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on Twin Koreas 26

김정은 '두 국가'의 양면성

지난 30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대남노선의 근본적 전환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한반도)에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가 병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이제 현실을 인정하고,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의 역대 정부가 민주와 보수를 떠나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우리 공화국과 인민들을 수복해야 할 대한민국의 영토이고 국민이라고 공언하고, 대한민국 헌법은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명기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

영화 '노량'에 담긴 시대순환 : 허약한 완충국가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는 충무공의 칼에 새겨진 ‘염혈산하(染血山河)’의 피날레를 보여준다. 또한 전편인 ‘명량’, ‘한산도’와 달리 대첩이 아니라 어쩌면 예고된 그의 죽음에 담긴 의미를 환기시킨다. 충무공은 전쟁 초기에 커다란 공을 세웠지만,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당쟁을 일삼던 조정의 탄핵으로 참형에 몰린 적이 있었다. 당시에 아무도 나서지 않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72세의 판중추부사 정탁(鄭琢)이 신구차(伸救箚)라고 불렸던 장문의 진정서를 올려 선조에게 직언했다. “순신은 명장이므로 죽여서는 안 됩니다. 순신이 출전하지 않는 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뒷날에 공을 이루게 해주십시오.” 당시 40대의 선조는 홀로 나선 칠순 원로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했다고 하니, 정도전의 건국설계에 군..

김여정의 ‘대한민국’ 호칭은 ‘투 코리아’ 선회?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대남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네 번이나 거론한 것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김 부부장의 담화에서 등장한《대한민국》에서 기호(《, 》)가 강조의 뜻(겹화살괄호)인지, 이른바(所謂, so called)의 맥락(인용부호 따옴표)인지 분명치 않다.  두 번에 걸친 담화에 등장한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족속들, 《대한민국》의 군부, 《대한민국》의 군부깡패들이라는 표현은 그동안 대남 비난발언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표현들이다. 이번 국호 논란의 배경에는 북의 주권 및 영해(EEZ)의 강조, 미국의 정찰활동 견제 및 긴장조성, 핵독트린에서 대남관계의 정리(전술핵 위협 및 소극적 안전보장 등)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과..

정전협정 70주년, 2023년 국가안보전략의 명암

6월 초에 공개된 2023년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 Global Pivotal State for Freedom, Peace, and Prosperity)은 2018년 국가안보전략과 다른 특징들이 드러난다.  한국 역대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은 미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에 비해 체계성이 명확하지 못하고 통시적 일관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지만, 내용의 측면에서는 외연이 좀더 넓어지는 양상이다. 2023 국가안보전략에서는 평화와 번영이라는 역대 정부 공통의 지향 외에 자유와 연대,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미일 협력, 남북관계에서 상호주의, 대북 미사일 방어체계, 국가안보와 연관된 글로벌 공급망 및 경제·..

정전협정 69주년 : 범죄인 인도와 강제추방 딜레마

2019년 11월 통일부는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던 어민 2명의 살인혐의가 명백하고 귀순의 진정성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강제추방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지난 10여년 동안 16명을 남측에 인도했다고 한다. 최근 정치적 이슈로 비화한 몇 가지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1953년 7.27 정전협정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범죄인 인도(extradition)는 다른 나라의 범죄인이 국내에 체류하는 경우에 해당국의 요청에 따라 범죄인을 건네주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1988년에 범죄인 인도법을 제정했고, 각국은 범죄의 지능화와 해외도피의 만연에 따라 범죄인 인도에 관한 쌍무적, 다자적 협약을 확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조협약을 맺은 국가에서 인도를 청구하면 외교통상부장관→법무..

남북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

"남북교류 30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전홍택 KDI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 남북교류는 1990년 한국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시작돼 2000년 남북 정상의 6·15 선언으로 활성화됐지만, 북한의 핵개발 지속에 대한 대응으로 박근혜 정부가 2016년 개성공단을 폐쇄함으로써 사실상 중단됐다. 현재도 북핵협상이 교착상태에 있어 남북교류가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국의 남북교류 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경분리 적용 남북교류 방침(정경분리 원칙의 포용정책 또는 햇볕정책)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경연계 남북교류 방침(조건부 포용정책)으로 바뀌었으며 문재인 정부는 다시 햇볕정책을 준비했으나 북미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짐에 따라 실행하지는 못했다. 햇볕정책은 남북교류 ..

북한은 국가

"북한은 국가다"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전 계명대 총장 북한은 국가다. 설령 비정상적이라고 해도 북한은 국제법상 엄연한 하나의 국가다. 유엔 헌장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있다고 판단되는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가’에 개방된다는 유엔 헌장 제2장 4조에 의하면 유엔 회원국은 모두 ‘국가’임에 틀림없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1991년 9월 17일 남한과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우리가 한 민족으로서 통일을 지향한다고 할지라도 북한은 현실적으로 70년간 한반도의 특정 지역과 국민에게 독립적으로 정치적 권력을 행사해 온 실질적인 국가로서 승인 받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현실적으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고 또 평화통일을 위해서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이 사실이 문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

국시(國是)가 실종된 대선, 안철수 공개서신 의의와 한계

2022년 3월9일 대선에서 한반도문제 및 남북관계에 대한 어젠다와 진지한 논의가 실종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당의 후보들이 안보, 국방, 외교 등에 대해서 수많은 정책 및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비판이 나오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종말을 고한 조건에서 한반도문제에 대한 구조적이고 입체적인 국가방략을 제시할 수 있는 비전과 의지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마찬가지다. 둘째는 선거철에 상투적으로 제기하는 국방강화, 군복무자 우대 등은 한반도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입대자의 처우와 관련된 현금지원 공약은 병역의무에 대한 국가의 정당한 보상이란 측면에서 진일보한 ..

미 공화당에서 점화한 종전선언 비토

12월 7일 영 김 의원(1962년·인천)을 비롯한 미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35명이 설리반(Jake Sullivan)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비핵화와 인권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평화에 대한 구속력 있는 보장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종전 및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하는 것은 한반도 및 주변지역과 미국의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동서한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종전선언 결의안을 제출했던 민주당 의원들의 견해와는 상반된 내용들로 점철되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한국전쟁 이후 장구한 세월 동안 지속된 미국 내부의 상이한 관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미국의 양당정치가 한반도문제의 영속적 미해결과 한반도의 ‘최적 긴장(Gold..

문 대통령 ‘체제경쟁 무의미’ 발언의 두 가지 맥락

‘쿠바 이주 100주년’을 맞이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제15회 세계 한인의 날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한반도 국가의 미래에 대해서 몇 가지 의미 있는 진술을 하였다. 문 대통령은 전세계의 750만 재외동포에 대한 모국의 관심과 보호의지를 강조하였다.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을 제정하여 재외국민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을 영사실로 승격시켰다. 또한 코로나사태에 대응하여 122개국 6만2천여명의 재외국민을 귀국시켰고, 46개국 2만2천여명의 재외국민을 거주국으로 복귀시켰다. 대한민국의 위상에 대해서는 세계 10대 경제강국, 유엔무역개발회의(운크타드)의 선진국 격상(B그룹), UN 세계지식재산기구의 글로벌 혁신지수 아시아 1위 및 세계 5위, EU 글로벌 경쟁국 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