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on Twin Koreas/두 국가

김정은, 중국 열병식 우원식 재회 촉각

twinkoreas studycamp 2025. 8. 29. 00:38

 
 
김정은 위원장이 9월 3일 중국 전승절(2차대전 승전기념일)의 천안문(텐안먼) 열병식(閱兵式, Military parade), 즉 군사퍼레이드에 시진핑 중국주석·푸틴 러시아대통령과 동석한다. 이번 행사에 20여개국의 국가원수 및 정부대표가 참석한다는 점에서 북의 지도자로선 보기 드문 다자외교 등장이다.
 
 

열병식으로 향하는 푸틴, 시진핑, 김정은(The Guardian)

 
 

천안문 망루의 푸틴, 시진핑, 김정은

 

 

 

북의 역사에서 최고지도자의 다자외교는 사실상 전무하지만, 김일성 주석은 장기간에 걸쳐 순방외교를 진행한 적이 있다. 김 주석은 195661일부터 719일까지 48일 동안 소비에트연방과 동유럽 9개국을 순방했고, 195811월에는 베트남을 방문하여 최고지도자 호치민과 회동했다. 김 주석은 19654월 반둥회의 10주년을 기념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수카르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또한 1984516일부터 71일까지 46일 동안 소비에트연방과 동유럽 7개국을 순방했다

 

 

1965년 인도네시아 방문

 

 

이번 행사에 한국 대표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하는데, 우 의장은 2018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남북정상 만찬회동에 참석해 김 위원장과 인사를 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구면인 셈이다. 우 의장이 대한민국 혹은 대통령의 특사와 같은 자격으로 평화의집 만남 이후 7년만에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우 의장의 부친은 황해도 출신이고, 우의장 부인의 집안도 함경도 출신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잠시 나눈 이야기도 이산가족에 관한 것이었다고 한다.

 

9월 3일 열병식에서 우 의장은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었으나 대화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우 의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이야기를 물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베이징 현지에서 푸틴과 김정은이 양자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7년만의 천안문 조우?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정은 위원장(2018년 판문점 평화의집)

 
 
이날 열병식에 참석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은 한국과도 관계가 좋은 나라들이다. 특히 베트남과 몽골은 조선과도 역사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
 
중국의 전승절에는 2차대전 당시 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과 일본에 맞선 연합국 진영이었던 미·영·프에서도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해 왔으나, 최근에는 중국의 대외정책과 갈등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반응이 시들해졌다.
 

1954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김일성 주석과 마오쩌둥 주석(중앙일보)

 
 

이례적인 전승절 열병식 참석 : Global Player로 전환(블룸버그통신)


중국 전승절에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적이 있지만, 조선에서는 1954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기념일에 김일성 주석이 천안문 열병식에 참석한 이후 최고지도자가 직접 참석한 경우가 드물다. 여러 나라의 정상들이 참석하는 다자무대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행보를 국제적 고립에서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로 전환하는 계기로 보았다.


이런 까닭에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의 배경과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10월 31일~11월 1일 경주 APEC을 앞두고 '조선의 방식'으로 다자외교에 시동을 걸었다는 시각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9월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앞둔 8월 30일에 조선중앙TV가 방영한 다큐 뮤비 ‘기억하라’는 쿠르스크 파병의 전말을 세계에 공개하여 한국의 베트남 파병과 같은 국제적 영향과 정치경제적 효과를 의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천안문 열병식을 계기로 중•러•조 정상회의가 열리면, 2023년 한•미•일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 대칭적 의미를 가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990년대 소비에트연방 및 동유럽사회주의의 해체 이후 중국은 현대화 및 개방을 통한 고도성장 과정에서 러시아와 조선을 견인의 대상, 심지어는 불편한 혈연관계(?)로 치부했으나 최근 미중갈등이 첨예화되면서 딜레마에 봉착했다. 혁명4세대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대중 강경노선에 직면하여 그간의 낙관적 발전경로에 차질을 빚으면서, 이제는 러시아와 조선의 지정학적 가치를 재발견했다는 것이다.


 

 

이번 열병식은 조중러가 최근 한미일 밀착 기류에 대응하는 양상이란 점에서 표면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북방 삼각동맹과 남방 삼각동맹’의 재연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와 경주 APEC에 트럼프·시진핑·푸틴이 함께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층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즉 한국으로선 전승절 열병식과 경주 APEC을 교착된 남북관계에 어떤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계기로 접근할 여지가 있다.
 

