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에 공개된 2023년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 Global Pivotal State for Freedom, Peace, and Prosperity)은 2018년 국가안보전략과 다른 특징들이 드러난다.
한국 역대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은 미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에 비해 체계성이 명확하지 못하고 통시적 일관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지만, 내용의 측면에서는 외연이 좀더 넓어지는 양상이다.
2023 국가안보전략에서는 평화와 번영이라는 역대 정부 공통의 지향 외에 자유와 연대,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미일 협력, 남북관계에서 상호주의, 대북 미사일 방어체계, 국가안보와 연관된 글로벌 공급망 및 경제·산업·첨단 핵심기술, 기후대응과 에너지전환 등 세계적 트렌드, 동남아 및 아세안과의 협력, 방위산업 발전 및 수출 등이 강조되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부터 강조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개념 및 정의가 막연하고, 구체적 전략과 실행경로가 분명치 않아 다소 선언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과거 정부에서 연속되는 정책기조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중추국가 전략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북핵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접근법이 부재한 상태에서 과거 정부에서 사실상 검증이 끝난 방법론, 이를테면 핵무장을 포기하면 경제적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식의 상호주의로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적 재제의 틀 속에서 남북의 새로운 교류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헌법에 투영된 딜레마에서 비롯되는 국가이익과 핵심적 국가목표의 모호성으로 인해 국가안보전략의 명확성과 체계성을 기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한반도에 유엔이 인정하는 두 개의 국가(Two Koreas)가 존립하는, 국제법적으로 복수의 국가가 존재하는 조건에서 한국의 역대 정부는 이데올로기적 지향에 따라 대북 온건노선과 강경노선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주기적 변화는 국제적 역관계의 흐름을 수렴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하지만, 1992년 남북 유엔동시 가입 이후 30년이 넘도록 남과 북의 국가안보전략은 한반도 국가의 존재양식에 대한 발전적 논의로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7월 27일은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휴전 당시에 20세 청년이 90세 노인이 되도록 한반도는 국제법상 ‘전쟁의 지속(휴전상태)’을 종식하지 못하고 사실상 세계 최장의 전쟁상태에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떠나 개전보다 휴전이 더 어렵고, 휴전보다 종전이 더 어렵게 되었다.
한반도 문제에 담긴 이러한 영속적 미해결성, 지정학적 불능성에 대한 새로운 사유와 통찰에 기초한 최상위의 국가방략이 남과 북의 합의로 정립되지 않고서는 양측이 중추국가든, 전략국가든 어떤 명칭을 내세워도 결국은 미, 중의 군사와 경제에 편승하는 안보전략에 따른 '최적의 긴장상태의 지속'으로 귀결될 뿐이다.
이대로라면 정전협정 100년을 맞이할 개연성이 높다. 앞으로 30년 동안에도 휴전체제라는 현상유지를 어떤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이 국가이익에 부합한 것인지에 대한 쌍방의 합의적 기초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주변 강대국을 탓할 수도 없는 일로 세계에 기억되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것은 한반도 국가의 무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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