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국가(World Politics)/아프가니스탄(Afghanistan)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ISIS-K의 기원

twinkoreas studycamp 2024. 3. 23. 13:33

 
푸틴 러시아 대통령 5선 등극 직후 발생한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테러사건으로 140여명이 사망했다.
 

 
이번 테러 직후에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대원들이 수백명을 죽이고 현장을 폭파한 뒤에 기지로 무사히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왜 러시아를 표적으로 삼았는가?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공습 등으로 IS를 격퇴한 바 있고, 최근에는 코카서스의 잉구셰티아 자치공화국에서 IS대원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 6명을 사살했다. 또한 러시아 당국은 모스크바 유대교 사원에 대한 ISIS-K의 공격계획을 저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테러는 사실상 예고된 사건이었다.)

 
 
최근 모스크바 주재 미대사관은 러시아 당국과 현지 미국인들에게 콘서트와 같은 대형행사에 테러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미 당국은 우크라이나를 의심하는 러시아정부와 달리 이번 테러를 ISIS 일파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ISIS-K의 기원
 

고대 호라산(Greater Khorasan)의 광대한 지역범위 (salchetron.com)

 
ISIS-K의 초기 구성원들은 2010년 경에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접경지대에서 활동하다가 파키스탄 정부군에 쫓겨서 아프간 낭가하르주로 넘어왔던 파키스탄 이슬람전사들이었다.

원래 이들은 TTP(Tehrik-i-Taliban Pakistan)와 Lashkar-e Islam 소속이었다.
 
ISIS-K의 초대 사령관(emir) 하피즈 칸(Hafiz S. Khan)과 그의 부관인 탈레반 출신 압둘 카딤(Abdul R. Khadim)은 장기간에 걸쳐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전사들을 충원하면서 조직을 확대했다.

2010년대 후반에는 Lashkar-e-Taiba, Jamaat-ud-Dawa, the Haqqani Network, IMU(Islamic Movement of Uzbekistan)에서 떨어져 나온 대원들이 가세했다. 또한 이라크와 시리아의 일대를 장악한 IS 핵심 지도부의 지원을 받았다.
 
ISIS는 중동 한복판을 장악하려다가 여러 국가로부터 협공을 받고 거점을 상실하자 글로벌한 갈리프 지역을 만들기 위해 아프간으로 눈을 돌렸다. ISIS는 이슬람 신앙공동체인 움마(ummah)를 글로벌하게 건설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자신들을 따르는 세력이 중앙아시아로 확산되었다고 선전했다. 실제로 IS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 중앙아시아의 네트워크와 조직을 강화했다.
 
UN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라크 지역의 ISIS 책임자였던 아부 쿠타이바(Abu Qutaiba) 등이 아프간의 ISIS 조직을 재편하는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점차 아프간은 레반트(시리아 요르단 레바논)로 출발하는 전사들의 플랫폼이 되었고, 테러리스트 외인부대의 종착지가 되면서 아프간에 자리한 ISIS-K는 최대 3,000~4.000명에 달하는 테러리스트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후 600~800명선으로 규모가 약화되었으나 다시 조직원수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ISIS-K는 조직의 성격이 탈레반보다 알카에다에 가깝고, 활동방식은 알카에다 못지 않다. 초대사령관 하피즈 칸, 2대 사령관 압둘 하시브(Abdul Hasib), 3대 사령관 아부 오라크자이(Abu S. Orakzai), 4대 사령관 아부 사예드(Abu Sayed)는 2016년~2018년 사이에 미국의 정밀폭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IS-K에 합류하기 전에 아프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전투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ISIS-K는 지난 수년 동안 각국의 테러를 선동하면서 아프간, 파키스탄 등에서 사망자가 수백명에 달하는 대형테러를 수차례 자행하였다. 테러의 방법도 슬리퍼에 고성능 폭약을 장착하는 등 다양한 수법을 개발했다.
 
 
ISIS-K와 ‘하카니 네트워크’
 
이라크·시리아에서 궤멸된 ISIS는 이란과 파키스탄 등지에서 전열을 정비하고, 아프간에서 ISIS-K(Khorasan)를 구성했는데, 과거에 호라산(Khorasan)이 이란~우즈벡~아프칸~파키스탄 일대를 망라하는 광범한 지명이었다는 점에서 ISIS-K라는 명칭은 중동과 서남아 일대에 이슬람 칼리프 제국을 세우겠다는 웅대한 야심을 담은 것이다.
 
