 군사적 위생벨트(military sanitary belt)를 구축하는데 공동의 이해를 갖게 되었다.
또한 세계의 언론들은 9.11테러사건의 원인과 경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오사마 빈 라덴, 알카에다, 탈레반,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사이에 복잡한 은원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군의 철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미국 내부의 요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격적인 철수가 실제로 이뤄진 배경에는 여러 가지 동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이 남긴 막대한 무기는 미필적 고의?
미국은 국제적 골칫덩어리인 탈레반을 상대하느라 국력을 소모하면서 좀더 핵심적 이해가 걸린 지역들에서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그런 상태를 지속해야 할 의지도 모두 약화되었다. 미국이 탈레반에 헌납하다시피 한 무기들은 주변국과 중·러에게 새로운 골칫덩어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미필적 고의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에 중·러는 닝샤 후이(Ningxia Hui) 자치구의 칭퉁샤(Qingtongxia City)에 있는 중국인민해방군 군사훈련장에서 합동군사훈련(ZAPAD/INTERACTION-2021)을 실시하면서 반테러합동훈련을 병행했다. 닝샤의 지리적 특성, 토양 및 지형, 기후는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산악 및 황야지대와 유사하다.
닝샤의 중․러 합동훈련은 터키~이란~아프카니스탄~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이슬람벨트와 우즈벡·타지키스탄 등 배후의 이슬람 군소국가에 대한 공동의 이해관계가 투영된 것이다.
또한 중국은 와칸회랑과 맞닿은 파미르고원 주변 등에서 타지키스탄, 파키스탄과 대테러 연합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아프간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온상이 되어서 위구르 자치구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경계를 강화하면서도 탈레반정권과 협력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난해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무기거래와 마약거래의 상승작용
미국이 남긴 무기는 중앙아시아 마약시장에도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 자금줄이 묶인 탈레반이 양귀비 판매에 크게 의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약과 무기의 거래가 활성화되면 마약조직과 테러조직의 인적, 지역적 확산으로 이어져 마약과 테러의 세계적 확산을 초래하게 된다. 탈레반에게 남겨진 무기의 전파는 세계 마약거래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중앙아시아에서 마약거래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미국의 속마음은 아프간 문제로 인해서 러시아(소연방)와 자국에 이어서 중국이 골탕을 먹어야 할 차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중국 매체들은 미군철수를 ‘바이든의 사이공’이라고 조롱했지만, 전문가집단은 미국의 낌새를 알아차리고 테러와 마약에 대한 국제공조와 미·중·러의 협력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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