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과거 민주당이었다면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의 재판 확정시 세비반납 같은 정치개혁에 대해 우리보다 더 과감한 개혁안을 내놓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위원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지난 총선에서 양당이 편법적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석을 차지하고 합당한 점 등을 들어 차라리 과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복귀하자는 견해를 밝히며, 이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요구했다.
앞의 두 사안은 민주당이 과거에 논의했던 사안으로 한 위원장의 공세에 대해 민주당의 침묵은 궁색할 뿐이다. 반면에 비례대표 문제에 대한 한 위원장의 주장은 퇴행적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표가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있냐”면서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낙연 정세균 김부겸 전총리를 비롯해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의원 등이 거세게 질책하자,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똥 싼 바지’ 모드에 갇혀 있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불비례성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세계적으로 엽기적 이슈는 합계출산률 0.6명대로 향하는 저출생과 같은 사회적 문제와 함께 선거제도의 불비례성이라는 정치적 후진성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는 소선거구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의 불비례성(정당 득표율과 의석수의 현격한 차이)을 개선하기 위해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로 나아가려는 과도적 조치였다.
원래 이 제도가 도입되면 양당의 의석수가 독점현상이 낮아지고, 제3당 이하 군소정당의 의석수가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위성정당을 급조하여 기존의 군소정당 대신에 가짜 정당들이 비례의석을 차지하도록 비례대표 공천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총선 이후에 위성정당과 합당하여 수 십 석 의석을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이렇게 서로 적대하면서 유권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이익을 나눠 갖는 담합이 '적대적 공존, 적대적 공생'이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먼저 급조한 것은 국민의 힘(당시 미래통합당)이었고, 이를 비난하던 민주당이 한술 더 떠서 3개 이상 정당과 담합하여 야당 몫의 비례대표 의석을 싹쓸이했다. 이 바람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해 장기단식까지 했던 군소정당의 대표들의 노력은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최근 스마트한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한 위원장이 불체포특권, 금고형 이상 세비반납, 귀책사유시 보궐선거 무공천 등을 확약한 것은 책임정치의 회복을 위해 환영할 만하지만, 앞으로 실천해야만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반면에 비례대표제 발언은 실제 의도를 떠나 퇴행적이고 몰염치하다는 점에서 구태정치의 답습이라는 힐난을 받을 만하다.
이 사안에 대한 개혁적 정석이라면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의 시발이 된 국민의 힘의 소행을 부끄럽게 여기는 자세를 드러내고, 그 다음에 준연동형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위성정당 농간을 부리지 말자는 신사협정을 제안했어야 했다.
이러한 정상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민주당에 병립형 회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는 것은 ‘똥 싼 바지’ 모드에 갇힌 이재명체제에 대한 정치적 압박의 효과는 있을지언정 미래정치로 나가야 할 정치신예의 자세는 아니라는 것이다.
(위성정당 19석 + 17석 + 3석 = 29석, 여기에 대선 이후 국민의당(3석)조차 국민의힘과 합당하여 소멸됨으로써 준연동형제로 불비례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더 나쁜 정치'를 초래했다. 30석이 넘는 비례대표 의석을 양당의 적대적 공생구조의 재생산을 위해 헌납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설적 결과는 한동훈 위원장의 주장처럼 새로 도입된 제도의 탓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 정치인과 정당의 허위의식과 뻔뻔한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후진적 정치행태를 용인하는 유권자들의 선택도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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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3지대를 중심으로 양당의 적대적 공생에 대한 도전이 거세지는 기류를 얕보고 병립형 회귀를 시도하다가 도리어 궁지에 몰린 민주당의 반격고리도 실은 정치개혁, 선거개혁에 있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류호정 의원은 15일 정의당 탈당을 밝히면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시나리오'를 폭로했다. 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정의당이 다시 민주당 2중대의 길로 가고 있다”면서 정의당이 ‘조국신당’, 진보당 등과 함께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 위성정당에 참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
민주당은 병립형 회귀의 역풍보다 위성정당 재연에 대한 분노를 훨씬 더 쉽게 감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인가? 이제 민주당은 한동훈의 말마따나 정치개혁, 선거개혁과는 거리가 먼 정당으로 변질된 것인가. 그런 식으로 하면 국민들이 180석을 만들어주나?
코로나 국면에서 재난지원금 등과 관련하여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각을 세웠던 장덕천 전 부천시장은 비명계로 찍혔음에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장 전 시장은 "소위 개딸이라 불리는 극단적 지지자와 편향적 유튜버들이 당의 흐름을 좌우하면서 민주당 정치인들은 그들에 무릎 꿇고 같이 극단화됐다"고 질타하면서 탈당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한편, 평생 검찰공무원으로 일하던 정치신인이 수십년에 걸친 선거개혁에 대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된 허상을 유포하는 것도 위험하다. 정치적 개소리는 비합리적 질서에 대한 윤리적 감수성을 마비시킨다.
왜 우리는 정치를 풍자하고 조롱하는가? 그것은 권력의 마성적 성격에 대한 사회의 자정작용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시대에 뒤떨어진 권력의 도태와 붕괴는 당시 대중들의 조롱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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