전승절 열병식의 중심에 자리한 박근혜 대통령, 푸틴 대통령, 시진핑 주석

 
 

 

 

현장의 힘을 외면한 국민의힘

 

이번 열병식에 국민의힘 소속 김성원 의원이 우원식 국회의장의 일행에 포함됐으나, 당 지도부의 우려(?)에 따라 중국행을 포기했다고 한다.

 

우 의장은 민주당 소속 박지원·김태년·박정·홍기원, 국민의힘 김성원, 조국당 김준형 등 국회 외무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초당파적 동행을 추진했으나, 국민의힘에서 거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권교체 3개월만에 초당파적 동행의 정치적 의미를 망각한 졸렬한 협심증이라는 힐난과 함께 현장의 힘(!)을 외면하는 소아병적 이데올로기로는 당명(국민의힘)에 부합하지 않는 도태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즉 관성적인 이분법으로는 독특한 지정학적 구도가 자리잡은 한반도 정세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최근 흐름을 읽지 못하고, 결국은 1970년대(박정희)~80년대(전두환)의 퇴행적 대북정책을 답습하면서 시대 및 세대와 괴리된다는 것이다. 

 

 

일관된 ‘적대적 두 국가’ 캠페인 

 
하지만 한국 정부가 구태의연한 접근과 의제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최근 북측의 반응은 냉랭하고 신경질적이다.
 
8월 27일 조선중앙통신은 ‘비핵화망상증에 걸린 위선자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논평에서 남측에 대해 “국가의 모든 주권을 미국에 고스란히 섬겨 바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정치적 가난뱅이”이라고 규정하면서 “리재명이 비핵화망상증을 유전병으로 계속 달고 있다가는 한국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리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조선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 “우리를 심히 모독했다. 한국을 왜 적이라고 하며 왜 더러운 족속들이라고 하는가를 보여주는 중대한 계기”라고 반발했다.
 
그럼에도 조선의 핵정책 및 대남전략이 변화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논평에서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고 덧붙인 것처럼 한반도의 지정학적 변화가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도 있다.
 
특히 ‘적대적 두 국가’와 관련해서 이 논평은 한국의 헌법 제3조(영토조항)에 대해 “한국에서 10여 차례 정권이 바뀌여 왔지만 반공화국 기조만은 추호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원래 한국은 우리에 대한 대결정책을 국책으로 정한 철저한 적대국이고, 리재명정권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정부가 다자무대에 등장한 김 위원장을 상대로 ‘민족내부의 특수한 관계’로 회귀하는 접근법으로는 유의미한 반응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8월 23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고정철 부총참모장은 비무장지대 경고사격에 대해 ‘남부 국경 일대에서 군사적 충돌을 야기시키는 위험한 도발행위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한국군 호전광들이 남쪽 국경선 부근에서 차단물 영구화공사를 진행하는 우리 군인들에게 엄중한 도발행위를 감행하였다”고 비난했다.
 
북의 고위급 장성이 남부국경, 한국군, 국경강화사업 등이란 표현을 반복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두 국가론’에 기초한 개념적 언어들이다. 최근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에 철책과 대전차 방벽을 설치하는 것은 한국과 UN의 인정 여부를 불문하고 국경선(National Border)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앞서 8월 19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외무성 국장협의회에서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면서 “리재명정권 이후 조한관계 개선에 생색내려고 하지만 평화의 꽃보자기로 감싸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특히 이 대통령의 18일 을지국무회의 모두발언을 겨냥하여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비방하면서 “리재명은 이러한 력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위인이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 또한 정동영 통일부장관, 안규백 국방부장관, 조현 외교부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이러한 기류에 비추어 당분간 남북관계의 중대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김 부부장의 발언에는 북측의 변화된 요구가 명확하게 투영돼 있다.
 
“한국에는 우리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역외교 무대에서 잡역조차 차려지지 않을 것이다. 외무성은 한국의 실체성을 지적한 우리 국가수반의 결론에 립각하여 가장 적대적인 국가와 그의 선동에 귀를 기울이는 국가들과의 관계에 대한 적중한 대응방안을 잘 모색해야 한다.”
 