또한 ISIS-K는 탈레반 분파인 하카니 네트워크(Haqqani network)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분파가 내재하는 탈레반 정권이 표면적으로 알 카에다, ISIS-K 등 극단적 테러단체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연합전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테러사건에서도 탈레반의 경비구역을 무사히 통과해서 미군의 경비구역을 타격했고, 탈레반 측은 테러참사에 대한 경비책임을 미국측에 전가했다.
 
탈레반과 ISIS-K는 호라산(Khorasan) 일대의 패권을 놓고 경쟁관계에 있지만 외세에 대한 대응에서는 협력적이었으나, 탈레반의 갑작스런 정권 장악으로 이들의 역학관계가 바뀌고 있다. 탈레반이 카불을 탈환하고 죄수들을 해방시키는 과정에서 IS-K의 핵심인물인 아부 오마르 코라사니(Abu Omar Khorasani)가 사망했는데, 그 과정이 알려지지 않아서 이번 테러의 배경을 IS-K의 간접적 보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코라사니는 ISIS의 최고사령관 지아 울-하크(Zia Ul-Haq)로 알려져 있는데, 출산병동·장례식장·결혼식장·대학구내를 가리지 않고 공격해서 아무런 상관도 없는 신생아·대학생·방문객들을 무자비하게 죽였다. 이러한 악마적 행태는 아프간 정부와 인도 정부로 하여금 대테러작전의 동기를 더욱 강화시켰고, 배후세력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켰다.
 
지난해 5월 코라사니와 조직원 10여명이 체포되었는데, 최근 탈레반이 카불 교도소의 수감자들을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그와 일당 8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탈레반이 코라사니 일당을 처단했다면, 그들의 행태가 지나쳐 파슈툰족이 다수 거주하는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넘어 자신들의 목표를 위협하는 암적 존재로 간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코라사니는 탈레반의 카불 입성을 앞둔 시점에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탈레반이 좋은 무슬림이라면 자신을 풀어줄 것이라는 미묘한 단서를 달았다. 그의 발언은 쌍방이 모두 무자헤딘(Mujahideen)의 후예로서 다른 죄수들과 같이 자신도 구출될 것이라는 확신이 아니라 탈레반이 좋은 무슬림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을 구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역설을 담고 있었다. 실제로 카불공항 테러참사 이후 탈레반은 ISIS-K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외부의 눈을 의식한 듯 코라사니를 자신들이 처형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파슈튠의 이슬람국가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에 IS는 초국적인 광범한 이슬람국가로 새로운 지도를 그리려고 한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했지만 ISIS-K와 알카에다 등을 통제하지 못하고 북부의 반탈레반 세력의 저항을 잠재우지 못하면 아프간은 발칸화될 수 있다. 또한 탈레반이 중앙정부로서 통제력을 상실하면 인접 국가의 관여로 인하여 예멘화될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와 이란이 예멘사태에 개입했던 것처럼 이란과 파키스탄 및 인도는 때론 부작위로 때론 능동적으로 아프간에 관여해 왔다.
 
 

2019년 8월 ISIS-K는 카불의 결혼식장에 자살폭탄테러를 자행해서 60여명의 생명을 빼앗았다.(BBC)

 
 
2011년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급팽창한 범IS세력는 시리아·레바논·요르단·팔레스타인을 망라한 이슬람국가를 목표로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를 천명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되자 호라산 권역(이란~투르크메니스탄/우즈벡/아프카니스탄/타지키스탄~파키스탄)에서 새롭고 광대한 세력권을 구축하려고 한다.
 
호라산은 과거 동북아의 만주(Manchuria)처럼 이란의 동북부에서 아프간과 파키스탄 일부를 포함하는 광대한 지역을 의미한다. ISIS-K는 호라산 지역의 모든 무슬림이 분파주의를 버리고 ‘the caravan of the Khilafah’에 합류할 것을 촉구해 왔다. 탈레반, 알카에다, ISIS-K, 하카니 네트워크는 파슈툰족 출신이 많다는 동질성이 있지만, 남부의 파슈툰족을 중심으로 아프간 이슬람국가를 건설하려는 탈레반과 호라산 칼리프 제국을 추구하는 IS-K의 목표는 다르다.
 

