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고 한 일인데 죽자고 덤빈다.”

꼰대들의 참견에 투영된 개소리
기성세대의 정치적 엄숙주의가 대학가 축제의 패러디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기성 세대의 엄숙주의는 새로운 세대의 자유로운 상상을 억압하기 마련이다.
대학가 축제기간을 맞이하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이 만든 메뉴판이 계엄을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과학생회는 사과문을 내기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축제와 대선이 겹치는 점에 착안하여 선거포스터처럼 기호를 매긴 메뉴판을 만들었는데, 신라면·명이나물 등에 정치인의 이름을 이어서 패러디한 것들이다. 부분적으로 풍자적인 내용들이 있지만, 특정 정당이나 후보만 조롱하는 편파적 내용은 아니었다.
논란이 된 '계엄말이'는 이재명이나물, 윤석열라두부김치, 우원식혜처럼 글자 맞추기의 산물이다. 계란의 '란'과 '엄'을 바꾼 것이다. '계엄 때렸수다'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정치, 정부, 국회, 정당, 정치인 등에 대해 풍자하고 패러디하지 못한다면, 누가 한다는 말인가? '계엄말이'는 계엄으로 국민의 신임을 말아먹었다는 조롱의 뉘앙스가 담겨 있고, 멍석말이처럼 계엄사태를 이용해 다 해처먹는다는 풍자로 읽혀진다는 점에서 신박한 쓴소리다. 이 정도면 영양가 높은 계란말이 아닌가, '내란말이'라고 해야 더 영양가 높은 계란말이라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참신한 개소리다.

엄숙한 광장의 논리를 들이대 풍자나 패러디를 검열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진지함을 남용하는 것이다. 현실정치 자체가 코메디와 개소리도 가득하므로 너희 학생들만이라도 지적 정직성을 지키며 진지하게 축제를 즐겨야 한다는 훈계라면, 그것이야말로 타고난 개소리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은 어떤 면에서 희극이었고, 한국정치의 패러디였다. 계엄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내란 엄숙주의'로 사회를 일체화하려는 발상은 역설적으로 계엄 작당세력과 같은 반지성적, 반자유주의적, 반민주주의적 사고와 동기화될 수 있다. 또한 공통된 위험성은 국민의 신뢰에 대한 배신일 것이다.
“상상을 억압하지 말지어다. 광장을 남용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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