여기서 ‘한국의 실체성’이란 같은 민족이지만 ‘적대적 국가’라는 것이다. 이러한 북측의 인식을 민족내부의 특수한 관계를 내세워 무마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김 부부장의 발언을 뒤집어 보면 쌍방의 적대적 국가관계에서 출발해 비적대적 국가관계, 나아가서 우호적 국가관계로 이행하는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
 
결국은 쌍방의 정치적 인정과 법적 승인이라는 ‘숙명의 강’을 건너지 않고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기 어렵다.

50여년 전에 동·서독은 기본조약을 통해 정치적으로 인정하고 체제의 안전을 보장함으로써 서로 국가로 승인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김 부부장의 발언에 비추어 앞으로 남북의 대화 및 소통은 ‘민족내부의 특수한 관계’에 기반하여 통일부를 창구로 하는 방식을 고수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조선은 국가 대 국가의 외교적 관계에 기초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정향성이 분명할 경우에만 한국의 소통 및 교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
 
 

APEC 참석 가능성 희박

 
최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접촉할 것을 요청했고, 트럼프는 가능하면 올해 만나겠다는 의향을 드러냈다. 김여정 부부장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좋다고 언급한 것을 고려하면,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트럼프의 임기 중에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가 판문점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경주 APEC을 전후해서 2018년과 같은 판문점 3자회동이 모색될 수 있다.
 
APEC 주최국인 한국에서는 이런 가능성들을 염두에 두고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을 논의해 왔다. 지난 4월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조셉 윤 주한 미대사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경주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정부에서도 의장국인 한국이 비회원국가 초청권한을 행사하여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접근방식으로는 김 위원장이 초청을 수락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시점에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이 서울과 평창을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한국의 남부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의 다자외교 무대에 북에서 유력한 대리자를 파견할 지 의문이다.
 
APEC 회원국은 창설멤버인 한국을 비롯해 뉴질랜드, 대만(중화민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멕시코, 미국,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포르, 일본, 인도네시아, 중국, 칠레, 캐나다, 태국, 파푸아뉴기니, 페루, 필리핀, 호주, 홍콩 등이다.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 : 1970년대 동·서독 관계의 데자뷰

 
최근 남북관계의 교착은 50여년 전에 관계개선의 물꼬를 텄던 동·서독 기본조약의 정신을 환기시킨다. 그것은 독일의 재통일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앞세우지 않고, 쌍방의 현실적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비극을 줄여나가자는 것이었다.
 
당시에 서독의 보수정당(가톨릭민주연합/가톨릭사회연합)은 기본조약이 독일 재통일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회민주당과 자유민주당은 새로운 접근을 밀고 나갔고 서독의 다수 여론은 ‘현상의 타파’(분단의 개선)를 위한 ‘현상의 인정’(쌍방의 승인)을 지지했다.
 
케이팝데몬헌터스의 공동감독을 맡은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강민지)은 서울에서 태어나 5세에 캐나다로 이주해 초중고와 대학을 마쳤지만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녀에게 진정한 한국인이란 무엇인가, 또한 한국과 캐나다라는 ‘두 국가’는 어떤 의미일까?
 
“오늘날 다문화 환경에 놓여지면서 저처럼 한국문화도 친밀하게 이해하면서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 깊이 있게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저는 진정한 한국인이라는 의미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의미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기 강 감독은 어릴 적에 암묵적으로 무시나 차별을 당했을 개연성이 높지만, 그녀의 삶과 작품에 한국과 캐나다는 더 풍부한 자양분을 제공하는 우호적 관계의 두 국가일 것이다.
 
분단 80년에 전쟁까지 겪은 남북은 차라리 한국과 캐나다의 관계만도 못하고, 남북과 동시수교한 베트남·몽골과의 관계보다 훨씬 좋지 않다.

이런 역설적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은 ‘민족내부의 특수한 관계’를 내세우는 기존의 접근법에서 탈피하여 서독의 경험처럼 ‘국가 대 국가’의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종래의 정치군사와 경제문화의 구분(정경분리)보다 더 구체적으로 ‘북핵과 관계설정(인정 및 승인)’을 잠정분리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불가피하게 분단상황이 지속된다면, 하염없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되내이는 것보다 분단상황을 좀더 인내할 만한 것으로 개선하여 쌍방이 공존 및 상생할 수 있는 국가적 방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