칼릴 하카니는 탈레반의 돈줄(fundraiser)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탈레반정권의 내무장관으로 하카니 네트워크의 핵심인물으로서 현재 카불의 치안책임자인 칼릴 하카니(Karil Haqqani)가 내정되었다고 보도했다. 오래 전에 미국은 그를 테러리스트로 지목하여 500만 달러(약 580억원)에 현상수배했다. 그는 카불로 진공하는 과정에서 교도소를 공격하고 IS 대원들을 탈출시킨 장본인으로 의심을 받았다.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부는 설립자인 잘랄루딘의 동생 칼릴(운영책임)과 아들인 시라주딘(수장), 아지즈, 아나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빈 라덴이 아프간에서 탈출해서 파키스탄 변방에 은거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칼릴은 알카에다, ISIS-K, 파키스탄 ISI(정보기관) 등과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미 CIA의 지원을 받았던 인물이다.
 

(미 국무부)

 
 
ISIS-K의 지정학 : 아프카니스탄 시프트 
 
카불 점령 이후 탈레반 정권은 여성 학대, 즉결 처형, 식량난, 북부동맹 후예들의 저항에다가 정부 구성의 잡음, 하카니 네트워크와의 암투설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부총리와 하카니 패밀리와의 갈등설은 총격전에 이어 바라다르의 해외 망명설, 칸다하르 낙향설로 번지고 있다.
 
탈레반 창설 멤버와 하카니 네트워크의 암투는 아프간의 지정학적 문제가 반영된 것이다. 터키~이란~아프간~파키스탄~인도~방글라데시~미얀마로 이어지는 광대한 벨트는 미·중·러의 세계전략에서 지정학적 가치가 높은 지대의 하나다.
 
또한 아프간의 친미 정부가 붕괴함으로써 인도는 파키스탄을 서쪽에서 견제할 수 있는 우방이 사라졌고, 인도에 대항하는 파키스탄은 든든한 배후를 확보하게 되었다. 파키스탄으로서는 인도를 동쪽에서 견제할 수 있는 동파키스탄이 방글라데시로 떨어져 나간 마당에 아프간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부응하는 정부가 존속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파키스탄에게는 느닷 없는 탈레반의 귀환이 인도에 한 방을 먹인 쾌거였다.
 
하지만 탈레반 내부에는 아프간을 이슬람 칼리프(토후국)로 만드는 것을 중시하는 노선과 파슈툰족이 많은 파키스탄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노선, 그리고 호라산(Khorasan) 이슬람 대제국을 지향하는 IS-K와 연계된 하카니 네트워크가 혼재되어 있다.
 
무장조직이 발달한 하카니 네트워크의 부상과 바라다르를 비롯한 대미 협상파의 퇴조는 정상국가화를 촉구하는 서구의 시각에서는 탈레반 정권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징후로 읽혀지고 있다.
 
 

하카니 네트워크의 설립자 잘랄루딘 (Times of India) : 잘랄루딘 하카니는 최근에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언론은 9월 4일자 보도에서 잘라루딘이 사망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를 밝히지 않았다.

 
 
호라산(Khorasan)의 초국경적 확장성
 
“전지전능한 알라는 오래 전부터 우리가 호라산(Khorasan) 지역에서 성전을 하도록 은총을 베푸셨고, 우리는 알라의 영광으로 호라산 지역에 들어오는 어떤 불신자(disbeliever)와도 투쟁했다. 이 모든 것이 율법(Shariah)을 세우기 위함이다. 이슬람 칼리프 지역은 특정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젊은이들은 동서남북을 불문하고 모든 불신자와 싸울 것이다.” (ISIS-K의 2015년 선전비디오 시리즈 중에서)
 

IS 대원들의 행진(Al jazeera)

 
ISIS-K는 기존의 국경을 무시하고. 아프간과 파키스탄과 같은 민족국가를 초월한 영토 관념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들의 호라산은 단순한 역사적 지명이 아니라 종교적이고, 율법적인 탈역사적인 초국적 개념이다. 또한 레반트(시리아  요르단 레바논)에서 퇴각한 그들의 최종목표는 호라산(아프간 파키스탄 이란 우즈벡 일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루살렘과 백악관에 ‘the banner of al-Uqab’(지하드의 검은 깃발)를 세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