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선진국, 지구적 차원의 중견국의 필수적 조건이 경제, 군사, 과학기술이라면, 충분조건은 인권과 젠더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소프트 파워와 디지털을 포함하는 당대의 문화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경제선진국의 위상을 확립하고 하나의 전략국가로서 중견국으로 자리잡으려면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난 16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과학기술 비전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후보에게 전달했다.
한국의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과학기술 중심국가에 대한 비전을 촉구한 것은 미·중의 과학기술 패권경쟁을 둘러싼 세계질서의 변동에서 기정학적(技政學, techno-political) 패러다임이 부상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과학기술계는 이번 성명에서 “미국 주도의 쿼드 결성과 같이 지정학(geo-political)이 아닌 기정학(techno-political)적인 동맹체제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면서 과학기술분야를 중심으로 ‘선도형 전략(first mover)’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서 안철수 후보의 ‘초격차 기업 육성’을 비롯해서 주요 후보들의 과학기술 및 산업 전략과 비전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은 자동차·원자력·반도체‧고속철‧헬기 및 전투기·잠수함 및 SLBM, 그리고 우리별(1992)·나로호(2013)·누리호(2021)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세계의 선도국가로 발전하였다. 특히 의료와 방역분야에서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경지에 도달하였다.
최근에 미중갈등 본격화와 신냉전의 기류로 인해서 지정학(Geopolitics)의 귀환이 거론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정학(Thecnopoltics)으로 시대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정학적 요인보다 기정학적 요인에 따라서 동맹관계를 재구성하고 있으며, 한국은 미국에게 지정학 못지 않게 기정학으로도 주요한 동맹으로 부상하였다. 반도체, 2차 배터리, 백신의 글로벌 공급망 등에 대한 한·미협력은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준다.
또한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제재,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를 겪으면서 경제대국과 인접한 한국의 지리적 잇점은 중대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한국은 미·중·일과의 관계에서 지정학적 사고를 뛰어넘어 기정학적 사고에 기초한 새롭고도 장기적인 대응이 시급해졌다.
한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최초, 초격차를 지향하고 실현하는 것이 더 이상 꿈이 아닌 조건과 환경을 갖추었다. 문제는 국가리더십과 중장기적 비전,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이다.
<성명서>
"대전환 시대에 과학기술 중심국가 비전 확립을 요구합니다."
세계는 지금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구한말에 맞먹는 거대한 파도가 불어 닥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 중심의 글로벌화에서 자국 기술 중심 보호무역주의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백신 안보, 미·중 과학기술 패권경쟁, 기후변화의 심화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더욱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안보와 경제에 직결되고 있습니다. 미국주도의 QUAD 결성과 같이 지정학(geo-political)이 아닌 기정학(techno-political)적인 동맹체제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 대전환의 시기에 국가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기술혁신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발빠르게 조직과 제도를 강화하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략적으로 과학기술정책국(OSTP)의 내각수준 격상과 혁신경제법(USICA) 제정을 통해 과학기술정책 리더십과 주요 국가와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적 자원과 역량을 총 투입함으로써 2035년 미국경제 추월과 중국몽 실현 등 세계 패권을 꿈꾸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경제안보상 겸 우주과학기술담당상을 신설하여 경제안보와 과학기술을 연계한 정부조직을 구축하였고, 유럽은 탄소국경세(BCAM), 의료수출규제 등 다양한 기술무역장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기술패권 경쟁의 중심에서 국가 지도자들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넘어 세계적 선도국이 되느냐, 아니면 쇠퇴의 길을 걷느냐의 갈림길에 있습니다. 인구절벽을 극복할 우수한 인재를 길러야 하고, 성장동력 발굴과 국가전략기술 확보로 미래 대한민국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 절체절명의 긴박한 시기에 정치지도자들의 과학기술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 국가의 미래경쟁력은 과학기술을 빼놓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제질서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차대한 이 시기에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위기의식은 어느 때보다 심합니다. 우리는 과거 추격형 전략(fast follower)으로 성장을 이루어냈으나 앞으로는 선도형 전략(first mover)을 추구하지 않으면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 백신개발이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이 대전환의 긴박한 시기에 대선주자들의 행보에서는 과학기술이 보이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의 편린조차 찾을 수 없어 실망을 금할 수 없고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이에, 6개 주요 과학기술단체는 시대적 요구와 과학기술인들의 뜻을 모아 주요 정당과 그 후보님들에게 “대전환의 시대에 과학기술 중심국가 비전을 제시해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2021. 11. 16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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